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2019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⑧ 법 위의 소소위, 줄어드는 심사기간

"의원님, 예산심사 왜 또 그렇게 하셨어요?"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9.02.02 11:00 수정 2019.02.07 09: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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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_부제목마부작침_부제목마부작침_부제목마부작침_부제목마부작침_부제목마부작침_부제목마부작침_부제목마부작침_부제목※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국회의 예산회의록을 살펴봤다. 1년 전과 같은 기준으로,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내역을, 특히 국회발 신규사업에 주목해, 회의록 5,453페이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의원님, 이번에는 예산 심사 제대로 하셨습니까?"

※못 보신 분들을 위해: ① 내가 낸 혈세, 어디에 쓰나?…469.6조 원 '슈퍼예산'에서는 2019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기사의 취지와 2019 예산 총괄 분석, 워드클라우드로 분석한 예산회의록 등을, ② 국회발(發) 신규사업 75.5%는 '지역성 사업'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없는데 국회의원들이 추가한 '국회발 신규사업', 그리고 그중 특정지역의 이해와 관련 있는 '지역성 사업'에 대해, ③ 불용(不用)인데도 또 예산 편성에서는 이전에 편성한 예산도 쓰지 못했다는데 또 신규사업 예산 편성을 관철시킨 사례 등을, ④ 또 법·규정 어긴 의원님에서는 국회가 만든 법과 규정을 무시하고 예산 편성을 감행한 사례를, ⑤ 국회만 오면 '필요 예산'에서는 정부안에는 없지만 유독 국회에서만 필요하다고 하는 예산 편성 사례를, ⑥ 신규사업 예산을 적극 주장한 의원들에서는 '국회발 신규사업'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던 의원들은 누구였는지, ⑦ 논의 흔적 없는 예산, 결과 뒤집힌 예산에서는 예산회의록에 전혀 언급된 바 없으나 반영된 사업과 공개된 회의 결과를 뒤집은 예산 편성 등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ㄱ 의원 "그러면 지금 말씀드린 모든 내용 감안해서 소소위에서 결정 하시지요."

ㄴ 의원 "합의 안 나는 문제인데 보류하고 소소위로 넘기시지요."

ㄷ 의원 "그것은 추가로 논의를 하는 거지요, 소소위에서."


 국회법 57조(소위원회) 1항은 "위원회는 특정한 안건의 심사를 위하여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이다. 소위원회 구성은 위원회에서 합의로 정하며 소위원회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다. 속기를 통해 회의록도 남긴다. 그럼 '소소위'는 뭘까. 소소위원회는 소위원회의 소위원회 격이다. 국회법은 물론 어느 법령에도 근거 규정이 없지만 국회 예산심사 기간에 관행적으로 운영한다. 소위원회보다도 더 작은 규모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과 기재부 차관 등 소수만 참여한다. 비공개에,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소소위 심사를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라고 부른다.

 [마부작침]은 2019 예산회의록에서 '소소위'가 언급된 횟수를 세어봤다. 전체 회의록 5,453페이지 중에 발언자들이 '소소위'라고 말했던 건 400회였다. 개별 상임위원회 중에는 의원들의 '지역성 사업' 예산 편성 요구와 반영이 가장 많았던 국토교통위원회에서 69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1회가 나왔다. 나머지 330회는 예산결산특위 예산조정소위 회의록 933페이지에 집중됐다. 2.8페이지에 1회꼴이다.

 왜 이렇게 소소위를, 특히 예결특위의 소위원회에서 자주 언급했을까. 결국은 심사의 효율성 때문이다. 예결특위 전체 위원 수는 50명, 예산조정소위 위원 수도 10명이 넘는다.(이번 예산심사에선 각 당별로 소위 위원 수를 몇 명으로 할지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각 당이나 예결위원들, 정부 입장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 더 적은 인원이 모여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사업 예산의 필요성보다는 각 당 혹은 지역별 나눠먹기 등 타협점을 찾기 수월한데다 그런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니 비판도 크게 줄일 수 있다.

ㄹ 의원: "좀 토론을 해요. 자꾸만 소소위에 넘겨 가지고, 진짜 저희가 지금 해결이 안 돼요."

ㅁ 의원: "여기에서 결정할 수 있는 건 결정을 하고 넘어가야지 이걸 다 소소위에다가 넘기는 건 이거야말로 무책임한 겁니다."

ㅂ 의원: "정부 예산을 감액·증액하는데 아무도 모르게, 국회의원들 모르게 하는 거야말로 있을 수 없다. 국민들도 알아야 되고 국회도 알아야 된다. 국회의원 전체가 알아야 됩니다. 과거에 소소위에 넘겨서 심의를 정말 얼렁뚱땅하고 아무도 모르게 하고 그런 거야말로 하나의 적폐다. 이건 개선해야 된다."


 위의 발언은 실제로 지난 예결특위 소위 심사 중에 의원들이 했던 말이다. 이처럼 소소위 심사 비중이 늘어나는 데 대한 안팎의 비판이 나오고는 있지만 매년 이런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뭐가 있을까.
마부작침 정부는 새해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국가재정법 33조) 국회의 예산심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90일 전까지였던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한을 2014년부터 한 달 앞당긴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 예산안은 2017년 9월 1일, 2019 예산안은 2018년 9월 3일에 제출했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는 11월부터 시작한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대정부질문이 있고 곧이어 국정감사가 이어지기에 예산 심사를 바로 착수하지 못한다. 국정감사 끝나고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이후 각 상임위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11월 1일에 시정연설을 했다. 2017년엔 11월 14일부터 예결특위 소위 심사를 시작했는데 2018년엔 이마저도 소위원회 정수 조정 문제 탓에 2017년보다도 8일 늦게 소위 심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또 있다. 이렇게 시작이 늦더라도 끝은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예산안 심사기한은 11월 30일이 됐다. 이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다음 날인 12월 1일, 바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해마다 예산 심사가 늦어져 새해 1월 1일 새벽에야 예산안 처리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나라살림을 더 일찍 결정하자는 좋은 취지였으나 현실은 졸속 심사를 강화하게 돼 버렸다.

 결국 2019 예산안의 본 심사는 사실상 겨우 9일 동안 진행한 셈이다. "소소위에서 결정하자", "소소위로 넘기자"는 말들이 400회나 나왔던 까닭이다.

◎ "의원님들, 예산심사 다음에도 그렇게 하실 건가요?"

 [마부작침]은 2018년 1월, 2018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기사를 통해 국회의 부실한 예산 심사 행태를 비판했다. 특히 국회발 신규사업의 4분의 3은 '지역성 사업', 법령과 예산 편성 원칙을 어긴 예산 편성, 사용할 수 없다는데도 의원의 성과를 위한 예산 편성, 회의록에 논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깜깜이 심사' 행태 등을 지적했다.

 그로부터 1년, 개선된 부분이 없진 않다. 앞서 ⑥ 신규사업 예산 편성을 적극 주장한 의원들은 누구인가에서 예로 들었던 옛가요보존회 지원 예산 6억 원은 전액 삭감됐다. 지난해 기사에서도 지적했던 무예진흥원 건립 예산 5억 원은, 2017년 11월 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법 개정을 통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원들이 2019 예산에 추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2019 예산회의록에 드러난 국회의 심사 행태는 1년 전과 유사하다. '국회발 신규사업'은 여전히 4분의 3이 '지역성 사업'으로 분류된다. 법령과 예산 편성 원칙을 어기거나, 사용할 수 없다는데도 의원의 성과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거나, 회의록에 논의 흔적 없는 '깜깜이 심사' 행태는 여전했다. 특히 신규사업 중에 회의록에 전혀 언급 없이 예산이 편성된 사업 수는 2.5배나 증가했다. 예산 심사 기간이 더욱 줄어들면서 '법 위의 소소위'로 쟁점 논의가 쏠리는 건 더 심해졌다.

 단기적으로 예산심사 기간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9월 정기국회는 '예산 국회'라고도 불리우고 법적으로는 90일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때문에 실질적인 예산심사는 11월에 들어서야 시작된다. 국정감사 일정을 조정해 9월 국회에서는 예산 심사에 전념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설 국정감사까지는 못 하더라도 현재 국정감사를 6월 정도로 앞당기고 9월부터 예산 심사를 시작하는 등 충분한 심사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에서 중요한 감액·증액 심사가 대부분 이뤄지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 최소한 회의 내용이 공개되는 소위원회가 예산 심사의 중심으로 바로 자리잡아야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줄일 수 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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