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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美 덮친 '고용 충격'…유럽과 비교해보니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함께합니다. 권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특히 일자리가 제일 걱정인데 우리보다 더 심하게 코로나19를 겪었던 나라들의 일자리가 어땠는지 어떻게 대응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고요?

<기자>

네. 상반기에 코로나19 여파를 가장 심하게 겪은 곳은 미국과 유럽인데요, 이 두 곳을 한국은행이 비교해 봤습니다.

락다운, 사회봉쇄에 가까운 거리두기를 실시한 건 양쪽이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일자리에 미친 영향은 크게 달랐습니다.

앞으로 우리 일자리 정책을 계속 펴 나가는데 참고할 수 있게 좀 비교해 보면요. 지금 보시는 표는 올해 미국과 유럽 주요 나라들의 실업률 추이입니다.

1월부터 6월, 또는 7월까지 각국의 실업률이 나와 있는데요, 유럽과 미국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유럽 나라들은 실업률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영국 같은 경우는 상반기 내내 비슷하고요. 프랑스랑 이탈리아는 락다운이 시작된 3월 이후로 실업률이 올라가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아서 최근에는 오히려 코로나 발생 전인 1월보다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스페인의 실업률이 가장 높고 안정도 빨리 안 되는 편인데 스페인은 원래 코로나 전부터 노동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미국은 코로나 때문에 실업률이 급격히 올라가는 모습이 확연했습니다. 지난 2분기에 작년 말보다 실업률이 무려 10% 포인트 안팎으로 치솟았습니다.

점점 나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발생 전으로 돌아가기에는 한참 멀어 보이는 상태입니다.

<앵커>

미국의 변화가 컸다 이건데, 미국과 유럽 둘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먼저 유럽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 같은 걸 최대한 활용해서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유럽 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은 단축근무를 했습니다. 그만큼 회사가 아예 사람을 내보내는 경우는 줄인 거죠.

그럴 수 있게 고용주들 형편을 많이 봐줬습니다. 보험료를 줄여주고 근로자들에게 나가는 휴업수당도 보전해주고 이런 걸 받을 수 있는 절차도 간략하게 바꿔줬습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 실시하는 지원책이 유럽이랑 비슷합니다. 그런데 유럽이 액수나 정도 면에서 좀 더 후한 면은 보입니다.

독일은 단축 근로하는 근로자들에게 나가는 수당을 크게 늘렸는데요, 단축근로수당 중에 고용주가 보험료를 내서 부담하는 몫을 정부가 올해 말까지 전액 보전해 줍니다. 비정규직, 임시직도 지원에 포함하고요.

영국도 이번에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프랑스는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정액제로 운영하다가 임금에 비례하게 바꿨습니다.

원래 시간당 돈을 많이 받던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면 정부가 사업장에 돈을 그만큼 더 주는 겁니다.

<앵커>

반면에 미국은 일자리 유지하기보다는 실업급여를 주는 쪽을 택한 거죠?

<기자>

네. 고용유지책도 미국도 있지만, 실업급여 쪽에 훨씬 더 방점이 찍혔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기존의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렸고요. 기본 실업급여에다가 매주 우리 돈으로 70만 원씩 더 줬습니다.

9월부터는 그 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이기는 합니다. 그랬더니 4월에 실업급여 신청자가 2월의 10배가 될 정도로 실업이 폭증한 겁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10~20%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에요.

한 가지 미국의 실업률은 집계 방식이 좀 다른 것은 있습니다. 일시 해고자들 건강보험이나 퇴직금을 유지하면서 상황이 좋아지면 당신부터 다시 고용한다는 약속을 받고 쉬는 사람들도 실업자로 분류해서 실업급여를 줍니다.

실제로 수입이 끊긴 사람들 규모를 파악하는 게 더 정확해지고 우리나라의 무급휴직자랑 비슷한데, 우리나라 무급휴직자들보다 이 사람들의 형편이 당장은 훨씬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은 있지만 아까 보셨던 표에서처럼 미국은 최근까지도 실업률이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려면 아직 먼 상태입니다. 실업급여를 받던 일시 해고자들의 앞날도 점점 불투명해진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은행은 유럽방식, 미국방식 양쪽에 장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근로자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유럽 방식이 더 좋습니다. 일단 임금이 덜 줄어들고요. 사람들이 불안을 덜 느끼니까, 소비도 덜 줄어듭니다.

다만 취약계층에게는 차라리 후한 실업급여가 더 나을 수도 있고 경제 회복기가 온다면 그때는 미국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습니다. 일자리가 빠르게 회복될 테니까요.

그런데 노동시장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게 좀 더 수월한 미국과 우리의 노동시장 구조가 크게 다른 점은 따로 감안은 해야 할 겁니다.

아무튼 유럽에 가까운 방식을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실업을 줄이는 노력을 좀 더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 고용을 유지하는 업장들을 좀 더 확실히 지원하는데 여력을 집중해야 그 목적도 더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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