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람이 원숭이한테 물리거나 체액에 노출될 경우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원숭이 B 바이러스라고도 불리는데, 이게 치사율이 최대 70%나 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걸로 의심되는 원숭이 수백 마리가 국내에 반입된 뒤에 여러 곳으로 옮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박수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산하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지난 2020년 9월, 코로나19 백신 등의 연구를 위해 실험용 게잡이원숭이 340마리를 구매하기로 국내 한 업체와 계약했습니다.
그해 10월 말 캄보디아에서 원숭이들이 수입됐는데, 센터 자체 검사에서 340마리 중 200여 마리가 원숭이 B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항체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겁니다.
원숭이 B 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람에게 옮길 경우 치사율이 70%에 달합니다.
[이근화/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 중추신경계에 감염이 돼요. 심각한 뇌염이 생길 수 있는 거죠. 치사율이 70% 이상이라는 것은 아주 위험한 고위험병원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항체가 나왔다면 현재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인지 아니면 과거에 감염됐던 이력 때문인지, PCR 같은 항원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센터 측은 아무런 추가검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근화/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 PCR 많이 들어보셨죠? 원숭이의 타액이라든지 이런 것들에서 PCR을 통해서 이 바이러스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 검사할 수 있습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창궐해 전 세계가 공포에 빠져 있던 시기.
치명적인 바이러스 유입이 의심되는데도 센터 측은 추가 확인작업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역본부나 환경청에 이를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취재팀은 설명을 듣기 위해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 관계자 : (○○○센터장님 좀 뵙고 싶어서 왔는데요.) 안 된다는데요. (안에 계시긴 하나요?) 대응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루를 꼬박 문 앞에서 기다렸지만, 취재 요청에 끝내 응하지 않았고, 상위 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역시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이후, 연구원은 서면 인터뷰에서 검역본부나 환경청에 신고하지 않았던 이유는 항체 검사만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이라 할 수 없어 신고 의무 대상인 '질병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 추가적인 항원 검사를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의에는, 원숭이 B 바이러스가 생물안전등급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4등급에 해당해 제한된 환경하에서만 검사할 수 있어서 국내에서는 수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검사는 국내 질병관리청에서 가능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센터는 결국 원숭이를 수입 업체에 반품하기로 했습니다.
원숭이를 옮기려면 감염 의심 등 사유를 환경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센터는 '연구 장소를 옮긴다', '사육 장소를 변경한다'고만 신고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감염 의심 원숭이 200여 마리는 전북 정읍, 충북 오창, 경기 성남 등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모두 반품될 때까지 7개월이나 걸렸는데, 그동안 센터는 감염이 의심되는 원숭이들을 적절한 조치 없이 사육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는 종합감사를 통해 여러 문제점을 확인하고, 영장류 자원 지원센터 책임자 등 일부 담당자들을 징계하라고 연구원에 통보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김종태, 작가: 박정선, 디자인 : 서승현, VJ : 김준호, 취재 인턴: 김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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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같은 기관에서 이듬해 원숭이들을 추가로 들여왔는데, 그 가운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걸로 의심되는 원숭이가 또다시 수십 마리 정도 발견됐습니다.
외국에선 실제로 이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돼서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사례가 있는 만큼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어떻게 검역 단계를 거쳐서 다시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지 또 그 뒤로 원숭이들은 어떻게 된 건지 이어서 김민준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영장류 자원지원 센터는 2021년 11월, 다시 같은 업체로부터 캄보디아산 원숭이 340마리를 구매합니다.
그런데 센터로 옮겨진 340마리 중 50여 마리에서 또, B 바이러스 항체가 검출됩니다.
그런데 센터는 이번에는 감염 의심 원숭이들을 모두 안락사시켰습니다.
그리고 환경청에는 '바이러스 양성' 때문이라고 신고했습니다.
1년 전처럼 추가 항원 검사를 하지 않았는데 왜 1년 전과는 다르게 모두 안락사시켰던 걸까.
당시 센터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감염 의심 원숭이들을 반품하려 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수입 업체 사육시설로 옮기기 위해 환경청에는 두 차례나 '연구장소 변경'이라고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관할 환경청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원숭이의 용도가 무엇인지 입증하는 추가 보완 서류를 내라고 거듭 요구했던 겁니다.
[전북환경청 관계자 : 수입 허가 용도라는 게 있어요. 이것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미제출을 해 가지고, 보완을 안 해서 반려를 한 것이거든요.]
환경청의 제동이 없었더라면 또다시 감염 의심 원숭이들이 이곳저곳 옮겨 다녔을 수 있었단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2년 연속 B 바이러스 감염 의심 원숭이가 반입되기까지 정부 검역 체계가 걸러내지 못했던 건 왜일까요.
동물을 수입하려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수입 검역을 통과해야 합니다.
B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고 캄보디아 측이 발행한 서류만 확인하고는 그냥 통과시킨 겁니다.
왜 그랬을까.
[농식품부 관계자 : (영장류 검역 과정에서) 걸러내줘야 하는 병은 현재 영장류 수입 위생 조건에 지정을 해놨습니다. (여기에 B 바이러스는 없고요?) B 바이러스는 없는 건 맞습니다.]
원숭이 B 바이러스는 질병관리청이 고위험 병원체로 지정해 놨지만 정작 B 바이러스를 옮기는 원숭이의 수입이나 사육과 관련된 야생생물법, 가축전염병법의 질병 목록엔 포함돼 있지 않다 보니 주요 검역 대상에선 빠져 있다는 겁니다.
[윤익준/대구대 연구교수(환경법 전공) : (인수 공통 감염병이) 전체 전염병의 60~70%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부처별로 각개별 법률에 따라서 질병을 분류하고 개별 질병에 대해서만 (관리합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는 당시 반품됐던 감염 의심 원숭이들이 안락사되지 않은 채 유통되지는 않았는지 등 또 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장예은, VJ : 김준호, 작가: 박정선, 취재 인턴: 김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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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수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원숭이 B바이러스는 어떻게 감염되나?
[박수진 기자 : 원숭이 B바이러스는 생물안전등급 중 가장 위험한 4등급에 속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등급인데요. 감염된 원숭이한테 물리거나 감염된 원숭이의 체액이나 분변이 사람의 코, 입, 눈을 통해서 체내로 들어가면 감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원숭이와 접촉이 잦은 연구자, 그리고 사육사들이 주로 위험에 노출됩니다.]
Q. 동남아에서 원숭이 접촉 문제없나?
[박수진 기자 : 실제로 지난해 홍콩의 한 공원에서 30대 관광객이 야생 원숭이에게 물렸는데, B바이러스에 감염이 돼서 중태에 빠지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서도 이런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을 위해서 원숭이 등 동물과의 접촉을 조심하라, 이렇게 권고를 해오고 있는데요.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감염이 보고된 사례는 없습니다.]
Q. 왜 감염 의심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나?
[박수진 기자 : 앞서 보도를 해드렸지만 센터 측에서는 항체가 검출된 사실만으로는 이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당시에 환경청에 감염 사실을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마리가 넘게 동시에 감염 의심 정황이 발견됐다면 관계 당국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또 추가 검사 등 적극적인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게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센터 측은 연구 장소를 변경한다고만 신고하고 이렇게 원숭이들을 반품 처리했다 조금 전 말씀 드렸는데, 반품과 이후의 처리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문제점들이 확인이 됐습니다. 이 내용들은 내일(18일) 이어서 보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