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해외서도 인기' 韓 라면, 국내선 주춤…왜?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20.02.18 09:34 수정 2020.02.18 12: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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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오랜만에 먹는 얘기 가지고 오셨네요. 영화 기생충 덕분에 더 유명해진 우리나라 라면 얘기죠?

<기자>

네 그거죠. 전 세계인이 이름을 알게 된 우리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라면 먹는 장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이라도 이 라면 부분은 요새 '제시카송'과 함께 어디선가 들어보셨거나 스치듯 보신 적은 있을 거 같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이지만 사장 부인은 거기에 한우를 곁들여 먹는 계급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 속의 수많은 상징 중에 하나로 이 라면이 쓰였습니다.

그 정도로 라면은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 빈부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한다, 친숙하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 식품이라서 그렇게 쓰였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기생충'의 인기로 아시아계를 제외한 해외 인구에서도 라면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해당 회사가 영화에 나온 라면들을 아예 합체한 신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출시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작 세계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가장 많이 먹던 우리 한 사람이 1년에 평균 무려 68개의 라면을 소비하는 수준이던 우리 라면 시장은 작아지고 있습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라면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아직 작년 4분기 집계는 다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 1, 2, 3분기 모두 보시는 것처럼 2018년에 비해서 매출이 줄었습니다.

라면 시장 역성장 거의 확실시됩니다. 특히 라면은 매년 날씨가 추운 1분기와 4분기에 더 인기인데요, 작년 4분기는 유달리 따뜻하기까지 해서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라면 역성상 사상 두 번째입니다. 2017년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가 2018년에 그래도 반등했는데 작년에 다시 꺾인 겁니다. 정체는 몇 년째 뚜렷하고 이제 역성장 분위기까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개인적으로는 그 맛있는 걸 왜 덜 먹게 됐나 생각해보면 맛있는 게 그만큼 더 많아져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그거죠. 라면 시장의 정체에는 말씀하신 대로 대체 식품이 많아졌다는 것과 함께 다양한 요인들이 좀 더 숨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간편 가정식이라고 하는 봉지 인스턴트식품 이제 안 나오는 음식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다양하게 나오죠.

물론 가격대는 라면과 차이가 있지만 갈비탕도 봉지로 나오고, 삼계탕도 봉지로 나오니까 5분 안에 끓여먹을 수 있는 봉지 식품 하면 라면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던 시절과는 다릅니다.

농수산식품공사가 두 번째로 주목한 요인은 배달 앱의 발달입니다. 입이 심심할 때 일어나서 가스레인지에 불이라도 붙여야 되거나 밖으로 나가야 했던 전과 달리 스마트폰 화면 몇 번 누워서 터치해서 맛있는 거 배달시켜 먹는 게 너무 쉬워졌죠.

그러니까 라면이나 끓이자 하는 손길을 멈추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는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으로는 식품시장의 트렌드에서 점점 건강이 대세라는 점입니다.

라면은 맵고, 짜고, 살찐다는 인식이 워낙 강하죠. 그래도 먹고 싶어서 먹는 식품이었는데, 건강 중시 트렌드가 확실히 우세한 게 요즘 시장입니다.

여기에도 앞으로 모든 경제 이슈에서 살펴볼 요인으로 대두되는 고령화 얘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10대들은 연간 100개 안팎의 라면을 소비하지만 50대 이상이 되면 남성은 그 절반 여성은 전의 3분의 1 수준밖에 먹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불타는 것처럼 매운 라면, 떡볶이 먹어도 속이 부대끼는 걸 몰랐는데 점점 그렇지 않죠. 힘들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령사회로 갈수록 각종 헬스케어, 운동 산업이 각광을 받는 것과 함께 자극적인 맛의 인스턴트식품 성장은 꺾이기 쉽다는 겁니다.

<앵커>

소비자들의 사랑이 조금 식어가고 있지만, 라면 업계는 계속해서 사랑을 받기 위해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우리가 익히 라면 하면 떠올리는 식품과 그렇지 않은 식품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라면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제품들이 속속 나옵니다.

첫 번째로 면의 경우에는 기름에 튀긴 유탕면 대신 건면이나 생면 넣은 제품 비중 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뭐 그래도 라면 같은데 두 번째로, 간편 가정식에 결합되는 형태 요즘 늘어납니다.

미역국이나 북엇국, 찌개류와 결합을 하는 거죠. 그리고 마라탕처럼 해외에서 들어온 인기 있는 맛과 결합하는 경우도 있고요.

올해 특히 주목되는 것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올 초에 2020년 외식 트렌드 첫 번째로 꼽은 그린, 이른바 채식과의 결합입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고기 동물성을 배제하는 식단 채식이 화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 인증 라면까지 등장했습니다.

얼마나 우리가 기대하는 라면 맛을 내면서 이런 새로운 수요까지 충족하느냐가 신제품들의 관건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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