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유례없는 저출산의 길, 돈이 전부가 아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11.28 09:5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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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친절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저출산 대책에 우리가 갈수록 돈을 많이 쓰고 있는데 갈수록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고 있다고요.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죠?

<기자>

네. 우리나라가 사실상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9월의 신생아가 정확히 2만 4천123명이었습니다.

9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고 2016년 4월 이후로 42개월째 매달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요새 늘 나오는 얘기지만 그 감소폭이 예상보다 더 빠릅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 3분기 신생아는 7만 3천793명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작년 3분기보다 무려 8.3%나 줄어든 겁니다.

이렇게 해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아기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3분기에 0.88명, 역시 관련 자료가 생기기 시작한 이후로 최저치입니다.
출산, 아기, 산모, 임신, 임산부 (사진=유토이미지)<앵커>

합계출산율이라는 게 한 명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는데 지금 그 밑으로 더 떨어지는 추세인가 보네요.

<기자>

네. 이번에 작년의 출생과 사망 통계도 잠정 통계가 같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 0.98명이 됐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보다 더 낮을 게 사실상 확실시됩니다. 저출산 얘기를 늘 들으니까 점점 무뎌지죠. 그런데 이런 숫자는 세계 최저 수준일 뿐만 아니라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생각해 보면 합계출산율이 한 명 미만인 상황이 2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추세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나라는 우리가 처음입니다.

세계 역사로 봐도 이런 인구 통계는 전쟁이나 그에 버금가는 위기가 나타났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올해는 올해 태어나는 사람이 30만 명을 넘을 수 있을 것이냐가 이제 관심의 초점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도 연간 신생아 수가 30만 명을 못 넘은 적은 없습니다. 작년에도 32만 명은 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추세를 보면 20만 명대가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연말이 되면 신생아는 더 적어지거든요. 특히 12월 출생아는 현격하게 줄어드는 편입니다. 연초보다 30%씩 줄어듭니다.

연말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연초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좀 덜 자란 상태로 학교를 가게 된다고 해서 계획 임신하는 분들은 연말을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만 명대가 어떤 숫자냐, 1999년생 지금 20살들 62만 명이 넘게 태어났습니다. 올해 신생아가 20만 명대에 그친다면 지금 20살들 인구의 반도 채 안 되게 태어나는 거죠.
저출산 정책<앵커>

이런 추세라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 해왔던 많은 노력들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것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올 법한데요.

<기자>

네. 저출산 예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출산 예산이라는 게 정확히 얼마였느냐, 여기 대해서도 사실 논란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난 10여 년간, 최소 100조 원 이상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돈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힘이 탁 풀리는 상황이죠. 그래도 최근에 의식의 변화는 좀 보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는 것, 현금을 뿌리는 것도 물론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자식을 낳으면 일단 나도 더 행복하고 그 아이는 나보다 더 행복할 거라는 꿈이 있어야 아이를 낳는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되기 시작한 겁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쳤지 이런 부분을 얘기하기 시작한 지는 사실 정말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그 효과를 봐야 하는 거죠.

이번 주에 나온 사회동향 조사에서 내 아이가 더 높은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런 상황에 만약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하면 그게 더 신기할 수 있죠.

그래서 최근 작년 말에 새로 나온 저출산 대책은 아이를 낳으라고 독촉하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서 자연스럽게 출산을 유도하겠다고 철학이 바뀌었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미흡하다. 지금까지와 비슷한 정책들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부모가 될 현재 사람들의 행복에 좀 더 주목하고자 한 것은 방향의 전환이긴 합니다.

이런 철학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일자리, 주거, 교육환경 같은 지금 삶의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대책이 저출산 대책이다. 이런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