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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털어봤다! 동네의회 -업무추진비 편

[마침] 털어봤다! 동네의회 -업무추진비 편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0.08.08 09:03 수정 2020.08.10 14: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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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줄임말이자 길고 긴 종합기사를 뜻합니다. 개별 기사를 하나씩 찾아 읽기보다는, 다소 길더라도 한 번에 읽고 싶어할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를 끝마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1991년 3월, 5.16 군사정변 이후 중단됐던 지방선거가 31년 만에 부활했다. 전국 시군구에서 4,304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했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흘렀다. 2018년 선거에서 뽑힌 226개 기초의회 의원 2,927명이 의정활동을 펴고 있다. 8기 지방의회는 이제 전반기를 마감하고 후반기 2년에 돌입했다. 반환점을 돈 기초의회의 지난 2년은 어떠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몇 가지 데이터에 기반해 지방의회의 전반기를 결산해보기로 했다. 먼저 기초의회 의장단의 지난 2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19만 건을 전수 분석했다. 취지에 맞게 제대로 썼는지 살펴봤다. 시민 세금이 혹여나 분별 없이 사용되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 2020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전수분석 ① ○ '의원님 식당'에서 몰아 쓴 1,300만 원

● '간담회 맛집' 사장님은 동료 의원


2018년 7월 출범한 8대 강북구의회. 전반기 의장단 5명은 지난 5월까지 약 2년 간 업무추진비로 1억 8,600만 원을 썼다. 이백균 의장이 7,822만 원(730건), 유인애 부의장 3,982만 원(669건), 허광행 복지건설위원장 2,426만 원(216건), 서승목 행정보건위원장 2,229만 원(268건), 최치효 운영위원장은 2,140만 원(266건)을 사용했다. 주요 사용내역은 '유관단체나 기관과 간담회', '업무 협조나 협의' 등이었고 사용장소는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 2020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전수분석 ①의장단이 가장 많이 찾았던 식당은 어디였을까. 오리고기를 주로 파는 식당인 '고향산천'이었다. 2년 간 59차례 방문해 1,323만 원을 결제했다. 전체 업무추진비 사용금액의 7.1%였다. 그다음으로 많이 찾은 곳은 갈비탕을 주로 파는 '지우정'인데 39차례 방문, 645만 원을 사용했다. 의장단이 1위 식당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가 2위 식당의 2배가 넘었다.

왜 이렇게 이 식당에 많이 갔을까. 강북구에서 손꼽히는 맛집이었거나 간담회에 적합한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식당 사장과 의장단이 특수 관계였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1위 식당의 사장은 허광행 의원, 전반기 복지건설위원장으로 의장단의 일원이었다. 의장단에게만 책정된 업무추진비 중 1,300여만 원을, 의장단 소속 의원이 사장인 식당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다.

1위 식당에서도 이백균 전반기 의장이 576만 원(23건), 가장 많이 썼다. 다음은 서승목 위원장 541만 원(27건), 최치효 위원장 206만 원(9건) 순이었다. 허광행 위원장과 유인애 부의장은 사용 내역이 없었다.(전반기 의장단 5명 중 4명이 같은 당 소속, 유인애 부의장만 당이 달랐다.)

왜 이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많이 썼냐고 묻자 이백균 의원은 "장소가 넓고 맛도 괜찮아서 이용했다"라고 답했다. 정말 그 이유뿐이었냐고 재차 묻자 "우리 의원이 거기 대표로 있어서 그런 경향도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른 위원장들이 이용했는지는 몰랐다"며 "아는 집이니까 거기만 많이 이용하게 된 것 같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허광행 의원은 "가게가 대로변에 있어 위치가 좋고 싸고 맛있고 하니까 주민들이 많이 오신다"면서 "의장단이 저한테 말하고 오는 게 아니라 알지도 못했고 오지 말라고 그럴 수 없는 거 아니냐"라고 답했다. 허 의원은 "제가 영업 행위를 했다면 도의적으로 문제일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저는 제 가게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적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의원 가족이나 친지 식당에서 사용한 사례도 있다. 대전 중구의회 전반기 의장단은 지역 내 '신나라포차'에서 업무추진비 157만 원(9건)을 썼는데 이 식당은 전반기 부의장이었던 김연수 의원 부인이 운영한다. 의장단은 역시 대전에 있는 '별미정'에서는 942만 원(66건)을 썼는데 이 식당 사장은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김옥향 의원의 지인이다. 김 의원은 "식당 사장은 함께 어머니회를 해서 친해졌고 마침 식당을 한다고 해서 의장단에 소개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마부작침]은 8월 8일 기사에 "김연수 의원은 자기 부인 식당에서 42만 원(3건)을 결제했다. 김 의원은 후반기에 의장이 됐다."라고 썼습니다. 이 부분이 사실이 다르다는 대전 중구의회 지적에 확인해보니 전반기 부의장인 김 의원이 아니라 전반기 의장인 서명석 의원이 사용했던 내역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전반기 부의장을 지내고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8월 10일 오후 2시 30분에 기사의 잘못된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김연수 의원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 업무추진비 사용액으로 본 전국 상위 '맛집'은?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단의 '최애' 식당은 어디일까. 정답은 '음식점'이다. 부실 기재였는지 혹은 고의 누락인지 알 수 없으나 사용장소를 '음식점'이라고만 표시한 곳의 사용액이 최다로 9,045만 원(464건)이었다. 모두 전북 고창군의회 의장단이 사용한 곳이라 고창 음식점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실체가 확인된 의장단 '최애' 식당은, 서울 노원구에 있는 '참한우본가'였다. 노원구의회 의장단은 이 식당을 2년 간 123차례 방문해 3,322만 원을 사용했다. 내역은 모두 간담회였다. 전반기 의장인 이경철 의원이 절반 정도인 64건, 1,788만 원을 썼다. 다음으로 업무추진비 사용금액이 많은 단일 식당은 역시 한우고기 식당인 전남 화순군의 '동복한우', 1,981만 원(96건)이었고 전북 장수군의 '장수한우프라자'가 1,909만 원(79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우식당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식당은 해당 지역에서 대체로 잘 알려진 맛집이다. 의장단과는 어떤 관계일까. 위에 언급했던 식당들처럼 의원이나 친인척이 식당과 연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경철 의원은 "몰아서 쓴 게 아니라 내 지역구 맛집, 단골집이고 고기를 좋아해서 많이 썼을 거다"라면서 "2년 합치면 많아 보이지만 월 단위로 따지면 한 달에 두세 번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식당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 1,788만 원을 이 의원 해명대로 계산해보면 한 달에 두세 번씩 방문해 한 번에 평균 28만 원 정도 사용한 셈이다.

● 업무추진비 공익감사 청구…감사원 판단은?

업무추진비를 특정 식당에서 몰아 쓴 것 아니냐는 [마부작침]의 질의에 해당 의원들은 하나 같이 "법적 한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불법이 아니다", "단골집, 맛집이라서 많이 간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들 답변대로다. 업무추진비를 특정 업체에 집중해서 쓰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다. 자신의 식당이나, 동료 의원의 식당에서 써도 문제 없다. 감사원도 문제 삼지 않았다.

2018년 5월,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서울 지역 25개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입수 분석, 사적 용도나 의원 가족 식당에서 사용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해 8월,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 결과는 2019년 3월 발표됐다. 감사원은, 당시 용산구의회 의장이 개인 치료 목적의 약을 업무추진비로 구입한 건 목적과 다른 집행이라며 87만 원을 회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장단이 동료 의원이나 가족 등의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쓰거나 휴일이나 심야 사용, 50만 원 미만 '끊어 쓰기', 해외 연수 중 국내 결제 등은 현재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의정활동의 목적으로 집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이에 대해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행내역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따져 문제 삼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사원이 왜 문제가 아닌지 설명 없이, '확인해보니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일관해 되려 지방의회의 허술한 집행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업무추진비 집행이 의원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업체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꼭 수반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2년 간 업무추진비 276억 원 사용…92.9%는 식비

이제는 전체 상황을 정리해보자. [마부작침]이 전국 226개 기초의회에 정보공개청구해 입수한, 최근 2년 간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19만 3,291건, 총 사용금액은 276억 45만 원이었다. 한 개 의회가 평균 1억 2,213만 원 정도를 썼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사용금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전북 전주시의회다. 2년 간 의장단 7명이 2억 9,422만 원을 썼다. 경남 창원시의회 2억 8,648만 원, 경기 수원시의회 2억 8,345만 원, 경기 성남시의회 2억 7,744만 원, 충북 청주시의회 2억 7,411만 원 순으로 많았다. 사용금액이 가장 적던 곳은 경북 청송군의회로, 의장단 2명이 2,821만 원을 썼다. 강원 동해시의회 3,212만 원, 부산 기장군의회 3,363만 원, 부산 동구의회 3,511만 원, 강원 횡성군의회 3,884만 원 순으로 적었다.

이들 시군의 인구는 전주 65만 명, 창원 104만 명, 수원 119만 명, 성남 94만 명, 청주 84만 명이었고, 청송은 2만 5천 명, 동해 9만 명, 기장 17만 명 등이었다.(2020년 6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대체로 인구가 많을수록 업무추진비 사용도 많은 편이었으나 들쭉날쭉이었다.

최다 금액을 쓴 의장/위원장을 살펴보니 강원 삼척시 전반기 이정훈 의장이 1위였다. 1억 447만 원(230건)을 사용했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의회 의장이었던 이관수 의원으로 9,688만 원(523건)을, 창원시의회 전반기 의장 이찬호 의원이 9,552만 원(523건)을 썼다.

업무추진비의 92.9%는 식비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전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서 회비, 기념품, 선물, 화환 등 식비와 관련 없는 내역 제외한 나머지.) 간담회, 업무 협의, 유대관계 확대 등의 명목으로 식당에서 결제했다.

● 알아서 정하는 업무추진비…"어떤 용도로 썼는지 상세 기록해야"

시군구마다, 의장/위원장마다 차이가 큰 이유는 뭘까. 편성 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각 의회는 의장단이 얼마를 업무추진비로 쓸 지 자율적으로, 알아서 정한다.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1년에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의정활동에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 면밀히 따져보거나 하다 못해 각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의원당 인구 수 등을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

행정·입법부 예산 감시를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의 이상석 사무총장은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밥 먹고 술 먹는 돈인데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라며 "정말 필요하다면 공적인 업무에 썼는지 단 1원이라도 영수증을 제출하고,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상세하게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커피를 사랑한 의장님.. 그들은 용돈처럼

● 커피 사랑한 의장님.. 전국 소액결제 1위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 사람이 1년에 커피 353잔, 세계 평균의 2.7배를 마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2019, 현대경제연구원) 기초의회 의장단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이름에 '커피'나 '카페'가 포함된 장소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1억 9,565만 원(6,809건)이었다. 여기 빠져 있는 곳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역 인사들과 간담회 혹은 업무 협의하면서 커피 마시는 건 업무추진비 집행 목적에 부합한다. 그런데 혼자서 또는 가족이나 친구와 커피를 마셨다면?

[마부작침]은 지난 2년 간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가운데 1만 원 미만 사용내역을 따로 분석했다. 이런 소액 결제를 살펴본 건, 업무추진비를 목적과 달리 자기 용돈처럼 썼다는 점이 이 내역에서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②소액결제 1위는 성북구의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임태근 의원이었다. 임 의원은 2년 동안 1만 원 미만 결제를 196건 했다. 총 사용금액은 120만 7,130원, 1건 평균 6,159원이다. 강동구의회 운영위원장이 169건, 서초구의회 재정건설위원장 148건, 서초구의회 행정복지위원장 134건, 강북구의회 부의장 97건 순이었다.

5천 원 미만 결제도 찾아봤다. 역시 1위는 임 의원, 67건 사용했고(24만 1,500원) 그다음은 서초구의회 행정복지위원장 48건, 강동구의회 운영위원장 38건, 강북구의회 부의장 29건, 서초구의회 재정건설위원장 22건이었다. 1~5위까지 일부 순위는 바뀌었으나 그 다섯 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초의회 의장단 9백여 명 전체에서 1만 원 미만 소액 결제한 건 3,726건, 5천 원 미만은 699건이었다.

● 의정활동의 일환 VS. 사적 사용... 결과는?

어디에 썼을까. 금액 관계없이 임태근 의원의 업무추진비 사용 자체가 가장 많았던 곳은 이OO커피 한성대점이었다. 41건, 33만 500원을 사용했는데 확인해 보니 이 카페 건물 7층이 임 의원 자택이었다. 업무추진비로 출퇴근길 커피 한두 잔씩 마신 것으로 보인다. 이외 다른 카페에서 1만 원 미만 결제해 커피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업무추진비 사용은 144건, 89만 6,400원이었다.

임 의원은 카페 외에도 자택 근처 200미터 이내에서 업무추진비를 수십 차례 사용했다. 집 앞 마트 두 곳에서 117만 원(27건), 과일가게 39만 원, 정육점에서 21만 원을 썼고 자택 1층 중식당에서도 썼다. 휴일에도 1,226만 원(207건, 중복 포함)을 사용했다. 고향인 전남 보성군과 인근 강진, 완도군에서도, 오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썼다. 성북구의회 사무국은 전반기 임 의원의 보성 방문 6회 중 단 1회만 구의회 의장 자격의 공식 일정이라고 밝혔다.

[마부작침] 질의에 임 의원은 "전남 보성군 율어면과 서울 성북구 성북동이 자매결연을 맺어서 보성에서 식사 한 번 했다"면서 "의정 활동의 일환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집 근처 카페와 식당 등에서 사용한 것도 "(업무추진비로) 차도 한 잔 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은 이해를 해줘야지"라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다만, 정육점에서 고기 샀던 것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손주들과 식사할 때 쓴 건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성북구의회 사무국은 임 의원의 업무추진비 집행 가운데 문제가 확인된 340여만 원을 환수 조치했다고 알려왔다.

5천 원 미만 결제에서 전체 2위였던 서울 서초구의회 전반기 행정복지위원장이었던 김안숙 의원은 지역구 내 내방역 인근 카페에서 업무추진비 65건을 사용했는데 20건이 5천 원 미만 결제였다. 자택 근처 카페로 추정된다. 전체 3위였던 서울 강동구의회 전반기 운영위원장 박원서 의원은 경기도 하남의 카페에서 17건 썼다. 박 의원 집이 카페 근처인 것으로 보인다.

● 의장실 꽃 장식하고, 50만 원 미만으로 끊어 결제하고

꽃과 업무추진비는 어떤 관계일까? 기관장 퇴임·취임 때 혹은 국경일 기념식이나 기관 이전·개소 같은 때 축하용으로 꽃을 살 수 있다. 그 외에는 쓰면 안 된다.

경기 수원시의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조명자 의원. 조 의원은 자기 지역구 꽃집 한 곳에서 업무추진비로 679만 원(12건)을 사용했다. 이 중 세 건은 직원 생일·수상 축하·자매도시 방문 명목으로 집행 목적에 부합했지만 아홉 건은 업무추진비를 써선 안 되는, 의장실 환경정비용 화분 구입이었다.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평균 63만 원을 써서 의장실 환경을 개선한 셈이다. 이 중 여섯 건이 50만 원 이상 지출이었는데 그러면 상세 내역이 담긴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꽃집은 수원시 통장협의회 회장인 임모 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행사에 보낸 꽃들도 있는데 한꺼번에 결제해 금액이 커진 것"이라면서 "특정 업체에 몰아준 건 아니고 꽃값이 싸서 거래했다"라고 해명했다. 조 의원은 "비서실에서 역대 의장들이 그렇게 해와서 똑같이 했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니 앞으로 명확하게 쓰도록 차기 의장과 사무국에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의회 전반기 의장인 신재범 의원은 지난 1월 22일 직원 및 동료의원 설 선물 명목으로 48만 원, 45만 원씩 업체 한 곳에서 두 번 나눠서 결제했다. 지난해 9월 5일엔 역시 직원 등 격려물품을 구입하며 45만 원, 44만 원씩 업무추진비를 나눠서 사용했다. 50만 원 이상 지출에 내야 하는 사유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추정된다.

신 의원은 이에 대해 "왜 그랬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면서 "아마 직원들이 회계 처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라고 해명했다.

[마부작침]이 확인한 의장단의 '끊어 쓰기' 결제는 141건, 4,772만 원에 이른다. 226개 의회 의장단 가운데 37개, 전체의 16%에서 분할 결제 행태가 확인됐다. 50만 원 이상 사용 시 사유서 제출을 피하기 위한 건데, 소액 결제 1위였던 성북구의회 임태근 의원이 8건으로 여기서도 1위, 하동군의회의 신재범 의원은 7건으로 그다음이었다.

● 휴일과 심야 사용.. 업무추진비였나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②주말이나 공휴일, 공식적으로 의회 업무가 있지 않은 날이나 심야 시간엔 업무추진비를 얼마나 썼는지 확인했다. 전체 의장단은 휴일에 9,713건, 밤 11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엔 678건을 사용했다. 의원들이 휴일에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등 의정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권익위원회는 휴일과 심야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자체 조례를 만들 것을 권고했고 일부 의회는 권고 따라 실행하고 있다. 전례로 비춰볼 때 사적 사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전반기 2년 동안, 휴일에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사용했던 건 서울 강동구의회 의장단이었다. 620건, 3,684만 원을 썼다. 전국 평균이 44건인데 14배 더 많이 쓴 셈이다. 다음은 299건(2,681만 원)을 쓴 경기 고양시의회, 135건(1,613만 원) 경남 양산시의회 순이었다. 개인별로는 경남 창원시의회 전반기 의장 이찬호 의원이 2,704만 원(93건)으로 가장 많이 썼고 서울 강동구의회 의장 임인택 의원이 1,663만 원(204건), 경기 파주시의회 의장 손배찬 의원 1,587만 원(138건) 순이었다. 성북구의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임태근 의원은 휴일 사용금액은 여덟 번째로 많았지만 사용건수는 207건으로 전체 1위였다.

휴일 사용이 가장 많았던 강동구의회 측은 [마부작침]에 업무추진비 관련 의원 행동강령을 마련해 휴일 등 사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 업무추진비 문제 지적했더니 현금으로 달라는 의장님

"카드로 사용하라고 하니까 너무 불편하다. 자정 넘으면 사용이 안 되고, 주말에도 안 된다고 한다. 현금으로 줬으면 좋겠다."

취재 중에 한 기초의회 전반기 의장이 했던 말이다. 여기저기 돈 쓸 곳 많은데 카드에 제약이 많아 잘 못 쓰겠다는 거다. 가뜩이나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저렇게 말하는 의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생경했다.

"업무추진비를 쓰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 이름에 맞게 누구를, 어떤 목적으로, 얼마의 비용을 써서 만났는지 제대로 밝히면 된다." 정부와 의회 예산을 감시해온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채연하 사무처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 그들은 왜 감시의 바깥에 있나

● 감시받지 않는 지방권력


"업무추진비 관련 규정을 연찬하여 앞으로는 유사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업무를 철저히 추진하기 바람."
-2019년 당진시의회 사무국 감사 결과 중

"업무추진비 결제계좌의 부족금 40만 8천 원을 보전 조치하고 집행의 명확성 확보를 위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바람."
-2018년 천안시의회 사무국 감사 결과 중

"부당 집행한 업무추진비 1,156만 원 환수 조치"
-2016년 강남구의회 사무국 감사 결과 중

위는 몇몇 기초의회 사무국 감사 결과 중 업무추진비 관련 대목을 추린 것이다. 작년 당진시의회 사무국에선 환수나 보전 조치가 없었고 재작년 천안시의회는 40만 원 조치, 4년 전 강남구의회 사무국에서 1천여만 원을 환수했다지만 금액이 대단히 큰 건 아니다. 이 정도면 비교적 잘 사용하고 있구나 착각할 정도다.

현실은 이러하다.

"대부분 알 수 없음."

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기에 그렇다. 기초의회 전체 예산이 2,342억 원에 이르는데도 그렇다.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③지방자치단체는 자체감사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감사규칙'을 갖고 있다. 소속 단체나 기관 모두 감사받는 게 아니라 이 규칙에 대상 기관으로 나와 있어야 감사를 받는다. 2020년 7월 기준 감사대상 기관에 의회 사무국이나 과가 포함된 기초자치단체는 73.5%(166개)다. 뒤집어 말하면, 26.5%(60개)는 과거에도, 지금도 감사대상이 아니다. 놀라운 건 이게 최근 개선된 수치라는 점이다.

불과 2년 6개월 전, 2018년 2월 시점엔 감사대상 아닌 의회 사무국이 71.2%(161개)였다. 열에 일곱은 감사대상이 아니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같은 해 6월, '지방의회 예산집행의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감사대상에 의회사무기구를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그래서 개선된 것이다. 문제는 감사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꼭 감사를 받는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는 거다.

● 감사 안 받는 74%.. 지금은?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③서울 강남구의회는 1991년 개원한 뒤 25년 만인 2016년 처음으로 구의회 사무국 종합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2013~2016년 명절 때마다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동료의원 등에게 소고기, 보리굴비 등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선 선물을 지급하는 등 부당 집행 사례가 드러났다. 1,157만 원을 환수하도록 조치됐다. 이 기사 첫 머리에 언급했던 그 감사 결과다.

감사 모범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후에도 감사규칙으로 정한 주기에 따라 계속 실시했다면 말이다. 강남구는 2014년 3월 '행정감사 규칙'을 개정해 감사대상 기관에 처음으로 구의회 사무국을 포함시켰고 2016년 5월 사상 첫 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더는 없었다. 같은 해 "감사실시 주기는 3년으로 한다"라고 감사규칙을 개정해 놓고도 3년이 지난 뒤인 2019년을 그대로 넘겼고 올해도 계획에 없다.

강남구청 측은 "모든 부서를 딱 3년 주기로 돌리는 건 아니다"라면서 "구청 산하에 38개 부서, 22개 동이 있기 때문에 골고루 돌아가게 안배해야 한다, 그런 제반 상황을 봐 가지고 계획을 짠다"라고 설명했다. 또 "연간 감사 계획대로 못 하는 경우도 많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감사를 자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6년 사상 첫 감사 보고서를 확인하기 위해 구청 홈페이지를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강남구청은 담당자 실수로 누락했다며 2020년 7월 말 보고서를 게시했다.)

2018년 권익위 의결서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 간 자체감사를 받지 않은 지방의회 사무기구는 166개, 73.5%였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채연하 사무처장은 "지방의회나 국회의 가장 큰 공통점은 감시의 눈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라며 "예산 정하고 행정부 감시하는 기능은 의회가 갖고 있는데 의회 감시하는 기능을 행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채 사무처장은 "행정부는 항상 눈치 보는 입장이라 의회가 업무추진비를 대충대충 써도 외부 시민단체 정도가 아니면 나중에 문제 제기하는 데도 없다"라며 "의회는 감시에서 열외라고 보면 된다"라고 개탄했다.

●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 마련한 의회, 38%뿐

2020년 7월 10일, 고양시의회는 조례 하나를 제정했다. '고양시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조례'(윤용석·김미수·이해림 의원 공동발의). 업무추진비의 개인 용도 사용과 심야·휴일 사용을 제한하고 사용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며 부당사용자를 제재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조례안을 발의한 윤용석 의원은 본회의에 "업무추진비의 사용 및 집행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용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라고 보고했다. 고양시의회는 이제라도 제정했지만 대다수 의회는 아니다.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과 공개에 관한 조례 혹은 규칙을 만든 의회는 2020년 7월 기준 86개, 38%에 불과하다.

이미 7년 전, 2013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표준안까지 만들어 제시하며 각 지방의회에 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지방의회의 위법·부당한 업무추진비 집행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나 큰 문제가 된 이후의 조치였다. 2015년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범위에 대해 규정했지만 사적 용도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은 없다. 각 의회가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투명하게 사용하자는 게 권익위 권고의 취지인데 지금까지도 기초의회의 62%는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 두루뭉실 공개하거나 비공개하거나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③2020년 2분기 수원시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이다. 수원시의회는 2008년부터 의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해왔고 2013년 8월부터는 자체 조례에 따라 분기마다 의장단 전체 집행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사용일시와 금액, 내용, 대상인원 정도만 공개하고 있어 어디에서 썼는지, 누구와 어떤 이유로 사용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렇게라도 공개하고 있는 의회는 162개, 71.7%이고 28.3%, 64개 의회는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조민지 사무국장은 "현재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는 수준은 간담회 활동, 회의 이 정도가 끝"이라면서 "도대체 어떤 회의나 간담회에서 누구와 함께 논의했는지, 그래서 업무추진비를 쓸 필요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는데 의회가, 시민들이 굉장히 방만하게 사용한다는 오해를 갖도록 쓰고 있는 게 문제"라며 상세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채연하 사무처장은 "새로 들어간 의원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기존의 관행을 습득하고 구 질서대로 굴러가는데 업무추진비 사용도 마찬가지"라며 "그 관행의 고리를 잘 끊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채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협의회 같은 데서 의회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고민해서 내놓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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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동네의회 털다가 내 영혼도 털린 사연

"정보공개 청구해서... 제가 이렇게 주말에 출근해서 전화한 거 아닙니까?"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분석에 한창이던 7월 중순 주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기초의회의 한 공무원이었습니다. 청구 내용에 대해 몇 가지 묻기에 답해주고는 "왜 주말에 출근했냐"고 물었더니 제가 청구했던 의장단 업무추진비 내역 정리 때문이라며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

'평소 정리했던 거 주면 될 텐 데 주말 근무까지 해야 했나?' 어쨌거나 저 때문에 주말에 일부러 나왔다니 죄진 것처럼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내용의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습니다.

● 우리가 기초의회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이유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분석기영광(?!)스럽게도 이제는 청구하면 먼저 알아봐 주는 분들도 여럿 있습니다. "잘 털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건넬 때도 있고요.

저희는 8대 지방의회가 출범한 2018년 7월부터 매 분기마다 226개 기초의회의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해왔습니다. 2년 합쳐서 276억 원에 이르는 돈, 우리가 낸 세금을 의회에서 허투루 쓰고 있진 않은지 꾸준히 지켜보기 위한, 나름의 캠페인이었습니다.

그 캠페인, 어느 정도 효과를 봤습니다. 일부 의회는 제가 청구한 형태로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에게 어떤 식으로 공개해야 할 지 몰랐는데 제가 보내준 샘플용 액셀 파일이 도움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의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왜 기초의회가 대상이었냐고요?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분석기한 기초의회 사무국 직원이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기초의회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기초의회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국회와는 다릅니다. 기초의회 의정활동과 관련한 데이터는 대부분 공개하지 않거나 일부 공개하더라도 각 의회마다 제각각이어서 시민단체든 언론이든 전체 상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의장단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는 더욱 그랬습니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의회 하나하나마다 업무추진비에 책정한 예산이 달라서 몇 곳만 놓고 분석-평가하는 건 형평에도 맞지 않아 전수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외전]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취재해 보도했는지 기초의회 털면서 저희 영혼도 같이 털린 분석기로 준비했습니다.
 
● 문제1 : 데이터가 없다!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분석기전국 기초의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한다는 건 226개 의회와 자료 공개 여부로 논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루한 데이터 정제와 분석 과정의 첫 단추를 끼우는 단계고요.

정리하고 나니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19만 3,291개였습니다. 이걸 확인하려면 226개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공개하고 있다면!) 파일을 내려받거나 각각 정보공개청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방식은 모든 의회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업무추진비 내역을 내려받아야 하는데 64개 의회(28%)는 공개도 안 하고 있더라고요. 공개 중인 의회도 막상 찾으려고 하면 엉뚱한 메뉴에 들어가 있는 등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분석기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 의회 사무국 직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규칙에도, 조례에도 공개하란 규정이 없는데 굳이 올릴 필요 없잖아요?"

사실 의장단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국민권익위는 2013년 지방의회가 지켜야 할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 관한 표준안을 내놓고 전국 의회에 조례로 제정해줄 것을 권고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응답 없는 의회가 다수입니다.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정보공개 청구제도를 활용했습니다.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비공개 사항이 아니라 청구하면 무조건 공개해야 하거든요. 

보통 청구하면 자료를 받기까지 2주 정도 걸립니다. 열흘 안에 답변하게 돼 있는데 휴일은 빼고 열흘이라 실제로는 2주가 됩니다. 기간 연장도 가능해서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는데 이번엔 충북 제천시의회가 마지막으로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6월 초에 처음 청구해서 226개 의회에서 전부 자료를 받기까지 20일 남짓 걸렸네요. 어디까지나 1차 자료 기준입니다. 부실하게 보내거나 그래서 다시 요청하고 확인 후 재차 연락하고 그렇게 실랑이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애초 청구했던 226개 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모두 확보한 건 7월 초,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 한 번 청구하면 이렇게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국 단위 청구를 할 때는 청구서 작성 전에 무엇을 감시하고 분석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의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을 바탕으로 평일 주간시간은 물론 주말, 휴일, 심야시간(23시 이후)의 사용 내역과 사용 장소를 분석하려 했기 때문에 일시, 장소, 금액, 사용자, 내용 등을 필히 공개하라고 청구서에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부실한 자료를 다시 달라고 요청해 채워 넣고... 그럭저럭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예상치 않는 데서 복병이 불쑥 튀어 나오더군요.

● 문제2 : 받아놓고 보니 쓸데없는 데이터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분석기
<①  파일이 문제>
우여곡절 끝에 자료를 받았는데 엑셀, PDF, HWP 파일 등 형식이 제각각! 이건 바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몇 개 되지 않다는 말입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이걸 분석 가능한 상태로 만들려면 숨만 쉬고 데이터를 정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고생을 덜기 위해서 깔끔한 엑셀 데이터 샘플을 청구서에 첨부했고 이렇게 공개해 주면 좋겠다고 했지만 단 23%(53개)의 의회만이 청구한 대로 공개했습니다. 나머지 173개 의회는 PDF, HWP, JPG와 분석이 불가능한 엑셀로 줬습니다. 사실 엑셀로 공개하는 게 의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통상 의회에서 관리 중인 파일 형식이 엑셀이니 그대로 요청한 거죠.(정보공개법에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그렇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하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저희가 엑셀을 요구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의회별, 의장단별로 얼마나 많은 금액을 사용했는지, 주말과 공휴일, 심야시간에 썼는지 분석하려면 수치 분석에 용이한 액셀 형태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엑셀로 받지 못했다면? 받은 자료를 보면서 엑셀에 일일이 입력해야 합니다. 

숫자 편집이 가능한 PDF 형식이면 그나마 감지덕지입니다. PDF를 엑셀로 바꿔 저장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출력한 뒤 사진 찍고 그걸 PDF로 공개한 의회는 분석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는 이미지(JPG)와 다를 게 없어서 숫자 하나, 문자 하나씩 직접 엑셀에 입력해야만 했습니다.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분석기왜 그렇게 불필요한 형식으로 공개할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스캔해서 이미지로 공개한 것도 공개한 것 아닌가요.", "의원님께서 공개하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하니까 공개하지 않을 순 없지만 의원들 눈치를 보는 의회 사무국이 많은 거죠.

또다른 문제는 청구한 대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마부작침]은 정보공개 청구서에 사용일자, 사용시간, 사용장소, 금액, 사용자, 인원 등 9개 변수를 요청했지만 상당수 의회가 시간이나 장소를 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런 때는 개별 의회에 연락해 다시 요청하는 수밖에 없는데요. 몇몇 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사용 시간을 왜 공개하라고 하느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죠.

<②  데이터가 문제>

수치 분석에 용이한 엑셀 파일로 받으면 문제가 없을까요? 관리 상태가 엉망인 파일은 더 골치 아팠습니다. 하나의 엑셀 안에서 연도별 혹은 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장별로 시트를 나눠서 공개한 경우가 대표적이었습니다. 각 의회마다 관리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분석기위에서 보듯 한 의회는 2018, 2019, 2020년도 3개의 시트로 나눠서 공개했고 또 다른 의회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시트로 구분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각 시트를 수작업으로 합쳐줘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의회마다 형식도 조금씩 달라서 일일이 보면서 맞춰줘야 했습니다. 

날짜와 시간 입력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국제표준 방식(ISO 8601)인 "2019-01-01'으로 요청했지만 대부분이 '19.01.01', '2019년 1월 1일', '01 Jan 2019'와 같이 날짜로 인식할 수 없는 형식으로 공개했습니다. 날짜는 주말, 공휴일 사용을 따져보기 위해 꼭 필요했는데 대부분의 형식이 맞지 않아 결국 19만 건을 모두 확인하고 수정해야 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제도의 취지는 공공기관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하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그저 '공개하니까 된 거 아니냐'는 식의, 공개를 위한 공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국민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공개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 문제3 : 정부의 역할은 어디에 있나

공공데이터포털 혹은 재정포털 같은 곳에 기초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꾸준하게 공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역시민단체들이 모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최근 국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지방의회 의정활동 통합 정보공개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연대 회원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조민지 사무국장은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한 곳에 모아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전수 조사를 개인이 한다는 건 쉽지 않다"라고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검토 결과는 '부적격'이었습니다. 지방의회 의정활동을 통합 공개하는 건 필요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행안부는 근거 마련을 위해 7월 3일 지방자치법을 비롯해 관련법 5개의 제·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지방의회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다른 의정활동도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게 조금은 더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마부작침]은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지방의회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감시를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다음엔 저희 영혼, 또 털리지 않겠죠?

취재: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배정훈  디자인: 안준석  인턴: 이유민, 이승우,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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