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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① 2019년 노인 1,523명의 죽음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두 번째

[마부작침] ① 2019년 노인 1,523명의 죽음
교통 약자.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이를 규정한 '교통 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2006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국민의 25%가량이 교통 약자로 추산됐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이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 6월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을 통해 민식이법으로 촉발된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이어서 또 다른 교통 약자인 노인의 안전 문제를 점검한다. 최근 13년 간 노인 교통사고 데이터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살폈고, GIS 분석 기법을 통해 노인보호구역의 실태와 사각지대를 확인했다.

202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16.0%, 이미 고령 사회에 접어든 지 3년이 흘렀고 노인 비율은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은 이미 노인이다. 매년 1,500명씩 나오는 노인 사망자들, 조금은 줄여야 하지 않겠냐는 게 [마부작침]의 문제의식이었다.

● 12년 만에 2배 증가한 노인 교통사고

이번에도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Traffic Accident Analysis System)을 이용해 2007~2019년 노인 교통사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TAAS는 경찰과 보험사 등 교통사고와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모아 관리한다. TAAS 데이터 중 경찰에 접수된 사고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두 번째
2007년 65세 이상 노인 사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는 2만 1,134건이었다. 12년이 지난 2019년, 작년엔 4만 645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망자 수는 2007년 1,786명에서 2019년 1,523명, 2백여 명이 줄었는데 특히 2017년부터 3년 연속 감소했다. 그럼에도 1,500명이나 숨졌다. 사망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이나 사고 자체가 크게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는 22만 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고 어린이 사고는 12년 사이 4천 건 줄었는데 노인 사고만 늘고 있는 것이다.

노인 사고에는, 어린이 사고와 달리, 노인 운전자가 낸 사고도 포함돼 있다. 노인 보행자 사고만 따로 보면 2007년 7,426건으로 전체 보행자 사고의 16.2%였다. 2019년엔 1만 2,249건으로 늘어 전체 보행자 사고의 4분의 1 수준에 이르렀다. 보행자 사고에서 노인 사망자 비율도 2007년 42.8%에서 2019년 57.1%로 늘었다.

● 가파른 고령화, 더 가파른 노인 사고 증가

전체 교통사고에는 큰 변화가 없다. 2007년~2019년 교통사고는 한 해 평균 22만 2,051건으로 최소였던 2007년 21만 1,662건이나 최대였던 2015년 23만 2,035건까지 1만 건 안팎으로 오르내릴 따름이었다. 노인 사고만 그 사이 2배 가까이 늘어서 10.0%에서 17.7%로 그 비중이 커졌다. 교통사고 사망자에서 노인 비율은 2007년 29.0%였는데 2019년엔 45.5%로 크게 증가했다. 부상자 역시 2007년 6.6%에서 2019년 13.0%가 됐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두 번째
이는 물론 우리나라가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는데 17년 만에 14% 이상인 '고령 사회'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2007년 4,927만 명이었던 인구는 2019년 5,185만 명으로 258만 명 증가했는데 노인 인구는 486만 명에서 829만 명이 됐다. 9.9%였던 노인 비율이 16.0%로 크게 늘었다. 그런데 노인 사고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노인 안전에 대한 인식이나 대책이 뒤따르지 못하는 일종의 '지체' 현상으로 보인다.

● 전국 최고의 증가율, 서울

[마부작침]은 노인 사고가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는지 살펴봤다. 광역단체에선 수도 서울이었다. 2007년 서울의 전체 교통사고 중 노인 사고 비율은 6.7%였는데 2019년엔 15.1%였다. 146% 증가한 수치다. 광역단체 중 세종특별시가 유일하게 노인 사고 비율이 감소했다.

시군구 단위로 보면 인천 옹진군이 가장 심각했다. 2007년 옹진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노인 사고는 전체의 8.3%였는데 지난해엔 25.0%로 증가했다.(사고 건수는 3건 -> 8건) 그간 늘어난 노인 인구까지 종합해서 보면 전라남북도의 사고 증가세가 컸다. 전남과 전북이 유이하게 노인 사고 증가율이 노인 인구 증가율의 2배가 넘었다. 시군구에서는 전남 무안군이 노인 인구 대비 노인 교통사고 증가율 폭이 가장 컸다.

● 10월, 월요일, 10시

노인 사고는 위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 가능하다. 월별로는 10월, 요일 중엔 월요일, 시간대는 오전 10시가 최다 발생이다.

노인 사고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차 대 차 사고였다. 2007년 전체 사고의 59.7%가 차대차 사고였는데 2019년엔 63.8%로 더 높아졌다. 간간이 사고 소식이 전해지는 것처럼 고령 운전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차 대 사람 사고 또한 크게 증가했다. 2007년엔 7,324건이었는데 2019년엔 12,186건으로 1.7배 증가했다.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두 번째
어린이 사고와 달리 노인 사고는 10월에 가장 많이 났다.(어린이 사고는 5월에 최다) 특히 9월부터 11월까지 사고가 연중 사고의 28.6%를 차지해 가을에 사고가 집중됐다.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데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신체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둔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치사율(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비율) 역시 가을과 겨울이 더 높았다.

요일 중에서는 월요일, 그리고 금요일에 사고가 많았다. 어린이 사고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전체의 33.7%였는데 다른 양상이다. 노인은 주말보다 주중이었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사고가 가장 많았다. 노인들이 주로 주간 시간대, 특히 오전에 활동이 더 많다는 경향성으로 설명 가능하다. 70~74세 연령에서 사망자가 최다였고 65~69세는 부상자가 가장 많았다.

● 노인 사고 사망자, 압도적 1위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1위다. 2017년 데이터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한국은 25.0명인데 회원국 평균은 7.7명이다. 3배나 된다. 가장 낮은 노르웨이는 3.7명, 한국의 7분의 1이다. 2000년 이래 18년째 한국은 OECD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노인에게도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시행 중이다. 대표적인 대책은 노인보호구역이다.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처럼 지자체장은 노인 관련 시설 주변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인 사고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다.

취재 :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유민, 이승우    

▶ [마부작침] ② 노인 보호 못 하는 노인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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