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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 "그만두려면 1억 내라" 택배기사 노예계약

<8뉴스>

<앵커>

성장을 거듭하는 국내 택배업계에서 현대판 노예계약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 다쳐서 그만둘 경우에도 1억 원이 넘는 돈을 물어내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한정원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서울 관악구에서 택배 일을 하던 이성국 씨는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물건을 들다 허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회사 측에 이런 사실을 알리자 황당한 통고가 돌아왔습니다.

남은 계약기간 23개월의 영업 손실분 1억 3천8백만 원을 물어내라는 것입니다.

[이성국/택배영업 : 물건을 들다 제가 허리를 다쳤거든요. 일을 못 나가는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1억 3천을 저에게 요구하고, 앞으로 사회생활도 힘들어질 거라고.]

영업을 시작할 때 계약 내용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써 준 서약서를 근거로 회사가 배상을 요구한 것입니다.

이 씨 뿐만 아니라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후임자를 구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김모 씨/택배기사 : 상을 당하더라도 나와서 일을 하던지 아니면 용차를 구하라 그러는데.. 사고가 나서 죽어도 빚이 생긴다는 얘기잖아요.]

[박모 씨/택배기사 : 말 그대로 팔이 잘리면 그대로 리어카를 끌고 배송을 하던 해야 될 뿐이지, 그거 아닌 이상은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회사 측은 직원 채용이 아니라 영업소 형태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모씨/택배사 지점장 : 돈 내라고 청구를 한 건 맞아요. 이건 하나의 계약적인 관계고 사업적인 관계거든요.]

하지만 몸을 다쳤는 데도 돈까지 물어내라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강병훈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 부득이한 사유로 일하지 못한 경우까지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이는 부당하게 택배회사에게 유리하게 운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마치 노예계약 비슷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겉으로는 성장을 거듭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평등 계약이 횡행하고 있는 택배업계의 어두운 단면입니다.

관/련/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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