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군 단위 유일 음성노동인권센터…이곳에서 만든 새 역사

[취재파일] '직내괴' 이야기 ①

어느 군에 이런 곳이 있겠어요?

충북 음성군에는 다른 군 단위 지자체에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노동인권센터입니다. 센터는 음성지역 노동자에게 무료 상담과 법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이런 센터를 찾는 게 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인구 10만 명 정도인 음성군에 이런 센터가 있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박찬범 기자 취재파일용

음성군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는 누구에게 기대야 할까요? 물론 관할 지방노동청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곳 노동자들이 지방노동청에 관련 서류를 준비해서 찾아가는 건 버거운 일입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이런 노동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비영리 단체 '음성노동인권센터'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지난 201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비영리단체입니다. 사무실 운영비와 상근활동가의 활동비는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됩니다. 활동가들이 노동자들을 위해 무료 상담을 합니다. 상담 내용은 해고, 임금체불, 산업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 다양합니다.
 

식당 조리원의 괴롭힘 호소…2년간 함께한 인권센터


2019년, 노동자가 인권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충북 음성의 한 병원 내 식당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는 노동자 A 씨입니다. A 씨는 한 상관으로부터 회식비 강요, 화장품 강매를 당했고, 여기에다 폭언, 성희롱 발언까지 들었다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A 씨는 회사를 도망치다시피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음성군노동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권센터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부터 우선 도왔습니다. 그리고 해당 회사가 A 씨 근무 장소를 바꾼 것에 대해서도 충북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부당 전보로 인정됐습니다.

A 씨는 회사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응급실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위기 순간마다 음성노동인권센터가 도움을 줬습니다. 이곳 상담실장인 박윤준 활동가는 병원도 함께 가고, A 씨가 괴롭힘 신고 후 회사로 출근할 때도 동행하며 옆을 지켰습니다.

박찬범 기자 취재파일용

음성군에서 일어난 기적…'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업주 첫 징역형

인권센터는 다음으로 A 씨가 지방노동청에 해당 업주를 근로기준법76조의3 6항에 근거해 고소는 것을 도왔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즉 근로기준법76조의3 6항에는 괴롭힘 신고자에게 사용자(업주)가 불리한 처우를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6항은 근로기준법 109조(벌칙)에 따라서 유일하게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인권센터는 A 씨가 괴롭힘을 신고한 후에 부당전보 조치를 내린 점을 근거로 6항을 위반했다고 본 것입니다.
박찬범 기자 취재파일용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검찰은 해당 사건을 넘겨받고,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구약식)했습니다. 인권센터 역시 이대로 법원이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고 끝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인 업주가 200만 원을 낼 수 없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렇게 정식재판이 열리게 됐습니다. 지난 4월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서 1심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거기에다 사회봉사 120시간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오히려 더 엄한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판결문에는 "피해 근로자가 본사를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피해를 호소한 이래 부당 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피고인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의 근로자에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방치할 것이라고 판단해 징역형에 처한 겁니다.

박찬범 기자 취재파일용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곧 2년…회복적 정의란?

이번 1심 선고는 직장 내 괴롭힘이 지난 2019년 7월 시행되고 나온 첫 징역형 사례입니다. 충북 음성에서 일어난 새 역사입니다. A 씨 혼자서는 어찌 보면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의 도움으로 만들어낸 큰 변화입니다.

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내려진 건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그다음에 우리가 또 성취해야 할 변화는 무엇일까요? '회복적 정의' 혹은 '회복적 사법'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가해자를 처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피해자의 회복에 중심을 두는 사법적 이론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신고자 다수가 2차 가해에 놓여 있습니다. 신고 후에 벌어지는 회사의 보복, 주변 따돌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피해 신고자들이 신고를 후회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가해자를 마땅히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노동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국의 센터>
출처 : 사단법인 직장갑질119
* 노동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국의 각종 노동자 지원 센터 홈페이지입니다. 대부분 전화상담과 방문상담도 운영하고 있으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 서울
- 강동구노동권익센터
- 강북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 강서구노동복지센터
- 관악구노동복지센터
- 광진구노동복지센터
- 구로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 노원노동복지센터
- 도봉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 동남권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
- 마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 민주노총서울본부노동법률지원센터
- 서대문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 서울노동권익센터
-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
-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 서울특별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 서울특별시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서울특별시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
- 성동근로자복지센터
- 성북구노동권익센터
- 양천구노동복지센터
-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 은평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 중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 중랑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 사무금융노조우분투비정규센터(사무/콜센터/IT 노동상담)

○ 경기
- 경기도노동권익센터
- 경기북부노동권익센터
-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 고양시노동권익센터
- 고양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 수원시비정규직노동자복지센터
-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이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파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경기청년유니온
- 안산여성노동자복지센터
-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
- 수원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

○ 인천
-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노동법률상담소

○ 충북
- 음성노동인권센터

○ 대전세종충남
- 충남노동권익센터
-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
- 대전광역시노동권익센터
-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 전북
-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전라북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광주전남
- 광주광역시노동센터
-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
- 전남노동권익센터
- 광주청년유니온 상담전화 062-225-0501

○ 대구경북
- 대구청년유니온

○ 부산울산경남
- 민주노총부산본부노동상담소
- 부산노동권익센터
- 울산노동인권센터
-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경상남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경상남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 통영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 제주
- 제주특별자치도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 [취재파일] "신고요? 돌아간다면 안 합니다"…만신창이 신고자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