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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국회] 60년 전에도 '나태국회', 되풀이되는 역사?

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⑤

정혜경 기자 choice@sbs.co.kr

작성 2020.06.07 13:29 수정 2020.06.08 14: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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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일하는국회] 60년 전에도 나태국회, 되풀이되는 역사?
회의 안 하면 세비 삭감하는 '일하는 국회법'. SBS 이슈취재팀이 의원 300명 전수 조사한 결과는 가결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싸합니다. 논의에 진척이 없습니다. 일하는 국회 만들자는 말은 많은데, 정작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논의는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일하는 국회법 연속보도'를 했던 이슈취재팀 기자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반대 논리, 잘근잘근 팩트체크하는, 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시작합니다.
일하는국회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①편 : '회의 안하면 세비 삭감'… SBS 조사는 '과반 찬성'
②편 : 20대 국회, 한 달에 나흘만 회의했다
③편 : '불출석 많으면 세비 삭감' 20대 국회 적용해보니
④편 : 231년 역사 프랑스 의회도 일 안 하면 '얄짤없다'
⑤편 : 60년 전에도 '나태국회', 되풀이되는 역사?
(작성중/日출고)[일하는국회] 60년 전에도 '나태국회', 되풀이되는 역사?'법 만드는 일이니까 신중해야 한다'지만 사실 우리 국회는 유독 '일하는 국회'에 대해선 퍽 신중한 편이었습니다. 60년 동안이요. '국회의원도 생활인의 자세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른바 '일하는 국회'에 대한 요구는 무려 제헌국회, 그러니까 대한민국 역사에서 처음 국회가 만들어질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0년 3월 24일 동아일보 1면에 이런 기사가 있습니다. 제목은 '의원 출석률 점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차기 총선 일정을 2달 내로 단행한다고 발표하자 선거 운동이 바빠진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지역으로만 돌고 있다는 소식을 다뤘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낙선이 되더라도 국회의원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려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내용도 있죠.
일하는 국회10년 뒤인 1960년 8월, 제5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아일보 1면 사설의 한 구절. 뼈 때립니다. "이렇게 태만하고 비능률적인 사람들이 없었다. 출석률이 나빴고, 예정 시간에 개의하지 못하거나 까닭 없이 휴회하기가 다반사였고, 한두 시간쯤 회의하는 둥 마는 둥 하다 산회."

# '일 안 하는 국회' 되풀이되는 이유는

민주화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원 구성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예산 심사, 입법 논의가 공백 상태인 날들이 잇따랐습니다. 국회법 제5조 3항에 따르면 새로 총선이 치러진 뒤 첫 임시회가 임기 개시 후 7일 내에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원 구성 협상 법정 시한이 이미 법률에 일주일로 못 박혀있습니다. 이 기간 안에 국회 의장단을 선출해야 하고 각 상임위원장은 최초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선출돼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13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에 걸린 평균 기간은 41.4일에 이르렀습니다. 20년 넘게 법률을 어기고 있는 셈입니다.

# 세비 반납과 '정치 쇼' 공방

입법부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 이를 위해 법에 정해진 회의에 참여하는 것.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건 무슨 까닭에설까요?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에 참석하기보다 지역구 민생을 챙기기에 바빠서? 아니면 부대 행사 때문에?

지난한 한국 정치사에서 국회 개원은 그 자체로 집권하지 못한 소수정당 또는 야당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돼왔습니다. 집권하지 못한 소수정당 또는 야당이 원 구성을 무산시키는 것, 즉 '국회 파행'을 협상 카드로 써오곤 했던 것이 익숙한 관행이 되고 말았던 겁니다.

2008년 제18대 국회가 출범했을 때 여당인 한나라당 초선의원 33명은 1인당 평균 720만 원의 세비를 모아 결식아동에 후원했습니다.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이라는 기조였지만 당시 야당이자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던 통합민주당은 이를 야당의 등원을 압박하기 위한 "몰염치한 세비 반납 쇼"라고 비판했습니다.

4년이 지난 제19대 국회 출범 때도 2012년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27일 넘겨 개원하자, 새누리당은 의원 총회를 거쳐 세비 전액을 반납하기로 결의하고 13억 6천만 원을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기부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2016년엔 국회 개원이 법정 시한보다 이틀 늦어지자 국민의당이 소속 의원 38명의 이틀 치 세비를 국회사무처에 반납했습니다. 당시엔 새누리당이 '포퓰리즘'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유치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하지 못했으니 세비를 반납해 대가를 치르겠다는 게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냐, 아니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얄팍한 정치적 술수냐는 공방이, 심지어 때에 따라 정치 세력 간 입장이 바뀌면서 이어졌지만 정작 법적으로 못 박으려는 노력은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 '일하는 국회법', 피고 지고 또 피고

물론 때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2005년 제17대 국회에선 3월 박재완 의원 등 20인이 "일하는 국회를 구현하기 위해" 회의에 불참했을 때 회의비를 주지 않는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고요. 의원이 전체 회의일수의 절반을 초과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특별활동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은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됐습니다.

일하는 국회법 짤방
그 후에도 '일하는 국회'라는 이름으로 많은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사라졌습니다. 개정안의 요체는 이것.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한 국회 공전을 막자는 겁니다.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무려 82일 만에 개원한 제18대 국회 때 특히 여러 차례 발의됐습니다.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출석하지 않는 의원들에게 세비 또는 특별 수당을 지급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개정안 가운데 상임위원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내용 등(2016년 개정안 발의) 일부가 통과되긴 했으나 회의 출석을 의원 수당과 직접 연계한 법안은 늘 소관위 접수 상태에서 임기만료 폐기되기 일쑤였습니다.

한 다선 의원은 이에 대해 "정작 일하는 국회법은 밀고 당기기 과정이 끝난 뒤 처리해야 하는 법안 순위에서 뒤로 밀리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일하는 국회법'…이번에는?

임기가 끝나지 않은 20대 국회에도 '일하는 국회' 관련 법률 개정안들이 몇 건이나 발의돼 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 3월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매월 임시국회를 여는 상시국회 체제를 확립하고, 회의에 결석한 의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실제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총선으로 새로운 국회 실루엣이 그려지기 전에 마지막 과제로 '일하는 국회법'을 신속 처리해야 한다며 입법안을 내놓은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6선), 원혜영(5선), 미래통합당 김무성(6선), 정갑윤(5선), 정병국(5선), 미래한국당 원유철(5선), 더불어시민당 이종걸(5선) 의원 등 총선에 불출마한 중진 의원들은 지난 3월 30일 국회 상시 개최와 법안처리 의무화를 요지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임시국회를 매달 개최하고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의무화, 또 국회의장 선출에 등록기한을 두고 상임위원장 자리도 정해진 기한 안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교섭단체 의석수를 기준으로 원칙에 따라 배분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정병국 의원은 "총선 전에는 다 같이 (일하는 국회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해놓고 정작 결과가 나와 버리면 입장이 바뀐다"라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생각들이 다르기 때문에 과반 이상의 다수당이 정해지지 않은 총선 전에 무조건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준 의석만큼 정치력을 행사하고, 이후에는 또 선거로 평가받아야지 기본적인 원칙(국회 출석)도 지키지 않고 다수당처럼 정치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하는 국회법은 결국 20대 임기 내에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1대 국회가 본격 개막해 진통 끝에 지난 금요일(5일)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과연 이번 21대 국회에선 60년 동안 이어졌던 '나태국회'의 역사를 끊을 수 있을까요. 저희 기자들이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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