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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나노기술원의 '나노 괴롭힘'…나노만큼 잘게 나눠 괴롭혀주겠다

[취재파일] 한국나노기술원의 '나노 괴롭힘'…나노만큼 잘게 나눠 괴롭혀주겠다

'직내괴' 이야기 ③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작성 2021.07.18 19:19 수정 2021.07.19 06: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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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나노 괴롭힘'…나노 단위만큼 잘게 나눠 괴롭혀주겠다.


나노(nano)는 한 단위입니다. 1 나노미터(nm)는 10억 분의 1미터입니다. 원자를 3~4개 줄 세운 길이 정도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크기입니다. 나노기술은 10억 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극미세 가공 과학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다루는 곳이 한국나노기술원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그런데 일부 직원은 정부가 나노기술을 연구하라고 했더니, 한 직원을 상대로 '나노' 단위 잣대를 들이대면서 잘못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한국나노기술원
신조어를 하나 제안합니다. '나노 괴롭힘'입니다. 한 조직이 한 개인을 나노단위 만큼 잘게 나눠 영혼(?)까지 털어 괴롭혔을 때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 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 시도


한국나노기술원 소속 직원인 정 모 씨에 관한 괴롭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공공기관 조직이 한 개인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괴롭혀 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려 놓았습니다.

정 씨는 지난해 10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도 나흘 만에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얼마나 심적 부담이 컸으면 가족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까요?

박찬범 취재파일용
정 씨는 자신이 소속된 기술원의 형사고발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고 합니다. 이미 전에도 기술원이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온갖 이유로 징계를 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잘못이 없음을 소명해 위기를 넘겨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발장을 보고서는 잘못한 게 없지만, 두려움이 컸다고 합니다.

기술원이 정 씨에게 씌운 죄①…갑질 · 폐수 방류


정 씨는 2006년에 한국나노기술원에 입사했습니다. 시설운영에 관한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정 씨에게는 지난해 4월, 돌연 대기발령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본인이 했다는 갑질 행위가 신고 됐다고 합니다.

당장 부하 직원이나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잘못한 게 떠오르지 않았지만, 정 씨는 일단 수긍했다고 합니다. 이후 정 씨는 대기발령 기간 동안 업무에서 배제돼 2~3평 남짓한 공간에서 수모를 겪으며 생활했다고 합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정 씨는 그리고 대기발령 기간 동안 뜻밖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퇴사한 한 직원의 전화입니다. 퇴사 직원은 나노기술원 측에서 정 씨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진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퇴사 직원은 갑질을 당한 바가 없어 진술을 거부했는데, 집요하게 허위 진술을 종용받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실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 정 씨는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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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술원은 그래도 대기발령을 해제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나노기술원이 폐수를 무단 방류했다는 민원이 경기도청과 과기부에 접수됐다고 합니다. 민원은 누가 제기한 것일까요? 나노기술원은 지금도 민원인이 누군지는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구청에서 확인한 결과 폐수 방류는 일부 사실로 확인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폐수 방류에 대한 책임이 정 씨 한 개인의 잘못이라곤 볼 수 없는 만큼 징계는 없었습니다.

기술원이 정 씨에게 씌운 죄②…배임 ‧ 사기 ‧ 업무방해


정 씨는 지난해 7월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한 달 뒤 정 씨 앞으로 고발장이 날아왔습니다. 나노기술원이 검찰에 고발장을 낸 것입니다. 혐의는 업무상 배임, 사기, 업무방해. 정 씨가 업무를 하면서 시설 부품 교체를 허위로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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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바로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해당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나노기술원은 이에 대해 항고한 상태입니다.

극단적 선택 시도한 직원 상대로 재차 고발에 해임 처분


정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나노기술원의 고발은 계속 됐습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이번에는 또 다른 회계 부정이 발견됐다고 정 씨를 고발한 겁니다. 정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지 2개월 만입니다. 이번에는 사문서 위조 혐의까지 추가했습니다. 1차 고발 때와 달리 변호사까지 선임했습니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는지 수원남부경찰서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정 씨의 행정 처리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기술원이 6명이서 담당하는 시설 업무 인원을 2명으로 줄이면서 업무 과다로 벌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정 씨는 기술원이 재차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혐의점을 소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술원은 이번에는 징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정 씨에 대해 해임 처분을 내렸습니다. 해임됐을까요? 정 씨는 앞서 산업재해를 신청했는데, 업무상 질병이 인정돼 산재가 승인됐습니다. 그리고 산재 요양기간에 들어갔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기간에 있는 근로자를 해임할 수 없습니다. 기술원은 그토록 내보내고 싶었던 정 씨를 내보내지 못했습니다.
 
근로기준법 23조 2항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 기간에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정 씨의 산재 요양기간은 8월에 종료됩니다. 기술원은 또 이때 징계위를 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나노기술원은 최근에 정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회계 부정을 저질러 기술원에 손해를 끼친 만큼 물어내라는 것입니다.

'검찰 제출' 나노기술원 직원들의 탄원서


나노기술원은 또 고발 과정에서 정 씨를 엄벌해달라며 직원들이 작성한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정 씨는 동료 직원들이 사인한 탄원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탄원서는 어떻게 작성된 것일까요? 정 씨 말로는 기술원 실장급 직원들이 부서 직원들 상대로 탄원서를 돌렸다고 합니다. 일부 직원들은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인사고과를 앞두고 있는 상태라서 마지못해 사인한 직원도 있다고 합니다. SBS 보도 이후 당시 사인한 게 부끄럽다며,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쓴 댓글도 있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정 씨 신고로 직원 12명 입건에 기소유예…국정감사 때도 지적


정 씨는 왜 이토록 미운 털이 박힌 것일까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정감사 때 나노기술원의 금 관리 실태에 대해서 김경진 전 의원(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나노기술원은 국가보조금으로 금을 구입하는데, 누가 얼마만큼 사용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이때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박찬범 취재파일용
경기남부경찰청은 나노기술원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직원 12명을 입건했습니다. 이들은 보조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은 점이 인정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때 이 내용을 외부에 알린 게 정 씨였습니다.

이 밖에도 정 씨는 나노기술원 건물 주차장의 방화 구역이 훼손된 점도 세상에 알렸습니다. 권익위를 통해 '공익신고자' 지위를 이때 인정받기도 했고, 신고 포상금까지 받았습니다.

나노기술원 "보복이 절대 아니다, 절차대로 했다."


기자가 취재할 때 꼭 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반론취재입니다. 나노기술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갔고, 약 2시간 정도 입장을 들었습니다. 경영실장, 인사 담당자, 감사 담당자가 배석했습니다. 보복이 절대 아니라는 점, 정 씨의 비위가 너무 많았다는 점, 민‧형사 소송과 징계는 절차대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 씨를 고발하지 않는 건 자신들이 직무유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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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나노기술원이 전에도 업무상 과실이 있어 보이는 직원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없다고 합니다. 추가 질문했습니다. 앞으로 정 씨와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직원이 나오면, 이때도 똑같이 검찰에 고발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말은 따로 없었습니다.

정 씨의 선례, 나노기술원은 가장 공명정대한 공공기관?


나노기술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가장 공명정대(?)한 조직이 됐습니다. 정 씨 같은 선례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남은 직원들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나노기술원은 익명의 민원이든 정식 감사이든 간에 직원의 업무상 과실이 의심되면,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조직입니다. 유‧무죄가 나오기도 전에 말입니다.

정 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병가반려 부분)도 인정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나노기술원은 산재는 정 씨가 괴롭힘과 무관하게 일을 하다가 얻게 된 질병이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건 기술원이 병가를 반려한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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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여러분이 답해주십시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나노기술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나노 괴롭힘'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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