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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Pick] 판사 선처가 부른 80대 아동 성범죄, 나이는 무기가 아니다

[이슈Pick] 판사 선처가 부른 80대 아동 성범죄, 나이는 무기가 아니다
"피고인이 80살의 고령으로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생활한 것을 보이는 점 (…) 피고인을 수사기관에 신고했던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이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 - 2018년 판결문 -

"피고인이 2018년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지만, 그 이외에는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별다른 처벌 전력 없이 살아온 점에 비추어 성폭력 범죄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80살이 넘는 고령으로 치매 진단을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 - 2019년 판결문 -

두 개의 판결문에 언급된 80대 노인, 올해 4월 등굣길 초등생 여아를 집으로 유인해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습 아동 성범죄자입니다. 그런데 그가 2018년과 2019년 80살이 넘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각각 다른 성범죄 사건에 대해 선처 판결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나이가 많고 공무원 출신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동 성범죄자에게 '선처 판결'을 내린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온라인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성범죄자에 대해 온정적 판결을 내린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다시 제기하고 있습니다.
 

노인 성범죄,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한국은 65살 이상 노인이 인구의 16.5%(853만 7천 명)를 차지하는 고령 사회로,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65살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 만큼 노인 범죄 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범죄동향보고서'에 따르면 65살 이상 피의자 비율이 10%(2021년 1분기 기준)로 2014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생계형 범죄가 대다수이지만 성폭행 · 강제추행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경찰범죄통계'를 살펴보면 61살 이상 노인층의 성범죄 중 성폭행이 6.9%, 강제추행이 14.6%를 차지합니다. 해마다 증가하는 노인 성범죄는 더 이상 특수한 사례가 아닌 것입니다.

이처럼 노인 성범죄를 포함한 노인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① 노인 인구 증가 ② 경제적 빈곤 ③ 사회적 지위 상실 · 고립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노인 성범죄자에게 고령, 건강 상태 등의 이유를 들어 온정적으로 대하는 관행도 한몫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판사 선처가 부른 80대 아동 성범죄, 나이는 무기가 아니다

입에 올리기에도 낯 뜨거운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령을 앞세워 선처를 받는 노인 성범죄자들의 모습은 그다지 낯설지 않습니다.

'나는 이제 늙고 약하다'는 이미지를 내세워 온정적 판결을 이끌어내는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례로 지난 2013년 70대 노인이 놀이터에서 노는 8세 여아를 성추행했지만 고령이라는 이유로 선처를 받아냈고, 판결 선고 후 5개월 만에 또다른 7세 여아를 경로당으로 데려가 강제추행을 저지른 사건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고서는 단 5개월 만에 아동을 대상으로 또 성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노인 성범죄자들은 '나는 이제 늙어서 힘이 없다', '다 늙어서 몸도 아프고 정신도 혼미하다' 등의 이유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형사 사건에서는 아주 흔한 레퍼토리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성범죄 양형 기준 집행유예 참작 사유 중 '고령'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재범 위험성과의 관련 정도도 뚜렷하지 않다며 삭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지만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노인이 되었다고 사람이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과거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왔든 간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또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현재의 범죄에 대해 온정적으로 판결하는 사례는 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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