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지난주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그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가자지구에 있었던 한 언론인이 자신의 탈출 과정을 직접 촬영한 겁니다.
김경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지난주 금요일 가자시티를 떠나라는 이스라엘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CNN 소속 프로듀서, 이브라힘 다만도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갔지만, 이동 중에도 연신 포탄이 떨어집니다.
어린 아들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이브라힘 다만/CNN 프로듀서 : 아들이 겁에 질렸습니다. 아이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실은 저도 겁이 납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안전할지 막막합니다.
[운전기사 :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로 가요?]
[이브라힘 :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내 집과 가족, 나의 삶의 터전은 여기에 있는데 말입니다.]
해외 언론인들이 모여 있는 호텔에 합류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습니다.
[아들 : 그들이 호텔을 공격하진 않지요, 그렇죠?]
[이브라힘 : 그럼, 호텔을 공격하진 않지.]
밤낮없이 퍼붓는 공습에, 호텔은 안전할 거라는 아빠의 말은 이내 공허한 약속이 돼버렸습니다.
피란 사흘째, 호텔 옆 건물이 공습에 무너졌습니다.
부상자가 줄줄이 나왔습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호텔을 빠져나옵니다.
[이브라힘 다만/CNN 프로듀서 : 우리가 호텔을 떠난 직후 이스라엘이 로켓을 발사해 지역 전체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삶과 죽음이 불과 몇 초 사이에 갈릴뻔한 아찔한 경험입니다.
[이브라힘 다만/CNN 프로듀서 : 지금 우리는 칸 유니스에 있습니다. 여전히 공습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기가 더 안전합니다.]
북쪽 가자시티의 집을 떠나 남쪽에 도착한 이브라힘의 소망은 단 한 가지, 여느 피란민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브라힘 다만/CNN 프로듀서 : 언젠간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영상편집 : 김종미)
▶ 500km 하마스 땅굴…두 차례 빈손 퇴각, 이번 지상전은
▶ 열흘 넘게 가자지구 봉쇄…끝내 열리지 않은 라파 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