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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4분' 멈춰 버린 시간…힘겹게 버텨내는 사람들

<앵커>

참사 이후 이제 계절이 바뀌었지만, 10월의 마지막 주말 밤에서 여전히 시간이 멈춰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 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 노력했던 의료진, 그리고 이태원 상인들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김형래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경찰 신고 전화가 접수된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고 이지한 씨 어머니의 시간은 그 이후로 멈췄습니다.

[조미은/고 이지한 씨 어머니 : 제발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고,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그냥 끝나버렸으면 좋겠고, 영화 속에나 나오는 그런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똑같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한 명씩 찾아가 보듬으며 지난 49일을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아직,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

[조미은/고 이지한 씨 어머니 : 저는 아직 지한이 사망 신고를 못 했어요. 뭐 할 수가 없어서 못 했고, 영원히 못 할 것 같아요. 진상 규명이 제대로 끝나면 그때 사망신고를 하고 싶어요.]

참사 당일 3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했던 간호사.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순간을 많이 봤지만 그날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간호사 : 구급차만 봐도 심장이 떨리고,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되고. 아 '내가 안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해요, 저는 또 간호사니까. 열심히 또 살아가야 하는 거니까.]

이태원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미안함과 걱정이 뒤섞여 혼란스럽습니다.

[이소우/카페 사장 : 어떤 마음으로 이 이태원 안에서 지금 이 가게를 지켜나가야 하나, 조금 혼란스러운 상태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너무 사고가 일어났던 비참한 곳, 이렇게만 바라보시지 마시고….]

참사 후 유가족 217명과 부상자 등 235명이 보건복지부의 심리 지원을 받았는데, 유가족 가운데 36가구는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심민영/국가트라우마센터장 : 트라우마의 속성상 고립되기 쉬운 그런 속성들이 있습니다. 내가 이런 사건을 겪었다는 거 자체를 드러내길 굉장히 꺼려하는 분들도 많고….]

전문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의 '골든 타임'은 석 달 정도라고 조언합니다.

앞으로 한 달 남짓, 서로에게 더 손을 내밀어 연대해야 할 시간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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