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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꼰대 문화가 자리 잡고"…반성 없는 행안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직내괴 이야기④

"꼰대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

'잡플래닛'이란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전‧현직 직원이 작성한 회사 후기 글이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후기 글을 살펴봤습니다. 직원들이 작성한 후기 글이 100개 넘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회사의 단점을 작성하는 칸이 있습니다. 자주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꼰대'입니다. 그만큼 기업에 권위적인 직원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무엇이 '꼰대' 같은지 살펴보면 "부서장 잘못 만나면 술상무로 지내야한다", "내부 갑질 매우 심한 조직 문화"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A 부서장의 직장 내 괴롭힘

이러한 '꼰대 문화' 속에서 A 부서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A 부서장은 지난 2017년 J부서에 부임했습니다. 부하 직원들은 이때부터 악몽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A 부서장은 이미 부임 전에도 직원 폭행 문제로 한 차례 보직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발원은 다시 A 부서장에게 보직을 맡겼습니다. A 부서장은 또 다시 직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직원들은 노조가 올해 A 부서장의 괴롭힘을 문제제기 하기 전까지 견뎌왔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피해 직원들이 노조에 익명으로 제출한 진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욕은 기본이고 직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게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회식 참석 강요, 병가 신청 막기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났습니다.
 

갑질 끝판왕…부하 직원들의 '택시 사역'

가장 심한 건 이른바 '택시 사역'입니다. 퇴근 때 직원들이 택시로 A 부서장을 데려다 줘야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식자리가 끝나면 직원이 A 부서장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 앞까지 함께 가야했습니다. 부하 직원들은 A 부서장을 내려준 다음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임신한 직원도 '택시 사역'에 동원됐습니다. 택시비는 직원들이 부담했다고 합니다.

박찬범 취파용
 

A 부서장의 개인 문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무슨 조치를 했나?

SBS는 8월 27일자로 8뉴스에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단순히 A 부서장의 괴롭힘 내용을 보도하는 게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개발원 측이 괴롭힘 발생 이후 보여준 미숙한 조치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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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조사 왜 안 했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유관기관입니다. 공공조직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이처럼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것에 놀라울 정도입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직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린 이후 사후조치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처음 생긴 노조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노조 측은 지난 3월 A 부서장의 갑질 문제에 대해서 노사협의에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개선 의지가 없자 지난 4월 정식으로 A 부서장의 갑질 문제를 정식으로 신고했습니다. 현대식 노조위원장은 이때 즉시 조사와 분리조치를 함께 요구했다고 합니다.

박찬범 취파용
 
개발원 측은 4월 말에 감사를 개시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76조의3 2항에 따르면 사용자 즉, 개발원 측은 피해 사실을 인지한 이후 지체 없이 조사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감사를 개시했으니까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늑장을 부리다 감사를 늦게 시작한 게 문제인 겁니다.
 

분리조치는 왜 늦어졌나?

피해 직원들은 노조에 분리 조치를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발원 측은 4월 말 감사 개시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근로기준법 76조의 3 3항에 따르면 피해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근무지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노조는 지난 4월 6일, 지대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에게 정식으로 A부서장 갑질 문제를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개발원이 주장하는 분리 시점은 4월 21일입니다. 피해 직원들은 이 기간 동안 자신들이 어렵게 익명으로 신고한 갑질 당사자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했습니다.
 

A 부서장 징계 전에 피해 직원에게 알렸나?

개발원은 A 부서장을 직위해제하고 중징계 했다며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A 부서장 징계 결정은 사측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했습니다. 노조조차도 징계 내용을 처음에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징계 전에 피해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을까요? 근로기준법 76조의 3 5항에 따르면, 징계 조치 전에 피해자 의견을 듣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감사 착수"…무엇을 감사해야 하나

한국지역개발원은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유관기관입니다. 행안부는 SBS 보도 이후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감사해야 할까요?

박찬범 취파용
 
1차적으로 A 부서장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사해야 합니다. 다음은 앞서 말했듯이 개발원 측의 사후 조치 문제를 조사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감사가 필요한 부분을 제안해 보겠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A 지체 없이 조사 (근로기준법 76조의3 2항)

노조는 지난 3월 노사협의회에서부터 A부서장 갑질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6일 지대범 원장에게 공식으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 개시는 4월 말입니다. 지체 없이 조사를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감사가 필요합니다.

B 피해자 분리조치(근로기준법 76조의3 3항)

노조는 4월 말에 감사 개시를 하고 분리조치를 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감사 개시 전까지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더군다나 개발원 측이 했다는 분리 조치도 A부서장을 재택근무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분리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감사가 필요합니다.

C 징계 조치 전 피해자 의견 청취(근로기준법 76조의3 5항)

개발원 측은 사규를 근거로 징계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를 열어 A부서장에 대해서 중징계 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징계 내용을 밝히지도 않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입니다. 피해 직원들한테도 징계 조치 전에 충분히 의견을 물어봤을까요? 감사가 필요합니다.

D 비밀 유지(근로기준법 76조의3 7항)

노조가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뒤 A부서장은 피해 직원들과 면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A부서장은 누구로부터 신고 내용을 들었던 것일까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은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외부인에게 누설하면 안 됩니다. 비밀을 잘 유지했을까요? 감사가 필요합니다.
 

피해자에게 사과 없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SBS 보도 이후 관련 설명 자료를 냈습니다. 피해 직원 다수에 대한 사과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조치가 틀리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특히, 7년 새 A 부서장 때문에 퇴사한 직원이 20여 명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나간 직원이 20여 명일 순 있지만, 이유가 A 부서장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합니다. 일부 퇴사 직원은 퇴사 사유가 학업, 이직 등 다른 사유가 있다는 겁니다. A 부서장 때문에 학업 혹은 이직을 결심한 경우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A 부서장 때문에 퇴사한 직원 한명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직원 역시 퇴직 사유를 '이직' 이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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