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요즘 'D의 공포'라는데…물가 하락, 왜 위험할까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10.02 09:53 수정 2019.10.02 13: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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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지난달 물가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어요, 물가가 한창 오를 때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네. 요즘 D의 공포다, 디플레이션의 공포다, 이런 말들 뉴스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 걸 좀 들을 때가 있어요. "먹고살기도 힘든데 이것저것 저렴해지면 좋은 거 아니냐? 그럼 물가가 오르는 게 좋냐?" 하시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물가는 완만하게 소득과 함께 점진적으로 오르는 게 제일 좋습니다.

우리가 걱정을 하고 뉴스가 되는 것은 물가가 급등할 때, 인플레이션이고요. 경제가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면 물가는 완만하게 계속 오릅니다.

우리나라가 구조적으로 소비에서 식료품, 먹는 비용 같은 기초생활비용의 비중이 높은 것들이 좀 있어서 체감하는 물가가 잘 안 떨어지는 것은 이거와는 좀 별개의 문제고요.

사람들이 요즘 'D의 공포'라고 할 때 얘기하는 건 물가가 주춤한 이유가 뭐가 잘 안 팔릴 거 같아서, 수요의 일시적이지 않은 주춤일까 봐 걱정하는 겁니다.

왜 이게 공포스러운가. 기업이, 어떤 자영업자가 "우리 물건값을 내려야 앞으로도 장사가 되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되면 가격을 낮춰서 판매를 유지한다고 해도 매출이 줄겠죠.

그러면 영업을 잘해보려고 추가로 투자를 하기도 어려워지고요, 오히려 직원을 줄이거나 월급을 깎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투자와 고용이 줄면 월급이 깎인 직원은 쓸 돈이 없으니까 소비를 또 줄이게 되겠죠. 여기저기 다 비슷한 상황이면 뭘 살 수 있는 사람도 계속 줄어들 겁니다.

그러면 자산 가격도 내려가고, 한 번 그런 악순환이 시작되면 벗어나기가 힘들고 계속 경제가 위축된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이 공포스럽다고 하는 겁니다.

<앵커>

우리 9월 물가 지표가 그 디플레이션 위험성을 보여줬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이게 의견이 좀 엇갈리는데요, 일단 정부는 그렇지 않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시각입니다. 정부의 시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들도 여럿 있고요.

안 팔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공급하는 쪽에서 일시적으로 값이 내려갈 만해서 내려간 항목들이 9월 마이너스 물가의 주된 원인이라는 시각입니다.

일단 농산물, 작년에 혹한에 이어서 폭염 때문에 농사가 잘 안되는 바람에 늦여름에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라서 걱정이었습니다.

올해는 날씨가 무난한 편이어서 작년이랑 비교했을 때 이 농산물 가격이 크게 내려갔죠. 그리고 기름값도 내렸습니다.

또 9월부터 고3들의 무상교육이 확대되면서 급식비, 고등학교 납입금 이런 게 크게 줄었고요.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는 게 늘어서 의료비도 내려갔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 다 뭐가 안 팔리는 게 걱정인 이유들이 아니죠. 값을 내릴 만한 다른 요인들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연말로 갈수록 물가가 다시 오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두원/통계청 물가동향과장 : (최근의 기저효과 등이) 완화되는 연말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이 0%대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심리적인 요인도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할 텐데요, 어쨌거나 이미 디플레이션이 우리 곁에 와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은 어떤 근거를 얘기하고 있나요?

<기자>

수요 부진이 우려되는 측면들도 분명히 같이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방금 말씀드린 농산물 이런 건 날씨를 타고 변덕스럽죠.

경제 구조보다 계절을 탄다고 봅니다. 그래서 농산물과 기름값을 제외한 물가를 '근원물가'라고 따로 봅니다.

지난달에 이 근원물가가 0.6%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1999년 9월 이후로 가장 조금 오른 겁니다. 공업품 물가도 8, 9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기름값이 싸져서 제조비 줄어드는 효과를 감안한다고 해도 흔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작년 9월은 환율이 1천120원대였던 것도 기억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1천200원 턱밑을 왔다 갔다 하잖아요, 수입품 들여오는 비용이 그만큼 더 들 수밖에 없는 데도 공산품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또 작년은 물론이고 지난달보다도 물가가 떨어진 분야가 오락, 문화, 즉 허리끈을 졸라맬 때 먼저 줄이는 것들의 가격대가 특히 낮아진 것도 보입니다.

[조영무/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상당수의 제조업체나 자영업자들이 가격 하락의 압박을 상당히 느끼고 있었던 상황으로 보이고요. 현재 상황에서는 '공식적인 지표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되는가?'도 중요하지만,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디플레 압력에 대해서 정책 당국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걸로 판단합니다.]

한마디로 장기 디플레이션의 우려는 섣부를 수도 있지만 위험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 이것에 대해서 더 대비하는 자세의 정책 운영이 매우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엥커>

아까 권 기자 얘기한 대로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물가는 조금 저렴하게 유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