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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외전] 동네의회 털다가 내 영혼도 털린 사연

[마부작침 외전] 동네의회 털다가 내 영혼도 털린 사연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분석기

배여운 기자 woons@sbs.co.kr

작성 2020.08.07 10:01 수정 2020.08.07 10: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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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 청구해서... 제가 이렇게 주말에 출근해서 전화한 거 아닙니까?"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분석에 한창이던 7월 중순 주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기초의회의 한 공무원이었습니다. 청구 내용에 대해 몇 가지 묻기에 답해주고는 "왜 주말에 출근했냐"고 물었더니 제가 청구했던 의장단 업무추진비 내역 정리 때문이라며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

'평소 정리했던 거 주면 될 텐 데 주말 근무까지 해야 했나?' 어쨌거나 저 때문에 주말에 일부러 나왔다니 죄진 것처럼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내용의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습니다.

● 우리가 기초의회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이유

영광(?!)스럽게도 이제는 청구하면 먼저 알아봐 주는 분들도 여럿 있습니다. "잘 털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건넬 때도 있고요.

저희는 8대 지방의회가 출범한 2018년 7월부터 매 분기마다 226개 기초의회의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해왔습니다. 2년 합쳐서 276억 원에 이르는 돈, 우리가 낸 세금을 의회에서 허투루 쓰고 있진 않은지 꾸준히 지켜보기 위한, 나름의 캠페인이었습니다.

그 캠페인, 어느 정도 효과를 봤습니다. 일부 의회는 제가 청구한 형태로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에게 어떤 식으로 공개해야 할 지 몰랐는데 제가 보내준 샘플용 엑셀 파일이 도움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의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왜 기초의회가 대상이었냐고요?

한 기초의회 사무국 직원이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기초의회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기초의회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국회와는 다릅니다. 기초의회 의정활동과 관련한 데이터는 대부분 공개하지 않거나 일부 공개하더라도 각 의회마다 제각각이어서 시민단체든 언론이든 전체 상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의장단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는 더욱 그랬습니다.

의회 하나하나마다 업무추진비에 책정한 예산이 달라서 몇 곳만 놓고 분석-평가하는 건 형평에도 맞지 않아 전수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외전]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취재해 보도했는지 기초의회 털면서 저희 영혼도 같이 털린 분석기로 준비했습니다.

● 문제1 : 데이터가 없다!

전국 기초의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한다는 건 226개 의회와 자료 공개 여부로 논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루한 데이터 정제와 분석 과정의 첫 단추를 끼우는 단계고요.

정리하고 나니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19만 3,291개였습니다. 이걸 확인하려면 226개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공개하고 있다면!) 파일을 내려받거나 각각 정보공개 청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방식은 모든 의회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업무추진비 내역을 내려받아야 하는데 64개 의회(28%)는 공개도 안 하고 있더라고요. 공개 중인 의회도 막상 찾으려고 하면 엉뚱한 메뉴에 들어가 있는 등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 의회 사무국 직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규칙에도, 조례에도 공개하란 규정이 없는데 굳이 올릴 필요 없잖아요?"

사실 의장단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국민권익위는 2013년 지방의회가 지켜야 할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 관한 표준안을 내놓고 전국 의회에 조례로 제정해줄 것을 권고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응답 없는 의회가 다수입니다.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정보공개 청구제도를 활용했습니다.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비공개 사항이 아니라 청구하면 무조건 공개해야 하거든요.

보통 청구하면 자료를 받기까지 2주 정도 걸립니다. 열흘 안에 답변하게 돼 있는데 휴일은 빼고 열흘이라 실제로는 2주가 됩니다. 기간 연장도 가능해서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는데 이번엔 충북 제천시의회가 마지막으로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6월 초에 처음 청구해서 226개 의회에서 전부 자료를 받기까지 20일 남짓 걸렸네요. 어디까지나 1차 자료 기준입니다. 부실하게 보내거나 그래서 다시 요청하고 확인 후 재차 연락하고 그렇게 실랑이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애초 청구했던 226개 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모두 확보한 건 7월 초,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 한 번 청구하면 이렇게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국 단위 청구를 할 때는 청구서 작성 전에 무엇을 감시하고 분석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의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을 바탕으로 평일 주간시간은 물론 주말, 휴일, 심야시간(23시 이후)의 사용 내역과 사용 장소를 분석하려 했기 때문에 일시, 장소, 금액, 사용자, 내용 등을 필히 공개하라고 청구서에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부실한 자료를 다시 달라고 요청해 채워 넣고... 그럭저럭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예상치 않는 데서 복병이 불쑥 튀어 나오더군요.

● 문제2 : 받아놓고 보니 쓸데없는 데이터

<① 파일이 문제>
우여곡절 끝에 자료를 받았는데 엑셀, PDF, HWP 파일 등 형식이 제각각! 이건 바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몇 개 되지 않다는 말입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이걸 분석 가능한 상태로 만들려면 숨만 쉬고 데이터를 정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고생을 덜기 위해서 깔끔한 엑셀 데이터 샘플을 청구서에 첨부했고 이렇게 공개해 주면 좋겠다고 했지만 단 23%(53개)의 의회만이 청구한 대로 공개했습니다. 나머지 173개 의회는 PDF, HWP, JPG와 분석이 불가능한 엑셀로 줬습니다. 사실 엑셀로 공개하는 게 의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통상 의회에서 관리 중인 파일 형식이 엑셀이니 그대로 요청한 거죠.(정보공개법에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그렇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하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저희가 엑셀을 요구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의회별, 의장단별로 얼마나 많은 금액을 사용했는지, 주말과 공휴일, 심야시간에는 얼마나 썼는지 분석하려면 수치 분석에 용이한 엑셀 형태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엑셀로 받지 못했다면? 엑셀에 일일이 입력해야 합니다.

숫자 편집이 가능한 PDF 형식이면 그나마 감지덕지입니다. PDF를 엑셀로 바꿔 저장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출력한 뒤 사진 찍고 그걸 PDF로 공개한 의회는 그마저도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는 이미지(JPG)와 다를 게 없어서 숫자 하나, 문자 하나씩 직접 엑셀에 입력해야만 했습니다.
왜 그렇게 불필요한 형식으로 공개할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스캔해서 이미지로 공개한 것도 공개한 것 아닌가요.", "의원님께서 공개하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하니까 공개하지 않을 순 없지만 의원들 눈치를 보는 의회 사무국이 많은 거죠.

또다른 문제는 청구한 대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마부작침]은 정보공개 청구서에 사용일자, 사용시간, 사용장소, 금액, 사용자, 인원 등 9개 변수를 요청했지만 상당수 의회가 시간이나 장소를 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런 때는 개별 의회에 연락해 다시 요청하는 수밖에 없는데요. 몇몇 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사용 시간을 왜 공개하라고 하느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죠.

<② 데이터가 문제>

수치 분석에 용이한 엑셀 파일로 받으면 문제가 없을까요? 관리 상태가 엉망인 파일은 더 골치 아팠습니다. 하나의 엑셀 안에서 연도별 혹은 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장별로 시트를 나눠서 공개한 경우가 대표적이었습니다. 각 의회마다 관리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위에서 보듯 한 의회는 2018, 2019, 2020년도 3개의 시트로 나눠서 공개했고 또 다른 의회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시트로 구분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각 시트를 수작업으로 합쳐줘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의회마다 형식도 조금씩 달라서 일일이 보면서 맞춰줘야 했습니다.

날짜와 시간 입력 방식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국제표준 방식(ISO 8601)인 "2019-01-01'으로 요청했지만 대부분이 '19.01.01', '2019년 1월 1일', '01 Jan 2019'와 같이 날짜로 인식할 수 없는 형식으로 공개했습니다. 날짜는 주말, 공휴일 사용을 따져보기 위해 꼭 필요했는데 대부분의 형식이 맞지 않아 결국 19만 건을 모두 확인하고 수정해야 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제도의 취지는 공공기관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하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그저 '공개하니까 된 거 아니냐'는 식의, 공개를 위한 공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국민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공개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 문제3 : 정부의 역할은 어디에 있나

공공데이터포털 혹은 재정포털 같은 곳에 기초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꾸준하게 공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역시민단체들이 모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최근 국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지방의회 의정활동 통합 정보공개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연대 회원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조민지 사무국장은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한 곳에 모아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전수 조사를 개인이 한다는 건 쉽지 않다"라고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검토 결과는 '부적격'이었습니다. 지방의회 의정활동을 통합 공개하는 건 필요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행안부는 근거 마련을 위해 7월 3일 지방자치법을 비롯해 관련법 5개의 제·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지방의회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다른 의정활동도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게 조금은 더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마부작침]은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지방의회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감시를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다음엔 저희 영혼, 또 털리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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