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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코로나 시대, '살고 싶은 집' 기준 바뀐다

[친절한 경제] 코로나 시대, '살고 싶은 집' 기준 바뀐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20.06.10 10:16 수정 2020.06.10 10: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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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코로나19 이후에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우리가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집, 우리 집 안팎의 모습도 많이 변하고 있죠.

<기자>

네. 요새 엄마, 아빠는 재택근무하고 아이는 온라인 수업하고 계속 그렇게 지낸 집들 많습니다. 해보니까 어떠셨나요?

가족과 집에서 꼭 붙어 지내서 좋기도 하겠지만요. 좋지만은 않더라, 붙어있으니까 자꾸 싸운다.

그리고 발코니랑 양쪽 창문 활짝 열고 맞바람 치게 할 수 있는 구조의 고치지 않은 구식 아파트가 좋더라, 그런 얘기도 저는 조금 들었습니다.

국토부가 최근에 주최한 심포지엄이 하나 있었습니다. 도대체 코로나 이후에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점점 살고 싶어 할까,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서 예측하고 정부 정책 방향도 고민한 자리였습니다.

특히 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모이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 도시에서는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 쭉쭉 중첩되면서 살 수 있는 아파트, 그리고 다세대주택이 지금까지 일반적이죠.

실내를 효율적으로 써야 되다 보니까 발코니 필요 없다. 발코니를 터서 거실을 확장한 아파트가 인기가 많았고요.

창문을 크게 활짝 열지는 못하지만 실내 공조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유리벽 너머로 보는 전망이 좋은 고층 주상복합이 비싸고 좋은 집의 기준이 돼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인기의 기준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앵커>

요즘 같은 때에는 진짜로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마당이 있거나, 아니면 말씀하신 대로 창문이라도 활짝 열 수 있는 그런 집이 인기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바로 그 부분입니다. 실내를 확장하면서 쉽게 포기했던 발코니, 활짝 열어젖힐 수 있는 큰 창, 테라스의 인기가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유현준 건축가는 일도 공부도 집에서 하는 요즘 삶의 형태로는 집의 이른바 '프로그램 용량'이 155% 정도 더 필요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족들이 밤과 주말에만 한자리에 모이는 삶에 적합한 현재 한국식 아파트에서는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모여 있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물론 집을 마음대로 넓힐 수 있거나 대도시에서 정원 딸린 집을 가질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요.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고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테라스와 발코니를 키운 집입니다. 조금 낮은 층이더라도 바깥바람을 시원하게 맞을 수 있는 집, 지금 보여드리는 것은요.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바뀐 선호하는 집 모습싱가포르도 복잡하고 인구밀도 높고 아파트 위주인 게 우리랑 상당히 비슷한데요, 언뜻 봐도 테라스들이 큰 편이고요.

한 동 안에서도 집의 구조나 평형이 다양합니다. 또 없는 공간을 쪼개고 쪼개서 층층 곳곳에 미니 정원을 어떻게든 만들어 넣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워낙 더운 나라에 대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심 사무공간까지는 어쩔 수 없더라도 주거공간만은 저렇게 밀폐를 피하고 자연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고민해 왔는데요, 코로나 이후의 우리의 필요와도 맞닿은 면이 있다는 겁니다.

[유현준/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 (한국 도시도) 공원도 있고 산도 있고 많은데요. 그 모든 것들은 다 공적인 공간이죠. 우리가 속옷 바람으로 나가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전무한 상태에 살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발코니를 저렇게 하려면 결국에는 실내를 줄이거나 실내를 안 줄이려면 집 전체를 키워야 된다는 말일 거예요.

<기자>

네. 그래서 코로나 이후에 주택건축 규정이나 집의 가격산정 방식을 이렇게 손보면 어떨까 제시된 방향, 크게 3가지입니다.

일단 테라스 공간도 분양 면적에 포함시키자, 그리고 바닥 면적이 아니라 천장까지의 높이를 포함하는 체적을 집 크기의 기준으로 삼고 삶의 조건이 달라지면 집주인이 집 구조를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는 기둥 구조를 좀 더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들이 제안됐습니다.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지만요. 이런 방향으로 바꾼다면 "그래, 우리 가족은 집이 좀 작아지거나 방은 3개에서 2개로 줄여도 천장이 좀 더 높았으면 좋겠어"라거나, "집이 7층인데 흙을 한 뼘이라도 깔고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이런 사람들의 요구도 좀 더 다양하게 수용될 여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현재 국토부가 계획하고 있는 주거정책 방향이 여기에 좀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 구체화가 좀 더 필요할 텐데요, 잠자고 밥 먹고 쉴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집, 고쳐가면서 오래 쓸 수 있는 주택을 늘리겠다는 게 지금 정부의 주택정책 구상 중의 일부입니다.

[김기훈/국토교통부 서기관 : 교육·근무·운동 등 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목적 주택을 확산해 나가겠습니다. 주거공간 또는 아파트 단지 내에 교육과 업무 등이 가능한 공간 구축을 검토하고, 다양한 평면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장수명(수명이 긴) 주택을 활성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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