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한테도 옮길 수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를 가진 걸로 의심되는 원숭이 수백 마리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었다는 내용 어제(17일) 저희가 자세히 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도 원숭이를 들여온 기관은 당국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는데, 저희 취재 결과, 그 원숭이들은 안락사되기 전까지 최소 2년 넘게 국내에서 사육됐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박수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 생명공학연구원 산하 영장류 자원 지원센터가 캄보디아산 원숭이 340마리를 공급업체로부터 건네받은 건 지난 2020년.
자체 검사를 통해 340마리 중 200여 마리에서 원숭이 B 바이러스 항체가 검출됐지만 이를 당국에 알리지 않은 채 340마리 전체를 업체로 반품했습니다.
반품된 원숭이들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납품 업체를 찾아가 확인해 봤습니다.
[원숭이 납품업체 관계자 : (양성이) 나왔던 것은 순차적으로 법에 따라 저희가 도태(안락사)를 한 것이죠.]
감염이 의심되는 원숭이 200여 마리는 차례로 안락사시켰다는 겁니다.
업체는 200여 마리를 안락사시킨 뒤 관할 환경청에 폐사 신고한 일부 내역만 공개했는데, 2021년 상반기에 반품된 원숭이를 2023년에야 신고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원숭이들을 2년 가까이 보관했던 걸까.
[원숭이 납품업체 관계자 : B바이러스 테스트에서 positive(양성)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죽이고 그러진 않아요. (바이러스)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 도태(안락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감염 의심 원숭이들을 보관하며 재사용 가능성을 살펴봤지만, 결국 모두 안락사시켜야 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취재팀이 200마리를 언제 어떻게 처리했는지 전체 자료를 요구했지만 업체는 거부했습니다.
[원숭이 납품업체 관계자 : [((예를 들면) 어떤 원숭이는 살처분을 시켰고 어떤 원숭이는 좀 지켜봤더니 괜찮아졌다든지…) 아니 그것은, 그것을 일일이 다 이쪽에서, 우리가 얼마나 살처분하고 다 낱낱이 다 얘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업체는 대신 변호인을 통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고 키트 검사상 기준치 이상의 수치가 나온 원숭이 중 외부로 반출된 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업체는 원숭이를 직접 반품받지 않고 동물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자회사로 받았습니다.
생명공학연구원은 납품 업체는 실험동물시설이 아니라 원숭이를 보관, 처리할 여건이 되지 않아 자회사로 반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는 연구원이 감염 의심 사실을 밝히는 대신 '연구 장소 이동'이라고만 신고하고, 결과적으론 동물 임상시험 업체인 자회사가 원숭이를 확보하게 하는 등 중개업체 역할을 했다며, 관련자 징계를 통보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김종태, 디자인 : 서승현, VJ : 김준호, 작가 : 박정선, 취재인턴 : 김채현)

<앵커>
저희 취재 결과 미심쩍은 부분은 더 있었습니다. 연구 기관이 2023년에 들여온 원숭이 가운데 일부가 3년 전 바이러스에 감염된 걸로 의심돼서 돌려보냈던 원숭이였던 걸로 확인된 겁니다. 그 두 차례 모두 같은 업체가 원숭이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업체 측은 단순 실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민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영장류 자원지원센터는 지난 2020년, 21년 그리고 23년 이렇게 세 차례 원숭이를 납품받았습니다.
모두 같은 납품업체입니다.
우선 2020년에 납품받은 340마리 중 200여 마리에서 치명적인 B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돼, 업체로 전량 반품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1년, 같은 업체로부터 다시 340마리를 들여왔는데 이번엔 50여 마리에서 감염이 의심돼 이들은 곧바로 안락사시켰습니다.
그리고 23년 다시 업체로부터 원숭이 45마리를 납품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45마리 가운데 18마리는 3년 전인 2020년에 반품했던 원숭이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험용 원숭이는 개체별로 정보를 담은 개체 번호가 있는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가 이 개체 번호를 대조하던 중 반품됐던 원숭이 일부가 다시 납품된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납품 업체 측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우선 B 바이러스 감염 의심 원숭이들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원숭이 납품업체 관계자 : (B 바이러스 개체는 아니었다는 말씀이죠?) 아니죠. BV(B 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것도 전부 아니었고요.]
단순 실수였다는 겁니다.
[원숭이 납품업체 관계자 : 우리도 몰랐고 생명연도 몰랐고. 그거는 저희가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18마리 가운데 15마리는 각각의 부모 원숭이 정보를 위조한 뒤 재판매했던 것으로 감사위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2020년 당시 원숭이 납품가는 마리당 600여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납품 당시엔 마리당 1천900여만 원으로 세 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코로나19로 실험용 원숭이의 주 공급원이었던 중국의 수출길이 막히자, 동남아산 원숭이 가격이 크게 오른 건데, 이 업체는 600만 원에 납품했다가 반품받은 원숭이를 3년 뒤 세 배 넘는 가격에 다시 납품했던 겁니다.
센터 측은 "수입업체가 본원에 알리지 않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감사위원회는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원숭이 정보만 봐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생명연구원과 센터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장예은, VJ : 김준호, 작가 : 박정선, 취재인턴 : 김채현)

<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민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Q. 보도 이후 생명연 공식 입장은?
[김민준 기자 : 우선 한국 생명공학연구원은 아직까지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연구원은 애초 지난주에 감사위의 감사 결과를 전달받고서는 재심 청구를 검토했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어제(17일) 저희 보도가 나간 이후 감염의심 원숭이 처리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워하면서 대응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 반품된 200마리 행방은?
[김민준 기자 : 네, 국가과학기술연구위원회 감사위원회는 민간 업체에 대한 감사 권한이 없다 보니 200마리의 행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해당 업체는 저희 취재팀이 찾아갔을 때에도 모두 안락사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자료는 보여줬지만, 200마리 전체에 대한 자료는 끝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Q. 경찰 수사 쟁점은?
[김민준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그뿐 아니라, 연구원이 치명적인 B 바이러스가 의심되는데도 환경청 같은 관계기관에 알려서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았던 경위, 그러면서 납품업체에는 감염 의심 원숭이를 반품하려 했던 이유, 그리고 납품업체가 감염의심 원숭이들을 얼마나 오랜 기간 사육했고 그들 말대로 모두 안락사시켰는지 등을 수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곧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저희도 앞으로의 수사 상황을 계속 취재해서 보도하겠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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