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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② 노인 보호 못 하는 노인보호구역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두 번째

[마부작침] ② 노인 보호 못 하는 노인보호구역
교통 약자.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이를 규정한 '교통 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2006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국민의 25%가량이 교통 약자로 추산됐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이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 6월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을 통해 민식이법으로 촉발된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이어서 또 다른 교통 약자인 노인의 안전 문제를 점검한다. 최근 13년 간 노인 교통사고 데이터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살폈고, GIS 분석 기법을 통해 노인보호구역의 실태와 사각지대를 확인했다.

202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16.0%, 이미 고령 사회에 접어든 지도 3년이 흘렀고 노인 비율은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은 이미 노인이다. 매년 1,500명씩 나오는 노인 사망자들, 조금은 줄여야 하지 않겠냐는 게 [마부작침]의 문제의식이었다.

● 아이는 줄고, 노인은 늘고

대한민국이 늙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 기준 평균 연령은 2020년 현재 42.6세, 중년이다. 40년 전인 1980년에 25.9세, 2000년엔 33.1세였는데 2015년 40.4세, 처음으로 40세를 돌파했다. 14세 이하 인구는 2020년 현재 12.3%(638만 명), 65세 이상 인구는 16.0%(829만 명)이다. 아이보다 노인이 많다. 2016년까지만 해도 14세 이하 인구가 더 많았는데 2017년에 역전되더니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인 '고령 사회'에 이미 도달했다. 통계청의 2019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30년엔 노인 인구가 25.0%, 2050년엔 39.8%에 이르고 2060년엔 43.9%를 차지한다. 반면 14세 이하 인구는 2030년 한 자리 수로 내려가 9.6%가 되고 2060년이면 8.0%다. 아이들은 줄고, 노인들은 늘고 있다.

● 노인보호구역, 어린이 구역의 11.4%

노인보호구역. 교통약자인 노인을 교통사고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양로원,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등 노인들의 통행량이 많은 구역을 선정하여 노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고자 하는 지정된 교통약자 보호구역으로 실버존(Silver Zone)이라고도 한다. 도로교통법 12조의 2에 규정돼 있으며 2019년 12월 기준 전국의 노인보호구역은 1,932곳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은 같은 시점에서 16,912곳, 둘을 비교하면 노인보호구역 수는 어린이보호구역 수의 11.4%다. 노인이 아이보다 많지만 보호구역은 훨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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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 관련 시설 주변도로를 지정하도록 돼 있다. 생활인구 즉, 어린이가 그 주변에 실제로 얼마나 많이 오가는지는 반영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유치원과 일정 규모 이상의 어린이집, 유치원 주변이 지정 대상인데 지정률은 82%에 이르지만 곳곳에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지정 기준이다. 노인보호구역도 마찬가지인데 지정률마저 한 자릿수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노인 인구는 더 많고 노인 사고는 훨씬 더 많은 반면, 노인보호구역은 단순 비교하면 어린이 구역의 10% 남짓에 불과해 그 빈틈, 사각지대는 더 클 수밖에 없다.

● 노인 생활인구가 많은 곳은 어디?

[마부작침]은 2019년 1월~12월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데이터를 가려냈다.(다만 10월 데이터에 16일 치가 빠져 있어 총 349일의 평균을 구했다.) 서울 전역의 집계구는 19,154개, 전체 집계구의 노인 생활인구 평균은 15.8%였다. 생활인구 100명 중 16명은 노인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노인 생활인구가 평균 이상인 집계구는 절반이 조금 넘는 52.1%(9,971개)였다.
※집계구: 행정동을 더 세분화한 인구 5백 명 정도의 통계용 구역 단위. 세밀한 분석이 가능해 노인보호구역처럼 특정 구역 주변을 분석하는 데 용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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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자치구 중에서 강북구가 21.2%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도봉구 20.3%, 은평구 18.5%, 중랑구 18.1%, 동대문구 18.0% 순이었다. 2019년 1년 동안 이들 구에서 오갔던 사람들 5명 중 1명 정도는 65세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강남구가 12.3%로 가장 낮았고 마포구 12.5%, 중구 13.7%, 광진구 13.9%, 서초구 13.9% 순이었다. 그만큼 이들 구의 생활인구는 65세 미만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동 단위로 보면 도봉구 도봉 1동이 25.8%로 가장 높았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도봉산을 오가는 이들 중 고령층이 많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은 동대문구 청량리동 25.4%, 제기동 24.8%였다. 청량리와 경동시장 같은 전통시장이 자리한 동이라 노인 생활인구 비율이 높게 나온 것 같다. 금천구 가산동이 7.4%로 가장 낮았고 강남구 역삼1동 7.8%, 광진구 화양동 8.0% 순이었다. 테크노밸리나 오피스 타운, 대학가 등 지역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노인 사고가 많은 곳은 어디?

2019년 한 해 동안 서울 전역에서 발생한 노인 교통사고는 2,154건이다. 25개 구 중에서는 동대문구가 126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성북구 124건, 영등포구-중랑구 120건, 강동구 118건 순이었다. 광진구가 39건으로 가장 적었고 용산구 40건, 중구 46건, 종로구 51건 등으로 나타났다.
동 단위에서는 동대문구 제기동이 사고 30건으로 최다였고 영등포구 영등포동 25건, 강동구 천호2동 21건이 뒤를 이었다. 노인 생활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대체로 사고도 많은 경향을 보였다.

● '노인보호구역 사각지대'를 확인하다

[마부작침]은 노인 생활인구와 노인 사고 데이터를 종합해 '노인보호구역 사각지대'를 확인했다.

위에서 언급했듯 노인 생활인구가 평균 이상인 집계구는 52.1%(9,971개)였다. 여기에 2019년 노인 교통사고 2,154건의 위치 정보를 토대로 1건 이상 사고가 발생한 집계구를 추려냈다. 9.1%(1,738곳)였다. 2019년 평균 노인 생활인구가 15.8% 이상이면서, 1건 이상 노인 사고가 발생한 집계구는 1,066곳이었다. 이 중에서 기존의 노인보호구역이 있는 곳을 빼니 1,055곳이 나왔다. [마부작침]은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현재 서울의 노인보호구역 146개의 반경 300미터에 이들 집계구가 조금이라도 겹치면 다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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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최종 확인한 2019년 기준 서울의 '노인보호구역 사각지대'는 836곳이었다. 노인 생활인구가 평균 이상으로 많으면서 노인 사고가 1건 이상 발생했고 그런데도 노인보호구역은 아닌 곳들이다. 현재 노인보호구역 146개 외에도 이 기준에 따라 추가한다면 8백 개 이상 노인보호구역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노인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엔 어떤 업체가?

[마부작침]은 2019년 서울의 노인 교통사고 데이터를 토대로 이번엔 업종 분석을 시도했다. 다시 말해, 노인 사고는 어떤 업종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노인보호구역은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 공원 등 노인 관련 시설 주변에 지정할 수 있는데 이 기준의 타당성을 묻기 위한 분석이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한 192종의 업종 데이터 중에서 노인들이 자주 이용할 만한 업종 10개에 공공데이터포털에서 분류한 업종 2개를 더했다. 여기에 노인보호구역 지정기준인 노인 관련 시설까지 모두 13개의 업종 주변 100미터 이내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노인 사고가 1건 이상 발생했는지를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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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업체 수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비율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를테면 일반음식점은 업체 수가 가장 많고 사고 발생지역 주변 100미터에도 대부분 포함돼 있어 업종 비교가 의미 없어 보였다. 전체 업체 중 사고 발생지 주변 100미터에 있는 업체로 보면 일반음식점은 26.4%로 나타났다. 즉, 서울 전체 일반음식점 중에서 2019년 주변 100미터 내에서 노인 사고가 발생한 곳은 26.4%, 대략 4곳 중 1곳 꼴이었다는 말이다.

가장 비율이 높은 건 전통시장이었다. 42.4%를 차지했다. 전통시장 5곳 중 2곳 주변에서는 작년에 노인 사고가 1건 이상 발생했다. 다음은 의원으로 36.1%, 안경원 34.9% 등으로 의료 관련 시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노인 관련 시설은 24.1%였다. 다소 성긴 분석일 수 있으나 이들 업체 주변은 노인 생활인구 비율도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노인보호구역 지정 기준을 정비한다면 이렇게 노인이 많이 다니는 업종, 노인 생활인구, 그리고 사고 데이터까지 종합 고려해 보완돼야 한다.

● 노인·어린이 등 교통약자와 보행자 안전을 위하여

[마부작침]은 어린이 교통안전에 이어 이번엔 노인 교통안전 문제를 살펴봤다. 주로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에 치중된 정책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교통안전 대책에서 "고령자 왕래가 잦은 전통시장, 병원 등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 가능토록 하고, 노인보호구역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이 필요한데 20대 국회에선 어떤 이유에선지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도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 그 법안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꼭 결실을 봐야 할 것이다.

보호구역 확대와 함께 보행자 전반의 안전을 위한 정책으로 확대해 갈 필요가 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통시장이든 다른 시설이든 노인만 가는 게 아니고 애들도 가고 어른도 가기 때문에 보호구역을 계속 늘려나가는 게 효과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주거지역이나 이면도로 같은 곳은 '생활도로구역-Zone 30'으로 지정하는 걸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취재 :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유민, 이승우  

▶ [마부작침] ① 2019년 노인 1,523명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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