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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커피를 사랑한 의장님…그들은 용돈처럼

[마부작침] 커피를 사랑한 의장님…그들은 용돈처럼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②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20.08.05 10:00 수정 2020.08.06 09: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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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커피를 사랑한 의장님…그들은 용돈처럼
1991년 3월, 5.16 군사정변 이후 중단됐던 지방선거가 31년 만에 부활했다. 전국 시군구에서 4,304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했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흘렀다. 2018년 선거에서 뽑힌 226개 기초의회 의원 2,927명이 의정활동을 펴고 있다. 8기 지방의회는 이제 전반기를 마감하고 후반기 2년에 돌입했다. 반환점을 돈 기초의회의 지난 2년은 어떠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몇 가지 데이터에 기반해 지방의회의 전반기를 결산해보기로 했다. 먼저 기초의회 의장단의 지난 2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19만 건을 전수 분석했다. 취지에 맞게 제대로 썼는지 살펴봤다. 시민 세금이 혹여나 분별없이 사용되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1편 <'의원님 식당'에서 몰아쓴 1300만 원>에서 특정 업체에 집중된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와 전체 현황을 짚어봤고 이번 2편은 사적 용도와 휴일 사용 문제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 2020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전수분석 ①
● 커피 사랑한 의장님.. 전국 소액결제 1위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 사람이 1년에 커피 353잔, 세계 평균의 2.7배를 마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2019, 현대경제연구원) 기초의회 의장단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이름에 '커피'나 '카페'가 포함된 장소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1억 9,565만 원(6,809건)이었다. 여기 빠져 있는 곳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역 인사들과 간담회 혹은 업무 협의하면서 커피 마시는 건 업무추진비 집행 목적에 부합한다. 그런데 혼자서 또는 가족이나 친구와 커피를 마셨다면?

[마부작침]은 지난 2년 간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가운데 1만 원 미만 사용내역을 따로 분석했다. 이런 소액 결제를 살펴본 건, 업무추진비를 목적과 달리 자기 용돈처럼 썼다는 점이 이 내역에서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②소액결제 1위는 성북구의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임태근 의원이었다. 임 의원은 2년 동안 1만 원 미만 결제를 196건 했다. 총 사용금액은 120만 7,130원, 1건 평균 6,159원이다. 강동구의회 운영위원장이 169건, 서초구의회 재정건설위원장 148건, 서초구의회 행정복지위원장 134건, 강북구의회 부의장 97건 순이었다.

5천 원 미만 결제도 찾아봤다. 역시 1위는 임 의원, 67건 사용했고(24만 1,500원) 그다음은 서초구의회 행정복지위원장 48건, 강동구의회 운영위원장 38건, 강북구의회 부의장 29건, 서초구의회 재정건설위원장 22건이었다. 1~5위까지 일부 순위는 바뀌었으나 그 다섯 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초의회 의장단 9백여 명 전체에서 1만 원 미만 소액 결제한 건 3,726건, 5천 원 미만은 699건이었다.

● 의정활동의 일환 VS. 사적 사용... 결과는?

어디에 썼을까. 금액 관계없이 임태근 의원의 업무추진비 사용 자체가 가장 많았던 곳은 이OO커피 한성대점이었다. 41건, 33만 500원을 사용했는데 확인해 보니 이 카페 건물 7층이 임 의원 자택이었다. 업무추진비로 출퇴근길 커피 한두 잔씩 마신 것으로 보인다. 이외 다른 카페에서 1만 원 미만 결제해 커피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업무추진비 사용은 144건, 89만 6,400원이었다.

임 의원은 카페 외에도 자택 근처 200미터 이내에서 업무추진비를 수십 차례 사용했다. 집 앞 마트 두 곳에서 117만 원(27건), 과일가게 39만 원, 정육점에서 21만 원을 썼고 자택 1층 중식당에서도 썼다. 휴일에도 1,226만 원(207건, 중복 포함)을 사용했다. 고향인 전남 보성군과 인근 강진, 완도군에서도, 오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썼다. 성북구의회 사무국은 전반기 임 의원의 보성 방문 6회 중 단 1회만 구의회 의장 자격의 공식 일정이라고 밝혔다.

[마부작침]의 질의에 임 의원은 "전남 보성군 율어면과 서울 성북구 성북동이 자매결연을 맺어서 보성에서 식사 한 번 했다"면서 "의정 활동의 일환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집 근처 카페와 식당 등에서 사용한 것도 "(업무추진비로) 차도 한 잔 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은 이해를 해줘야지"라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다만, 정육점에서 고기 샀던 것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손주들과 식사할 때 쓴 건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성북구의회 사무국은 임 의원의 업무추진비 집행 가운데 문제가 확인된 340여만 원을 환수 조치했다고 알려왔다.

5천 원 미만 결제에서 전체 2위였던 서울 서초구의회 전반기 행정복지위원장이었던 김안숙 의원은 지역구 내 내방역 인근 카페에서 업무추진비 65건을 사용했는데 20건이 5천 원 미만 결제였다. 자택 근처 카페로 추정된다. 전체 3위였던 서울 강동구의회 전반기 운영위원장 박원서 의원은 경기도 하남의 카페에서 17건 썼다. 박 의원 집이 카페 근처인 것으로 보인다.

● 의장실 꽃 장식하고, 50만 원 미만으로 끊어 결제하고

꽃과 업무추진비는 어떤 관계일까? 기관장 퇴임·취임 때 혹은 국경일 기념식이나 기관 이전·개소 같은 때 축하용으로 꽃을 살 수 있다. 그 외에는 쓰면 안 된다.

경기 수원시의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조명자 의원. 조 의원은 자기 지역구 꽃집 한 곳에서 업무추진비로 679만 원(12건)을 사용했다. 이 중 세 건은 직원 생일·수상 축하·자매도시 방문 명목으로 집행 목적에 부합했지만 아홉 건은 업무추진비를 써선 안 되는, 의장실 환경정비용 화분 구입이었다.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평균 63만 원을 써서 의장실 환경을 개선한 셈이다. 이 중 여섯 건이 50만 원 이상 지출이었는데 그러면 상세 내역이 담긴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꽃집은 수원시 통장협의회 회장인 임모 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행사에 보낸 꽃들도 있는데 한꺼번에 결제해 금액이 커진 것"이라면서 "특정 업체에 몰아준 건 아니고 꽃값이 싸서 거래했다"라고 해명했다. 조 의원은 "비서실에서 역대 의장들이 그렇게 해와서 똑같이 했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니 앞으로 명확하게 쓰도록 차기 의장과 사무국에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의회 전반기 의장인 신재범 의원은 지난 1월 22일 직원 및 동료의원 설 선물 명목으로 48만 원, 45만 원씩 업체 한 곳에서 두 번 나눠서 결제했다. 지난해 9월 5일엔 역시 직원 등 격려물품을 구입하며 45만 원, 44만 원씩 업무추진비를 나눠서 사용했다. 50만 원 이상 지출에 내야 하는 사유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추정된다.

신 의원은 이에 대해 "왜 그랬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면서 "아마 직원들이 회계 처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라고 해명했다.

[마부작침]이 확인한 의장단의 '끊어 쓰기' 결제는 141건, 4,772만 원에 이른다. 226개 의회 의장단 가운데 37개, 전체의 16%에서 분할 결제 행태가 확인됐다. 50만 원 이상 사용 시 사유서 제출을 피하기 위한 건데, 소액 결제 1위였던 성북구의회 임태근 의원이 8건으로 여기서도 1위, 하동군의회의 신재범 의원은 7건으로 그다음이었다.

● 휴일과 심야 사용.. 업무추진비였나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②주말이나 공휴일, 공식적으로 의회 업무가 있지 않은 날이나 심야 시간엔 업무추진비를 얼마나 썼는지 확인했다. 전체 의장단은 휴일에 9,713건, 밤 11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엔 678건을 사용했다. 의원들이 휴일에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등 의정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권익위원회는 휴일과 심야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자체 조례를 만들 것을 권고했고 일부 의회는 권고 따라 실행하고 있다. 전례로 비춰볼 때 사적 사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전반기 2년 동안, 휴일에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사용했던 건 서울 강동구의회 의장단이었다. 620건, 3,684만 원을 썼다. 전국 평균이 44건인데 14배 더 많이 쓴 셈이다. 다음은 299건(2,681만 원)을 쓴 경기 고양시의회, 135건(1,613만 원) 경남 양산시의회 순이었다. 개인별로는 경남 창원시의회 전반기 의장 이찬호 의원이 2,704만 원(93건)으로 가장 많이 썼고 서울 강동구의회 의장 임인택 의원이 1,663만 원(204건), 경기 파주시의회 의장 손배찬 의원 1,587만 원(138건) 순이었다. 성북구의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임태근 의원은 휴일 사용금액은 여덟 번째로 많았지만 사용건수는 207건으로 전체 1위였다. 휴일 사용이 가장 많았던 강동구의회 측은 [마부작침]에 업무추진비 관련 의원 행동강령을 마련해 휴일 등 사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 업무추진비 문제 지적했더니 현금으로 달라는 의장님

"카드로 사용하라고 하니까 너무 불편하다. 자정 넘으면 사용이 안 되고, 주말에도 안 된다고 한다. 현금으로 줬으면 좋겠다."

취재 중에 한 기초의회 전반기 의장이 했던 말이다. 여기저기 돈 쓸 곳 많은데 카드에 제약이 많아 잘 못 쓰겠다는 거다. 가뜩이나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저렇게 말하는 의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생경했다.

"업무추진비를 쓰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 이름에 맞게 누구를, 어떤 목적으로, 얼마의 비용을 써서 만났는지 제대로 밝히면 된다." 정부와 의회 예산을 감시해온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채연하 사무처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취재: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배정훈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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