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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치킨값보다 술값 더 나오면 배달 안돼요"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아직 수요일 아침인데 술 얘기를 들고 오셨네요. 그동안 좀 애매했던 부부인데 술 배달이 어디까지 되는지 정부가 정리를 좀 했죠?

<기자>

네. 술만 배달시키는 것은 지금도 불법이죠. 이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 난 그동안에도 치킨 시키면서 늘 맥주 같이 시켰는데" 하는 분들 있을 겁니다.

음식점에 한해서 손님이 술도 같이 한 잔 하고 싶어 한다, 이런 경우라면 음식에 딸려서 술을 배달 보내는 것은 된다고 허용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에 딸려 보낸다는 개념이 굉장히 모호하죠. 도대체 뭐는 되고 뭐는 안 된다는 거냐, 꾸준히 논란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이번에 기준을 정해준 겁니다.

배달시킨 음식값보다 술값이 더 나가면 안 됩니다. 술값이 더 나가면 그건 음식 배달이 아니라 술 배달로 보고 허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2만 원짜리 치킨을 배달시킨다면 같이 시킬 수 있는 술의 가격은 그보다 적어야 됩니다. 맥주 2만 5천 원어치 안 됩니다.

사실 맥주나 소주 정도는 이렇게 되면 요리를 주문하면서 같이 시킨다고 할 때 꽤 적지 않게 시켜도 허용범위를 웬만하면 넘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술 자체의 양은 적다고 해도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좀 비싸질 수 있는 술, 이런 것은 웬만하면 적은 양이라도 시키기 어렵게 되죠.

비교적 고가의 술은 음식에 딸려 보낸다면서 배달 보내기가 쉽지 않도록 명시한 겁니다. 오는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7월부터요. 그리고 소규모 양조장들의 생산과 판로 개선 방안도 마련이 됐다는데, 소비자들 선택지가 그만큼 넓어질 것 같아요.

<기자>

네. 어제(19일) 술 관련해서 새로운 조치들이 사실 여러 가지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큰 줄기는 국산 술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요즘 대형회사들이 아니라 작은 업체들이나, 주류 제조자들이 만든 이른바 국산 수제 맥주 같은 술들 인기가 많죠.

이런 회사들이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한층 넓어졌습니다. 정부가 위탁제조를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술도 이른바 OEM 제작이 가능해진 겁니다. 지금까지 술을 만드는 업체는 다른 업체의 제조시설을 사용하는 게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자기의 시설을 갖추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산을 늘리려고 하면 캔에도 담아서 팔아야겠고, 병 제품도 내면 좋겠는데 그런 설비를 만드는 데는 돈이 들잖아요. 그래서 자본이 부족한 주류 제조자의 경우에는 넓은 시장으로 나가기가 힘들었다는 거죠.
영세업자 위탁 술 제조 가능 (자료화면)
그런데 이제는 큰 시설을 빌려서 제조하는 게 가능해지니까 내가 맛에 대한 노하우만 있다고 하면 시설투자를 크게 안 하고도 생산을 늘리고 유통망도 넓히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반대로 술 제조 시설로 허가를 받은 데서 술이 아닌 다른 음료를 만들거나 술 만들고 남은 누룩 같은 술찌꺼기 있죠. 이런 재료를 활용해서 화장품 같은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앵커>

업체들한테는 도움이 꽤 될 것 같은데요, 이런 분위기, 이런 규제 완화 분위기가 술에 너무 관대한 사회를 만드는 거 아니냐, 이런 따가운 시선도 있을 거 같아요.

<기자>

네. 정부는 일단 우리 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재현/기획재정부 세제실장 : 최근 국내 주류시장은 성장세가 정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 수입은 증가하고 있어서 국내 주류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5년 동안 국산 술은 출고량이 계속 줄어들어온 반면에 수입 술은 연평균 24% 넘게 증가해 왔습니다.

물론 비중으로 보면 여전히 국산 술이 압도적이지만 성장세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이것은 국내 업자들이 품질을 제고하는 노력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규제 탓도 있었다. 특히 우리보다 규제가 적은 나라에서 제조돼서 들어오는 수입 술과 비교해보면 국산 술들이 오히려 불리할 때가 있더라는 거죠.

그래서 안 그래도 막걸리 같은 전통주는 전부터도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요. 규제를 크게 두지 않고 장려해 왔습니다. 문화적인 면을 고려한 거죠.

이런 부분을 우리 주류산업의 영세업체들 경쟁력에도 같이 생각해 줘야 한다. 이런 고려가 배경이 됐다는 겁니다.

반면에 걱정하시는 분들은 특히 주류배달에 대해서 자칫하면 미성년 음주를 막는 데 구멍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얘기합니다.

영업점이나 편의점의 판매라면 가끔 당국이 들여다볼 수라도 있는데 집집에서 술을 시키는 것은 어떻게 일일이 조사하고 막느냐는 거죠.

아무쪼록 시행 단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없는지 모니터도 꾸준히 같이 해 나가면서 이번 개선책이 매끄럽게 자리를 잡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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