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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국회] '불출석 많으면 세비 삭감' 20대 국회 적용해보니

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③

배여운 기자 woons@sbs.co.kr

작성 2020.06.05 09:05 수정 2020.06.05 10: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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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안 하면 세비 삭감하는 '일하는 국회법'. SBS 이슈취재팀이 의원 300명 전수 조사한 결과는 가결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싸합니다. 논의에 진척이 없습니다. 일하는 국회 만들자는 말은 많은데, 정작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논의는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일하는 국회법 연속보도'를 했던 이슈취재팀 기자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반대 논리, 잘근잘근 팩트체크하는, 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시작합니다.



일하는 국회법 '또' 연속보도
①편 : '회의 안 하면 세비 삭감'… SBS 조사는 '과반 찬성'
②편 : 20대 국회, 한 달에 나흘만 회의했다
③편 : '불출석 많으면 세비 삭감' 20대 국회 적용해보니
④편 : 231년 역사 프랑스 의회도 일 안 하면 '얄짤없다'
⑤편 : 60년 전에도 '나태 국회', 되풀이되는 역사?

지난 20대 국회는 '동물 국회',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수식어와 함께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20대 국회 성적표는 초라했습니다.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두고 여야 간 국회 파행이 많다 보니 법안 처리율은 35.7%로 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법안 처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정작 국회의원들의 출석률이 저조하다 보니 법안 처리율도 낮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사실은>과 <마부작침>팀은 '일하는 국회'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19, 20대 본회의 출석률을 꼼꼼하게 분석해봤습니다. 이번 분석은 본회의 시작할 때 자리에 앉아 있었으면 출석으로 인정했습니다. 중간에 자리 비운 걸 확인하는 재석률은 제외했기 때문에 회의 중간에 사라진 의원을 감안하면 실제 출석률은 훨씬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민주당 '불출석 많으면 세비 삭감' 공약

지난 2월 17일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공약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며 회의 불출석 의원들에 대한 세비 삭감 등 페널티를 도입하자고 제시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보자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죠. 불출석 일수가 전체 출석 일수의 10∼20%인 경우에는 세비의 10%를 삭감하고, 20∼30% 불출석인 경우에는 20%, 30∼40% 불출석인 경우에는 최대 30%의 세비를 삭감하자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불출석 일자가 더 늘어나는 경우 추가 삭감도 가능한데요. 본회의 뿐만 아니라 상임위원회도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합니다.
세비 깎겠다고 하는데 공약에서 언급한 국회의원 1인당 받는 세비는 얼마쯤 될까요?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회의원 한 사람이 1년에 받는 세비는 1억5,187만9,780원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회의 불출석률에 따라 차등 삭감된다는 건데 가령 회의 불출석률이 35%면 세비 30% 삭감 대상자로 공약에 따르면 세비 4,556만 원이 깎이게 되는 겁니다.

# 지난 국회에 적용해보니…너나 잘하세요?

20대 현역의원 290명 중 121명(41.7%)은 또다시 21대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정당별로 보면 이번 공약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은 현역의원 120명 가운데 94명(67.5%)이, 미래통합당은 94명 중 34명(34%)이 당선됐죠. 일하는 국회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 평가받는 20대 의원 일부가 또다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민주당에서 제시한 공약을 19, 20대 의원들에게 그대로 적용해봤습니다. 지난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주장할 자격이 과연 있을까요? 분석해보니 19대 국회는 292명 가운데 118명(40.4%)이 삭감 대상자였습니다. 사퇴, 사직, 당선무효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가장 높은 30% 삭감 대상자는 5명으로 고(故) 정두언(69.7%), 이완구(39.4%), 이한구(36%), 장하나(36%), 주영순(33.1%) 의원 순이었는데. 고(故) 정두언 의원의 경우 2013년 1월 구속돼 10개월의 형을 산 뒤 무죄로 풀려났기 때문에 수감 기간이 출석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완구 전 의원도 2015년 2월 17일부터 4월 27일까지 국무총리를 역임했기 때문에 비교적 국회 출석률이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19대 의원 가운데 특별한 사유 없이 출석률이 낮은 건 사실상 이한구 의원으로 보입니다. 이한구 의원은 전체 175번의 본회의 중 출석은 112회에 그쳤습니다. 결석의 특별한 사유는 없었습니다. 20% 삭감 대상자는 전체 삭감 대상 118명 중 24명(20.3%), 10% 삭감 대상자는 89명(75.4%)으로 집계됐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삭감 대상자가 더 늘었습니다. 290명 중 141명(49%)이 세비 삭감 대상자입니다. 19대 국회에 비해 9%가량 증가한 거죠. 삭감 액수를 기준으로 보면 30% 삭감 대상은 6명으로 조원진(50%), 서청원(38.5%), 한선교(36.5%), 임재훈(35.7%), 김현미(32.7%), 유승민(32.1%) 의원 순이었는데. 김현미 의원은 2017년 6월부터 국토부 장관을 겸직했기 때문에 낮은 출석률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밖에 도종환(문체부), 진영·김부겸(행정안전부), 김영주(고용노동부), 진선미(여성가족부), 유은혜(교육부), 이개호(농축산부), 김영춘(해수부), 추미애(법무부), 박영선(중기부) 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한 의원이었습니다. 20% 삭감 대상자는 141명 중 22명(15.6%), 10% 삭감 대상자는 113명(80.1%)으로 분석됩니다.

이번에도 당선된 삭감대상자 41명의 출석률 보시겠습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이 유일하게 불출석률 21.2%로 20% 삭감 대상자였습니다. 뒤이어 도종환(민주당), 송영길(민주당), 윤한홍(미래통합당), 정운천(미래통합당) 의원 등 40명은 10% 삭감 대상자로 나타났습니다.

# 모범 보여야 할 중진일수록 불출석 높아

불출석률은 당선 횟수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20대 국회 초·재선 의원들의 평균 불출석률은 10% 미만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반면에 중진 의원일수록 불출석률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서청원 의원(8선, 38.5%), 이해찬 의원(7선 17.3%), 김무성(6선, 28.9%) 의원 등이 대표적인데요. 임재훈(초선, 35.7%) 의원은 초선이지만 본회의 불출석이 전체 4위인 점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19대 국회 역시 출석률 최하위는 중진들이었습니다. 국회법 32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때는 청가서 또는 결석계를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출장, 청가 등이 대표적인 사유입니다. 이유 없이 불참한 의원들은 나름 사정이 있다고 해명하지만 지역구 활동과 같이 개인적인 이유는 결석의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불출석하면 세비 삭감하겠다는 공약은 사실은 지난 20대 총선 때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30% 세비 삭감, 국민의당은 25% 세비 삭감을 주장했었죠.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5대 개혁과제를 내걸고 1년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속 의원들의 1년 치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지만 20대 의원 가운데 세비를 반납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픽 :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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