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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빚내서 버틴 3월, 하락장에 주식 샀다?

[친절한 경제] 빚내서 버틴 3월, 하락장에 주식 샀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20.04.09 09:55 수정 2020.04.09 10: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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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코로나19 관련 경제지표들 속속 나오고 있는데, 지난달 가계, 기업 대출이 확 늘어난 걸로 나왔죠?

<기자>

네, 3월의 은행권 대출 규모 잠정 집계가 나왔는데요, 가계, 기업 할 것 없이 폭증했습니다. 일단 가계 은행권 대출이 9조 6천억 원, 무려 10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작년 3월에는 2조 9천억 늘었었거든요, 1년 전 같은 달보다 3배 넘게 가계의 은행권 대출 규모가 커진 겁니다.

한국은행이 이 통계를 매달 내기 시작한 게 지난 2004년부터인데요, 그 후 최대치입니다. 그러면 지난달 다음 2위가 언제였느냐, 지난 2월입니다. 두 달 연속으로 가계 대출 증가 폭이 무척 큽니다.

가계도 가계지만, 기업 대출도 폭증했습니다. 19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것 역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에 가장 증가 폭이 큽니다.

<앵커>

사실 뭐 때문에 빌렸는지가 굉장히 중요할 텐데, 어떻던가요?

<기자>

먼저 가계 대출부터 말씀드리면 그래도 3월까지는 사람들이 자산 증식 같은 목적으로 움직인 게 가장 크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입니다.

가계빚의 내용이 제일, 말하자면 걱정되는 좋지 않은 경우는 생활자금 대출이 크게 늘어날 때죠.

벌이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다 보니까 빚을 내서 생활비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두드러진다, 이런 게 제일 걱정될 때입니다.

그런데 3월은 그게 제일 큰 요인은 아니다, 일단 가계 대출 9조 6천억 원 중에 주택담보대출이 6조 3천억 원이었거든요.

지난 2월에 주담대가 7조 8천억 원이나 됐던 데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주 큰 폭으로 늘고 있는 모습입니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로 이 대출 증가세가 꺾이기를 정부가 기대해 왔는데요, 아직은 그런 모습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부동산을 위해 빚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도 몇 번 말씀드렸는데요, 정부가 고가와 초고가로 각각 잡고 있는 기준인 9억 원, 그리고 15억 원 이상의 주택 거래는 비교적 가라앉았지만, 수도권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경기 일부 지역의 집값 최근까지도 계속 오르고 거래도 활발했습니다. 그 영향이 아직 컸던 걸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 증가세로는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 대출 이게 사실 두드러집니다. 3조 3천억 원 수준이나 됐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그래도 줄어들고 있는데, 전달인 2월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이 기타 대출 규모만으로도 작년 3월의 가계 대출 전체 규모를 뛰어넘습니다. 이거는 좀 들여다봐야 하는데요, 일단 당국은 주식 투자 자금으로 상당 금액이 흘러간 걸로 봅니다.

<앵커>

'동학개미운동'이라고 하던데요, 외국인들이 파는 물량을 빚까지 내 가면서 우리 개미 투자자들이 많이 받아냈다는 거잖아요.

<기자>

네, 지난달 중순에 우리 증시가 연초보다 35% 넘게 폭락했죠. 그때부터 지금 사두면 어쨌든 나중에 오른다, 특히 삼성전자 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개인 투자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난생처음 주식 투자한다는 분들, 요즘 주변에서 좀 보시거나 본인이 그분인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일부는 은행을 빚 내서 투자한 걸로 보인다는 게 한국은행 얘기입니다.

요즘 증시가 실제로 좀 회복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식 투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유 자금, 내가 당장 안 써도 되는 돈, 남한테 안 빌리지 않은 돈, 안 쫓기는 돈으로 하시는 게 안전하다, 꼭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3월 가계빚은 그래도 개인들의 자산 증식 목적이 커 보이기는 하지만, 빚으로 버티느라 낸 신용대출 같은 것도 이 급증한 기타 대출 속에 분명히 녹아있다, 앞으로 이 부분은 좀 더 주시해야 할 걸로 보입니다.

반면에 기업은 위기가 닥치기 전에 돈을 모아놔야 한다는 다급했던 분위기가 좀 느껴집니다.

원래 큰 기업들은 은행 대출까지 많이 안 오고요, 회사채, 그러니까 자기들이 채권을 발행해서 직접 돈을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그게 어려웠던 거죠.

경기가 급격히 나빠진다는 분위기에서 회사채를 사주겠다는, 즉 '저 기업에 투자해야지' 이런 곳들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은행 대출로 몰렸다는 거고요.

작은 기업들의 경우에는 정부가 은행들에게 돈을 빌려주라고 장려한 것도 요인으로 꼽힙니다.

아무튼 각계에서 이렇게 대출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가계 대출을 비롯해서 원래 대출 규모가 결코 작은 편이 아닌데도요.

건전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경기가 차차 나아지면 좋은데, 코로나19가 길어질수록 이 정도의 규모는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가 어제(8일) 대출 상환 유예 대책 같은 걸 내놓기도 했는데요, 일정 정도 안전장치는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그래서 부채 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네, 일단 돈을 돌게 하자는 거니까요. 대출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그걸 어디에 쓰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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