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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0.06.17 08:59 수정 2020.06.17 09: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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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침]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마침'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줄임말이자 길고 긴 종합기사를 뜻합니다. 개별 기사를 하나씩 찾아 읽기보다는, 다소 길더라도 한 번에 읽고 싶어할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를 끝마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청원 : "민식이법 취지는 찬성하나 그중 특가법은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답변 : "현행법과 기존 판례 감안하면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

'민식이법'의 시간이 시작됐다.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 법의 내용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교통 안전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고 사고 낸 운전자는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시행 즈음에 가중처벌 조항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왔고 35만 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약 한 달 뒤인 4월 20일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면서 사실상 '개정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민식이법' 표결에서 '유이'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한 국회의원은 20대 국회 임기를 마치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재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민식이법'의 과잉처벌 우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다뤄볼 작정이다. 아직 분석할 만한 처벌 사례가 거의 없어서 그렇다. 대신, '민식이법'의 원래 취지가 어린이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인 만큼 우선 이 안전 문제에 대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각도로 짚어보겠다.

※ '민식이법'이란?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시의 한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진 9살 김민식 군의 이름을 붙인 개정 도로교통법과 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 두 가지를 함께 이르는 말. 전자는 스쿨존에 신호등과 과속방지턱, 단속카메라 등 교통 안전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한 것, 후자는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망 및 상해사고를 냈을 때 가중처벌하는 내용.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 중.

​○ 2019년 다시 증가한 사고…여전히 불안한 스쿨존

● 어린이 교통사고-스쿨존 사고 모두 2019년에 늘었다

2020년 3월 27일, 민식이법 시행 이틀 만에 첫 위반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 포천의 한 유치원 근처 스쿨존에서 길 건너던 11세 어린이가 차에 치어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21일, 전북 전주에선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스쿨존에서 불법 유턴하던 차량에 2세 어린이가 희생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년과 달리 5월 말에 이르러 실제 등교가 시작된 만큼 올해 상반기 사고 발생은 이전보다 다소 적었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마부작침]은 타스, TAAS(Traffic Accident Analysis System=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어린이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타스에는 경찰과 보험사 등 관련 기관을 통해 수집된 사고 정보가 있다. 그중에서 사고 규모나 피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경찰 접수 사고를 기준으로 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도로교통법은 13세 미만을 어린이로 규정한다. 이 어린이 교통사고가 2007년에 1만 5천642건이었는데 2019년엔 1만 1천54건으로 4천500건 감소했다. 사망자 수도 2007년 179명에서 2019년 28명으로 크게 줄었다. 부상자 수는 1천500명 늘었다. 2018년 전체 어린이 사고 1만 9건과 비교하면 2019년에 1천 건 정도 사고가 늘긴 했으나 13년 간 흐름을 보면 전반적으로 사고 수가 줄었고 사망자도 감소했다. 긍정적인 신호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스쿨존 사고는 좀 달랐다. 2007년 345건에서 2019년 567건으로 122건 늘었다. 추이를 보면 계속 늘어나다가 2011년 751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오르락내리락하다 2015년 이후엔 감소세였다. 그런데 2018년 435건에서 2019년 567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스쿨존 지정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진 않다. 2007년 8천429개였던 스쿨존은 2009년 9천584개로 서서히 늘어나다 2010년 1만 3천207개로 급증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스쿨존 지정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사고 수 자체도 증가했다. 그럼에도 스쿨존 지정이 별로 늘지 않고 있던 2019년, 다시 사고가 늘어난 건 예사롭지 않다.

● 7세 어린이, 하교 시간, 5월

어린이 교통사고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7세, 하교 시간, 5월이다.

지난 13년간 교통사고 당한 어린이 중 가장 많았던 연령은 7세다. 사망자, 부상자 모두 그러한데 주로 초등학교 1학년생의 나이다. 부모나 도우미 조력을 받아 등하교시키는 게 합리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데이터다. 등교 시간보다는 하교 시간대인 오후 4~6시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월별로 보면 사고 수로 5월이 최다였고 다음은 6월, 8월, 7월 순이었다. 요일로는 주말인 토와 일요일에 사고가 많아 전체 사고의 33.7%가 발생했다.

스쿨존 사고도 대체로 비슷한데 학교 같은 시설 주변이라는 특성이 좀 더 반영됐다. 7세 어린이의 사망이나 부상이 많다는 건 같았지만 사고 시간대는 오후 2~4시에 조금 더 집중됐다.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보다는 평일, 특히 금요일에 사고 수가 최다였고 5월이 가장 사고가 많은 달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스쿨존 사고에서 가해 운전자가 어떤 법규를 위반했는지 살펴봤다. 가장 많은 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34.0%를 차지했고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이 32.3%로 그다음이었다. 이 둘을 합치면 66.3%, 3분의 2나 됐다. 특히 사망사고에서는 이들 두 법규 위반을 합쳐 69.7%로 그 비율은 더 올라갔다. 스쿨존 사고의 가해자는 안전운전이나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 발상 바꾼 '스쿨존 대책'…한 달에 39만 번 우회 선택

어린이 교통사고를 가능하면 줄여야 하고 그중에서도 스쿨존 사고는 더더욱 최소화해야 한다는 건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민식이법'은 과잉처벌 우려가 타당한지를 떠나 현재 시행 중인 법이다. 운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나의 실천 방안을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내놨다. 자사의 서비스에 '스쿨존 우회' 기능을 추가해 업데이트한 것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스쿨존이 있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우회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해 스쿨존에 아예 안 가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에스케이티(SKT)의 티맵은 4월 23일부터 '어린이 보호 경로' 옵션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 지도는 5월부터 시작했고 카카오내비는 우선 스쿨존 진입시 안내 기능을 강화했으며 조만간 우회 기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틀란 등 내비게이션 업체들도 우회 옵션 적용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운전자들이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

[마부작침]이 입수한 티맵의 스쿨존 우회 요청 데이터를 보면, 서비스를 적용한 4월 23일부터 5월 20일까지 약 한 달 간, 39만 6천584건의 길 안내 요청이 기록됐다. 하루에 1만 회 이상 스쿨존 우회 경로를 안내받았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길 안내 건수인 10억 건의 0.037%다. 아직 이 기능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다는 점, 다른 내비게이션 서비스 사용자도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는 아니다.

광역시도별로는 경기, 서울, 인천, 충남, 경남 순으로 많았다. 전체 사용 건수가 많은 곳들이 우회 경로 안내 건수도 많았다. 아직 지역별 특징이나 경향을 파악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스쿨존을 피해 갈 수 있는 대안이 생긴 건 고무적인 일이다.

스쿨존은 어린이 시설 주변에서는 어린이 안전에 더욱 유의하자며 특별히 지정해 놓은 구역이다. 이 구역 안에선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늘 조심해서 운전하자는 취지다. 스쿨존의 주정차 금지도 여기엔 아예 차를 갖고 오거나 운전하지 말라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스쿨존 개념과 부합하지 않는 지정과 관리, 그리고 인식이 함께 얽혀있다 보니 그 취지가 제대로 살지 않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 스쿨존 불법 주정차 30만 건…꾸준한 위반이 문제

● 5년 간 스쿨존 불법 주정차 30만 건…꾸준한 위반

2015년 1월 1일부터 2020년 4월 30일까지 5년 4개월, 서울시 각 자치구의 불법 주정차 단속 데이터를 확보한 뒤 다시 단속 장소 정보에서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주변을 따로 추출했다. 서울시가 분류하지 않는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를 이렇게 추정해본 것이다. 단속 시간도 어린이 활동 시간을 감안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한정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5년여 간 '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으로 추정되는 건 30만 2천562건이었다. 매년 6만 건을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크게 늘거나 줄지 않고 꾸준했다. (영등포구와 관악구는 연도별 집계 자료를 구할 수 없어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 서초구 29억 원 VS. 금천구 1272만 원

분석 기간,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가 가장 많았던 서울시 자치구는 서초구다. 모두 3만 7천149대 차량에 범칙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스쿨존 같은 교통약자 보호구역의 주정차 위반 범칙금·과태료는 일반 도로(4만 원)의 2배인 8만 원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이를 3배인 12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단순 계산해보면 서초구는 스쿨존 불법 주정차 적발로 5년 간 29억 7천만 원을 벌었다.

반면, 가장 단속 건수가 적은 곳은 서울 금천구였다. 5년 치를 다 합쳐도 159건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해보면 금천구의 스쿨존 불법 주정차 적발 수입은 5년 간 1천272만 원이다. 서초구가 금천구보다 234배 많다.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걸까.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2019년 12월 기준 스쿨존이 가장 많은 서울시 자치구는 노원구로 모두 112곳이 지정돼 있었고 다음은 성북구 106곳, 강남구 105곳 순이었다. 스쿨존이 가장 적은 구는 용산구로 39곳, 서대문구가 40곳으로 그다음이었다. 서초구는 스쿨존 94곳으로 전체 자치구 중 5번째로 많았고 금천구(49곳)와 비교하면 2배 정도 규모였다. 인구는 서초구(43만 명)가 금천구(23만 명)보다 20만 명 정도 많다. 그럼에도 단속 건수 200배 차이가 명쾌하게 설명되진 않는다.

구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은 '민원'이었다. 상권이 발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서초구는 불법 주정차로 인한 민원 또한 많아 다른 자치구에 비해 월등한 단속량을 기록했다는 것, 금천구는 상대적으로 민원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처벌'과 '계도' 중에 어느 쪽에 무게를 뒀는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마포구 하늘초교 1위…스쿨존 단속 상위 학교는?

이번엔 각 스쿨존별로 불법 주정차 단속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살펴봤다. 위에서 밝혔듯 단속 장소에 따라 추정해본 수치이다. 2015년 1월~2020년 4월 주간시간대(08~18시) 단속 건수를 기준으로 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마포구의 하늘초등학교 주변이 가장 많았다. 5년 간 7천086건의 단속이 이뤄졌다. 다음은 노원구 공릉초교 6천718건으로 2위, 서초구 서초초교가 5천659건으로 3위였다. 24시간 단속 건수로 보면 서초초교가 1위였으나 주간시간대로는 3위로 내려갔다. 강남역 주변이라는 특성상 야간 단속이 적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학교 주변에 가보니 단속 건수가 많다고 해서 불법 주정차가 근절된 건 아니었다. 대로 말고 차가 많이 다니는 이면 도로일수록, 또 영세한 점포가 밀집한 곳일수록 불법으로 주차하거나 정차한 차량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전국 지자체 스쿨존, 무인단속장비 설치율 11%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의 모든 스쿨존에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을 100%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마부작침]은 현재 설치율은 어떤지 전국 230개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20년 6월 9일 현재, 208개 지자체의 설치 현황을 확인해 취합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대표적인 무인교통단속장비인 과속카메라는 현재 단 10.7%만 설치돼 있었다. 스쿨존 10곳 중 9곳에는 없다는 말이다. 신호등은 41.5% 설치로 확인됐다. 과속방지턱이 가장 많아서 전국 스쿨존 설치율 82.4%로 나타났다. 이들 시설 설치가 100% 완료되면 전국 스쿨존의 불법 주정차는 상당수 단속될 것이고 신호등이 있어 차량 통행이 좀 더 규칙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과속 방지턱 덕분에 차량들이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다.

● "스쿨존 사고 원인 1위는 불법 주정차", 사고를 근절하려면…

지난 5월 7일 경기도는 스쿨존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스쿨존 사고 원인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꼽은 건 '불법 주정차로 인한 시야 방해'였다.(23%) 다음은 '제한속도 및 신호 위반'과, '어린이 포함한 보행자의 무단 횡단'(각각 18%)이었고, '주변을 생각하지 않는 어린이의 행동 특성'과 '운전자의 낮은 보호 의무 의식'(각각 15%)로 나타났다. 불법 주정차를 못 하게 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과연 단속과 시설 설치만으로 가능할까.

서울 노원구의 스쿨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주차장이 있으면 주차비를 내더라도 기꺼이 주차할 텐 데 그러지 못하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학교 앞에 주차하는 것"이라면서 "'과태료 물고 말지' 그러면서 그냥 주차하는 거다, 생업이니까."라고 말했다. 지역 상권과 유동 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도시 설계로 주차 공간 자체가 크게 부족한 곳들이 많아 불법 주정차로 이어진다는 주장이었다.

2019년 서울시 주차장 확보율은 136.1%다. 등록된 자동차가 312만 대인데 주차면수는 425만 면으로 표면상으론 충분하나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주차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공영주차장 6천600면을 공급하고 특히 주차장 부족이 심각한 강북 지역에 전체 공급량의 60%를 짓기로 했다.

단속 장비 설치, 범칙금 상향 조정 등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필요한 건 도로 환경과 도시 설계 개선이기도 하다.

​○ 스쿨존도 극과 극…'스쿨존 사각지대'를 찾아보자

● 스쿨존 지정률 82%인데 학원은 4.7%뿐

현행 도로교통법은 시설의 주변도로 중 일정 구간을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해당 시설은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외국인학교, 대안학교, 국제학교 등과 일정 규모 이상의 어린이집과 학원이다. 여기서 일정 규모는 정원 100명 이상(어린이집) 혹은 수강생 100명 이상(학원)이다. (이에 못 미쳐도 지자체장이 필요 있다고 인정하면 지정할 수 있다.) 그래서 스쿨존 지정 대상이 나온다. 2019년 12월 기준 20,683곳이다. 이 기준에 따라 스쿨존은 최대 20,683곳까지 지정할 수 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작년 말 현재, 스쿨존으로 지정된 건 16,912곳이다. 지정률은 따라서 81.8%다. 시설별로 보면 초등학교는 지정 대상 중 105곳 빼고 모두 지정돼 98.3%, 지정률이 가장 높았고 유치원도 854곳 빼고 전부 지정, 89.6% 지정률이었다. 시설 수도 많고 어린이도 많기 때문에 90% 안팎의 지정률을 보인 것이다. 반면 어린이집은 대상인 5,330곳 중 3,181곳만 지정돼 59.7% 지정률이었고 학원은 대상 688곳 중 단 32곳만 지정됐다. 지정률 4.7%에 불과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한 가지 설명은 초등학교, 유치원과는 달리 어린이집이나 학원은 스쿨존 지정 여건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학교 등과 달리 어린이집이나 학원은 단독 건물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로변에 자리한 사례나 주변 상권 영향도 적지 않게 받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어린이집은 정원 100명이 약간 넘어 지정 요건을 갖췄으나 5년째 스쿨존 지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전엔 예산 부족으로 안 된다던 관할 구청은 이번엔 "주민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고 어린이집 원장은 전했다.

서울에는 전국 학원의 20%가량이 몰려 있으나 스쿨존으로 지정된 학원은 양천구 둘, 강동구 하나 등 단 3곳뿐이다. 서울시의 담당 직원은 "학원은 지정 대상이 된 게 오래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유치원 등은 법이 만들어진 1995년부터 지정 가능했으나 학원은 2010년부터 포함됐다는 것.

정부는 2018년 5월 12개 부처 합동으로 '어린이 안전 대책'을 발표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대상을 모든 어린이집과 학원 주변, 어린이공원 주변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1년이 지난 2019년 7월 감사원은 '교통약자 보호구역 등 보행자 안전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8개 특별 광역시에서 3천624개 지정대상 초등학원 중 20개(0.5%)만 지정된 실정이며, 행정안전부는 지도 감독을 하지 않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 '스쿨존 사각지대'는 없을까? 마부작침이 찾아봤다

위에서 살펴봤듯 전국에 스쿨존이거나 스쿨존 지정이 가능한 건 2만 곳 정도, 모두 어린이 시설 주변이다. '민식이법'을 비롯한 각종 어린이 안전 대책은 이 스쿨존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면 스쿨존이 아닌 지역은, 지정 대상에서조차 빠져 있는 지역은 괜찮을까?

[마부작침]은 서울의 2019년 어린이 교통사고와 생활 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공간 지리 정보분석(GIS)' 기법을 활용해 스쿨존 사각지대를 찾아봤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2019년 한 해 08시~18시, 주간 시간대에 14세 이하 유동인구가 평균 100명 이상인 집계구를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서 추출했다. 이는 해당 시간대에 14세 이하 인구가 평균 100명 이상 한 번이라도 활동한 구역을 뜻한다. 서울시 전체 19,154개 집계구 중에 190개 집계구가 여기에 해당했다.

집계구: 행정동을 더 세분화한 인구 500명 정도의 통계용 구역 단위. 세밀한 분석이 가능해 스쿨존처럼 특정 구역 주변을 분석하는 데 용이함.

여기에 타스(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2019년 서울시 어린이 교통사고 데이터를 정리해 비교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의 어린이 교통사고 중 '차대사람' 사고로 사망자와 경상 이상의 부상자가 1명 이상 나왔던 사고는 모두 555건이었다. 사고 발생 지역이면서 위에서 분석한 14세 이하 유동인구 100명 이상인 집계구는 37개였다. 즉, 사고와 통행량을 고려했을 때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 지역이 작년 시점에 37개라는 의미다.

이들 집계구가 이미 스쿨존으로 지정된 곳일 수 있다. 스쿨존이 없는 집계구만 다시 추려보니 37개 중 15개 집계구가 해당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14세 이하 유동인구가 많은 순서로 보면 영등포구 여의동, 송파구 잠실6동, 구로구 오류2동 등이었다. 여의동은 쇼핑몰과 여의도공원이 있었고, 잠실6동은 롯데월드가 포함된 곳이다. 이 중에서 오류2동, 남가좌1동, 신정6동, 우장산동 등 여러 곳은 주변에 놀이시설이나 체육시설 등이 없는 주거 밀집 구역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시설 주변만 지정 가능한 현행 법에서는 이들 구역을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없다. 분명한 건 2019년 이 구역들에 14세 이하의 주간시간대 평균 유동인구가 많았고 어린이 사고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어린이 안전 대책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14세 이하 유동인구를 주간시간대 평균 1백 명 이상이 아니라 평균 50명 이상으로 조금 낮춰 잡으면 서울의 '스쿨존 사각지대' 구역은 57개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은 <안전 취약계층의 교통안전 제고 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에스케이티(SKT)의 2015~2016년 서울시 유동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비슷한 분석을 했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서울 시내 11개 집계구를 스쿨존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마부작침]의 2019년 분석에서는 추가해야 하는 스쿨존이 더 늘어난 것이다.

● 어린이 교통사고의 96%는 스쿨존 밖에서

2007~2019년 13년 간 어린이 교통사고 16만 4천783건 중에서 스쿨존 사고는 6천844건, 4.2%다. 95.8%는 스쿨존 밖에서 발생했다. 이는 지정대상인데도 스쿨존으로 지정되지 않은 3천700여 곳과, [마부작침]이 찾아본 '스쿨존 사각지대'를 모두 스쿨존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현재 스쿨존에 집중된 어린이 안전 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위 교통연구원 보고서는 "시설 위주가 아닌 어린이 통행특성, 통행량, 어린이 교통사고를 고려한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기준과 지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임재경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쿨존 지정에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전제하고 "모든 구역을 스쿨존으로 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보행자들이 함께 활동하는 주거지역의 이면도로 등을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하는 생활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어린이 안전'보다 앞서는 가치는?

●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 1위 → 9위

IRTAD(국제 도로교통사고 데이터베이스, International Road Traffic Accident Database)는 국제적 관점으로 교통사고를 바라보고 국가별 비교를 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다. 이 IRTAD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어린이 교통사고를 살펴봤다.

지난 30년 간 세계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1990년 7천463명에서 2018년 1천576명으로 4분의 1 넘게 감소했다. 한국 데이터가 처음 등장하는 1995년부터 보면 어린이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8.8명,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았다. 당시 회원국 평균은 3.8명이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불명예스러운 1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2000년에도 10만 명당 사망자 수 5.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2018년에는 그 수치가 0.6명으로 뚝 떨어졌다. 데이터를 제출한 나라들의 평균은 0.8명, 한국은 이 나라들 중에서 9번째로 높았다.

2018년만 따로 보면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1명(OECD 통계 기준)으로 2017년 61명보다 20명 감소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어린이 비율은 1.1%로 22개국 평균인 2.7%의 절반보다도 낮았다. 22개 나라 중에선 18번째였다. 오스트리아가 0.7%로 가장 낮았고 노르웨이 0.9%, 헝가리 1.0% 순이었다. 이스라엘이 10.1%,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마부작침 하지만 보행 중 사망자 수는 여전히 적지 않다. 2017년 기준 14세 이하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사망자 수는 칠레가 0.79명으로 가장 많았다.(2018년 데이터가 많지 않아 2017년을 분석) 다음은 이스라엘 0.57명, 대한민국 0.54명 순이었다. OECD 평균인 0.23명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후진국형 사고로 불리는 보행사고의 어린이 사망자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어린이 교통 안전 수준이 낮다는 말이다.

● 스쿨존 벗어난 통학로는 어떻게? 미국과 일본의 예

스쿨존은 학교 등 시설 주변 300미터 이내의 도로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통학하는 길은 이를 벗어나기 일쑤다. 초등학생의 평균 통학 거리는 635미터에 이르고 8.9%의 통학 거리는 1킬로미터가 넘는다고 답변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스쿨존은 그나마 안전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를 넘어서면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학교 주변 500미터를 스쿨존으로 지정한다. 이와 함께 '안전한 통학로'-SRTS(Safe Routes To School)라는 공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통학로 지도를 만드는 게 필수다. SRTS의 통학로 지도는 좁게는 800미터, 넓게는 1천600미터 범위로 제작되는데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통학로를 보여주고 관리자에겐 사고 취약 지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일본의 스쿨존은 초등학교, 유치원, 보육원 등을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로 설정된다. 여기에 덧붙여서 학생들에게 개인 통학로를 지도에 표시하게 하고 학교 측은 이들 통학로를 종합해 안전지도를 제작한다. 위험 지역이 포함된 길로는 아이들이 다니지 않도록 유도함으로써 스쿨존을 넘어 통학로 전체를 통합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들이다.

● 통학버스는 앞질러선 안 된다

통학버스 정책 또한 중요하다. 미국은 통학버스를 스쿨존과 달리 연방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데 주변 차량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으로 정평이 나 있다. 통학버스에서 어린이가 승하차할 때, 주변 차량은 버스를 추월할 수 없다.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캐나다도 통학버스에서 어린이가 승하차할 때는 뒤에 있던 차량은 물론 중앙선 넘어 마주 오던 차량 역시 20미터 이상 간격을 두고 정차해야 한다. 통학버스에 아예 카메라를 설치해 따로 단속 않더라도 규제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이 있다. 2014년 개정된 도로교통법 51조 '어린이 통학버스의 특별보호'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 한 상태로 도로를 통행하는 어린이통학버스를 앞지르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통학버스를 발견한 운전자는 일시 정지 후 안전을 확인한 뒤 서행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데다 단속 건수도 적어 유명무실한 상황, 최근 발표된 어린이 안전 종합 대책에는 이 특별보호규정 위반자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새로운 학교가 들어설 때 교육부는 교육환경 평가를 통해 최적 입지를 선정한다. '교육환경 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고시'를 보면 학생들의 통학 거리가 비교적 균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단위 통학권의 중심에 배치하도록 되어있다. 통학로 역시 주간선도로와 보조간선도로를 횡단하지 않도록 해 통학 안전을 확보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이유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어린이 통학 안전보다 분양 논리로 학교 부지를 결정하면서 '위험한 통학로'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통학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한 기준을 마련하고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우석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통학로에서 횡단하는 도로는 최대 4차로를 넘지 않도록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학교 위치도 통학거리를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린이 교통 안전 대책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정부 의지대로 단속이 잘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쿨존으로 지정된 도로가 교통량이 적은 생활권 도로라면 단속을 해도 민원이 없을 텐 데 지금처럼 통행량 많은 간선도로가 대상이라면 단속 정책을 펼치기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심 위원은 "대체도로가 없는 상황에서 스쿨존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스쿨존 내에서 감속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시설물 설치도 필요하다. 심 위원은 "학교 앞 횡단보도는 무조건 고원식 횡단보도(주변 길보다 10cm 정도 높게 설치)를 설치해 운전자에게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라면서 "스쿨존 내 제한속도라는 법적 제재와, 시설을 통한 물리적 제재를 함께 적용해 효과를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관심 못 받는 또 다른 교통약자- '노인'

미래의 동량인 어린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부작침]이 짚어봤듯 미진한 점도 적지 않으나 계속 보완해가면 된다. 하지만 관심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심각한 수준의 교통약자가 바로 노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인구 10만 명당 25.0명으로 회원국 평균인 7.7명의 3배 넘게 많다.(2017년) 최소인 노르웨이(3.7명)와 비교하면 7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2000년 이후 18년 간 이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는 불명예 기록도 갖고 있다. [마부작침]은 어린이 교통 안전에 이어 다음 달엔 노인 교통 안전 문제를 들여다보려 한다.

취재 :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유민,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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