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월 86억 실적 찍었던 日 맥주, 지난달 '0'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11.29 09:38 수정 2019.11.29 09: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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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오늘(29일)은 이제 다섯 달 가까이 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얘기 좀 해보자고요?

<기자>

네. 어제 최신 자료가 업데이트된 일본 재무성의 홈페이지를 같이 한 번 보시죠. 우리나라와 일본의 평소 무역량을 생각했을 때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숫자가 나왔습니다.

지난달인 10월까지의 일본의 무역 현황이 어제 일본 재무성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건 일본 재무성의 모든 수출품목 최신 통계 중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맥주 수출량과 금액만 따로 뽑아낸 화면입니다.

2019년 10월 0, 0 지난달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한 맥주가 전무했다는 얘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월간 무역통계에서 0이 나올 때는요. 수출이 됐어봤자 일본 돈으로 20만 엔 밑일 때입니다.

그러니까 어제 환율로 215만 원어치 밑으로 팔린 것은 설사 팔렸다고 해도 국가통계에는 안 쓴다는 거죠.

다시 말해서 설령 지난달에 우리나라에 새로 들어온 일본 맥주가 있었다고 해도 215만 원어치가 채 안 됐다는 겁니다.

정확히 1년 전으로 표를 한 번 바꿔서 다시 보겠습니다. 2018년 10월엔 8억 34만 엔어치의 맥주가 한국에 팔렸다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1년 전만 해도 한 달 동안에만 우리 돈으로 86억 원어치가 넘는 맥주가 수입됐는데 그게 1년 만에 0이 돼버린 겁니다.

<앵커>

사실 다섯 달이면 서서히 관심이 그만큼 열기도 조금 식을 때가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맥주 수입량, 우리 입장에서는 수입하는 거니까요. 수입량은 더 크게 줄고 있는 거군요.

<기자>

네. 일본 경제인들이 일본 수출규제 초기에 한국의 불매운동 오래 안 갈 거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했었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된 관심에서 비켜나게 되면 이 일을 금방 잊어버리겠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게 7월 4일이죠. 그때부터 일본의 한국에 대한 맥주 수출량이 보시는 것처럼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극적으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도 지난 9월까지는 58만 8천 엔, 그러니까 633만 원어치는 수입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급기야 10월 들어서 0을 기록한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 맥주를 가장 많이 수입해 온 나라였고요. 수입량이 계속 늘어나던 추세였습니다.

우리 이웃나라로서 일본 음식점도 많고요. 편의점에서도 일본 맥주 참 좋아했죠. 기호 먹는 취향을 바꾸는 건 꽤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도 다섯 달이 지나도록 우리의 불매운동은 꾸준하게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아예 우리 맥주시장의 지도에서 일본을 삭제할 수 있는 정도로까지 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맥주만 그런 게 아니냐, 유니클로 같은 경우에 발열내의 증정 행사에 사람도 몰리고 최근에 매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얘기도 있던데 어떻습니까?

<기자>

유니클로는 국내 매출 상황을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내 신용카드들의 사용처를 보고 분석해 보니 공짜 앞에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매출액을 분석한 자료를 내놨는데요, 10월 기준으로 작년에 비해서 70%가량 급감한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 수준은 11월 들어서도 똑같았습니다.

특히 유니클로 발열내의 10만 장 무료증정 행사가 있었던 게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인데요, 이때도 변함없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정도 줄어든 상황을 유지했습니다.

파격적인 무료증정 행사도 꾸준한 불매를 꺾지 못한 거죠. 물론 여전히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많은 제품을 수입하지만 지난달의 전체 수입도 작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무려 23.1%나 줄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감소폭입니다. 이것도 9월보다 더 감소폭이 커진 거고요.

물론 순전히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요. 글로벌 자유무역 시대에 일본처럼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역을 많이 하는 게 서로 이점이 큰 나라와 이렇게 경색되고 경직된 수출입 상황이 이어지는 건 우리한테도 손해입니다. 소비자들이 불편한 점도 많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경제와 연계시켜서 별안간 한국을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기 시작한 일본의 행보를 최소한 한국 소비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게 점점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출규제가 시작됐을 때 일본 내의 전문가들도 우려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결국 한국인들의 신뢰를 잃을 조치다 일본에서 사가던 소재를 국산화하려고 노력하거나 다른 델 찾아갈 거다 했거든요.

분명 우리에게 힘든 면이 많은 상황이지만 지금까지로 봐서는 오히려 이 예언이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 못 갈 거다"는 예언보다 더 사실에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