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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국회] 20대 국회, 한 달에 나흘만 회의했다

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②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작성 2020.06.04 09:01 수정 2020.06.05 10: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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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안 하면 세비 삭감하는 '일하는 국회법'. SBS 이슈취재팀이 의원 300명 전수 조사한 결과는 가결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싸합니다. 논의에 진척이 없습니다. 일하는 국회 만들자는 말은 많은데, 정작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논의는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일하는 국회법 연속보도'를 했던 이슈취재팀 기자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반대 논리, 잘근잘근 팩트체크하는, 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시작합니다.

일하는국회
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①편 : '회의 안 하면 세비 삭감'… SBS 조사는 '과반 찬성'
②편 : 20대 국회, 한 달에 나흘만 회의했다
③편 : '불출석 많으면 세비 삭감' 20대 국회 적용해보니
④편 : 231년 역사 프랑스 의회도 일 안 하면 '얄짤없다'
⑤편 : 60년 전에도 '나태 국회', 되풀이되는 역사?

일하는 국회
무노동 무임금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20대 국회 일 안 했다는 증거 있으면 보여달라, 일 잘하고 있는데 괜히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프레임을 씌워서 혐오 집단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를 내비치는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한 번 팩트체크해보겠습니다.

# 1,422일간 회의록 전체 분석

SBS 이슈취재팀은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된 2016년 5월 30일부터 2020년 4월 20일까지 총 1,422일 동안의 국회 회의록을 분석했습니다. 국회 본회의를 비롯한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소위원회, 국정감사, 국정조사 등 국회에서 열린 회의라는 회의는 모두 포함했습니다.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 올라온 PDF 파일을 활용했습니다.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에는 개의, 회의 중지 및 산회의 일시를 적게 되어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면 "OO시 OO분 개의"라는 표현이 적히고 회의가 중지되는 경우에는 "OO시 OO분 회의 중지", 개의되면 "OO시 OO분 계속 개의"라고 적히는 식이죠. 여기서 착안해 R 코드를 활용해 해당 글자들을 추출했고 정회 시간은 빼고 출석한 의원 수를 고려해 회의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회의록에 작성된 회의 시간만 가지고 분석하는 건 기계적인 양적 분석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의록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연구하는데 들인 시간과 전문가를 만나서 자문을 얻는 시간은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시민에게 공개되는 공론장에서의 법안 논의가 국회의원의 기본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국회가 되길 바라며 분석에 임했습니다.

# 한 달에 나흘만 회의한 국회의원

지난 4년간 의원 1명의 평균 회의 시간은 2,260시간 46분으로 분석됐습니다. 총 1,422일 중 96일 4시간 46분만 회의한 거죠. 하루에 1시간 35분꼴. 한 달로 계산하면 31시간 48분. 9 to 6 일하는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보면 국회의원들의 회의 시간은 한 달에 나흘이 채 되질 않습니다. 회의 시간만 놓고 보면 국회가 가장 선진화된 노동환경이 보장된 곳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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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로 살펴보면 20대 국회의 의사 활동 시작 연도인 2016년만 하루 평균 2시간을 넘었습니다. 2016년 하루 평균 2시간 26분 회의했고 이듬해부터는 회의 시간이 2시간을 넘어가질 못했습니다. 2017년 1시간 43분에 이어 2018년엔 1시간 24분. 2019년엔 전년보다 4분 늘어난 1시간 28분으로 분석됐습니다. 심지어 2020년에는 하루 평균 37분. 임기가 끝나갈수록 회의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2018년엔 민주당원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으로 장장 42일 동안 국회가 멈췄습니다. 특검 수사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로 여야가 줄다리기하면서 장기 파행이 지속돼 제대로 된 회의가 이뤄지지 못했죠. 작년 역시 4월엔 패스트 트랙 정국 탓에 국회가 파행됐고 10월에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생산적인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 회의 시간 단 89분…문화체육관광위가 가장 짧았다

본회의에 앞서서 법안을 토론하기 위해 구성되는 국회 상임위원회. 모든 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서로 다른 전문 지식을 가진 의원들이 제대로 된 입법 논의를 할 수 없으니 그보다 앞서서 심사,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입니다. 위원회 소관의 법률을 심사할 뿐만 아니라 예산과 결산안 예비심사 기능도 함께 하죠. 제대로 된 법안과 낭비 없는 재정이 만들어지려면 상임위원회에서의 깊이 있는 토론이 필수적입니다. 20대 국회 상임위원회의 평균 회의 시간은 156분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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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회 중 가장 회의 시간이 짧은 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였습니다. 평균 89분으로 분석됐습니다. 2020년 4월 20일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위 소관 의안은 총 817개로 1개 의안당 평균 41분 논의한 꼴입니다. 게다가 817개 중 71.8%인 587건의 의안은 처리되지 않은 채 계류 중입니다. 처리된 법안들이 많다고 일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3분의 2 이상의 법안이 처리되지 않았다는 건 상임위 본연의 업무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뒤이어 여성가족위원회가 116분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다음으로 짧았고 교육위원회가 118분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가장 회의 시간이 길었던 상임위원회는 평균 292분인 정보위원회였습니다. 하지만 정보위원회는 인사청문회나 공청회를 제외한 회의는 공개하질 않아서 2017년과 2018년 단 두 차례의 회의록만 분석한 한계가 있습니다. 정보위원회를 제외하고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평균 230분으로 제일 길었고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199분으로 다음으로 긴 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 정부 견제하는 회의는 길고 입법 회의는 짧았다

평균 회의 시간이 가장 긴 회의는 연석회의로 조사됐습니다. 2016년 9월 8일부터 이틀 동안 조선, 해운업 부실 사태를 진상 규명하기 위해 평균 526.5분 동안 회의가 열렸었죠. 당시 대우조선해양 관련 지원책이 결정된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비롯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사태까지 조선, 해운 산업 구조조정 전반에 대해 날 선 공방이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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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회의를 제외하면 국정감사가 제일 긴 회의였습니다. 행정부의 국정 전반에 관하여 감시, 비판하는 국정감사는 평균 401분 동안 회의했죠. 한 번 열리면 적어도 6시간 이상 회의를 했다는 겁니다. 국가 예산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377분으로 6시간을 넘었습니다. 국정조사(평균 260분)를 포함해 국정감사와 예결위 등 행정부를 감시하는 회의는 4시간 이상의 고강도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상설화된 상임위원회와 달리 특정 안건을 위해 구성되는 특별위원회는 어땠을까요? 특별위원회의 평균 회의 시간은 153.5분으로 상임위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입법 회의라고 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소위원회의 평균 회의 시간은 2시간 45분 수준. 정부를 견제하는 회의는 길었고 입법 논의 과정은 짧았습니다.

# 일하는 국회법으로 정치 양극화 해소해야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개정된 선거법이 적용됐습니다. 다당제를 구축하기 위한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출항했던 '선거법 개정호'는 지난한 갈등과 대립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반쪽짜리 선거법에 이르렀습니다. 거대 정당들은 비례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를 부렸고 더불어민주당 180석, 미래통합당 103석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거대 양당 합쳐 전체 의석의 95.3%. 더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선거제 변화는 도리어 두 양당의 세만 키워준 꼴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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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라는 수치는 안타깝게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1988년 13대 총선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90%를 넘었던 때는 지난 19대 총선(93.0%)을 비롯해 16대(91.6%), 17대(91.3%) 총 3번 있었지만 95%를 넘은 건 이번 21대가 처음입니다. 제1당과 2당은 역대급으로 세를 키우고 나머지 정당들은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소수 정당으로 전락하면서 국회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심상치 않게 들립니다. 여야 대립과정에서 입법 논의를 원천적으로 막는 국회 파행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말이죠.

여야가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일할 때는 일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일하는 국회법이 그 해답일 수 있습니다. 입법 논의를 하도록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를 상시 운영하도록 해 야당과 합의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월급은 출석률과 재석률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 추신
일하는 국회
국회 의석 177석, 전체의 59%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 이미 총선 공약에서 출석률에 따라 얼마나 세비를 깎을지 적었습니다. 저희 이슈취재팀은 국민적 요구인 '무노동 무임금'에 대해 더는 선언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집권 여당의 의지로 해석했습니다. 이렇게 세부적인 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기도 했습니다. 여당의 총선 공약, 다시 되뇌면서 글 마칩니다.     

그래픽 : 안준석, 안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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