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보험금 청구, 병원서 바로 해주면 안 되나?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19.07.11 09:56 수정 2019.07.11 16: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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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경제부 한승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매달 실손보험료 꼬박꼬박 내면서도 정작 보험 청구는 그냥 놔두거나 포기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다면서요?

<기자>

네, 보험금 받으려면 이런저런 서류들이 필요하잖아요. 애가 미성년자라 부모가 보험료를 내줬는데, 막상 청구하려고 보니까 진단서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증명서, 개인정보 동의서 등등 필요한 서류들이 너무 많다든지, 아니면 매일 정신없이 살다 보니까 준비할 틈 없이 신청 기한이 지나버렸다든지 이런 경우들입니다.

한국갤럽이 얼마 전에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던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건데요, 52.5%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도 청구하지 않았다고 답을 했습니다.

왜 청구 안 했냐고 물어보니까 진료 금액이 너무 적다가 73.3%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병원을 다시 방문해야 되고, 증빙서류를 보내는 게 귀찮다. 증빙서류 발급 비용이 부담스럽다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 같은 얘기입니다. 받을 돈은 얼마 안 되는데 준비하기가 너무 번거롭다는 거죠. 작년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3천400만 명 정도 됩니다.

3명 중 2명이나 가입해서 매달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도 이런 현실 때문에 소액 보험금은 아예 청구를 포기하는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거죠.

<앵커>

이거를 병원에서 바로 보험사에 청구해주면 참 편할 것 같은데요.

<기자>

설문조사에서도 높은 비율로 그런 답이 나왔습니다. 어차피 병원에서 진료비 내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보험사에 청구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요새 전산이 얼마나 잘 돼 있을 텐데, 아무 때나 원하면 병원이 보험사로 필요한 서류들 보내주면 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당연히 소비자 편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갑니다. 그동안 번거로워서 포기했던 소액 보험금도 청구할 수 있을 거고요.

소액 보험금 청구 늘면 보험사는 싫어할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진이든 팩스든 서류를 받아서 보험사에서 일일이 그걸 분류하고 손으로 직접 입력을 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여기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청구 간소화가 되면 당장은 보험사 손해율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몇 군데 보험사들은 세브란스 같은 일부 대형병원들과 제휴를 맺어서 청구 간소화를 일부 도입하기도 했고요.

국회에서도 간소화에 대한 법이 이미 작년부터 발의돼 있어서 국회나 정부, 보험사, 시민단체까지 전부 간소화를 바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게 다 바라고 있는데 왜 못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의료계가 반대를 합니다. 좀 전에 일부 대형병원들은 도입했다고 말씀드렸는데 병원, 의원 규모가 작은 급으로 내려올수록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는 데 있죠. 병원에서 치료하고 나서 우리 이런 치료했으니 건강보험에서 돈 받아야 된다고 했을 때 적절한 치료를 했는지 과잉 진료는 없었는지 심사하는 기관입니다.

지금 발의돼 있는 법을 보면 소비자들이 병원에다가 "보험사에 알아서 서류 보내주세요." 했을 때 그 업무를 중간에서 이 심평원이 하게끔 돼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적용 안 되는 비급여 진료까지 전부 심평원에 전부 노출이 되죠.

또 기본적으로 실손 보험이라는 게 가입자와 보험사간의 사적 계약인데 왜 병원이 중간에서 그걸 도와줘야 되냐는 시선이 있습니다. 병원이 보험사에 환자의 개인 정보를 넘겨줘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고요.

또 만약에 보험금을 둘러싸고 분쟁이나 민원이 생기면 병원이 중간에 껴서 곤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그동안 진행이 안 되고 있었는데 다음 주 국회에서 이 내용이 논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나옵니다.

의료계 우려가 일리 있는 부분도 있지만, 소비자 편익은 또 큰 사안인 만큼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서 합리적인 안이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