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연평도에서 해병부대의 실수로 마을방송이 잘못 나가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1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5분께 연평도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실제 상황입니다"라는 군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방송을 듣고 놀란 연평면사무소 직원 10여명은 긴급히 무전기를 챙겨 각자 맡은 담당 대피소로 달려갔다.
그 사이 집에서 점심 준비를 하던 주민 수백여명도 뛰쳐나와 몸을 낮춘 채 대피소를 향해 뛰었다.
전쟁이 벌어진 줄 알고 여객선을 타려고 당섬 선착장으로 달려간 주민도 일부 있었다.
연평도 주민 김모(52)씨는 "오늘이 공공근로 마지막 날이라 많은 어르신이 동네 곳곳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며 "5개 마을에서 방송을 들은 주민 수백명이 대피소로 뛰어갔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연평 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오전에 15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는데 갑자기 '실제 상황'이라는 군부대 방송이 나와 급히 대피소로 달려갔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공습경보를 내리고 1시간 동안 민방공 훈련을 했다.
그러나 불과 몇분 뒤 해병대 연평부대의 핫라인을 통해 '잘못 나간 방송이었다'는 연락이 왔고, 혼비백산했던 면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은 비로소 안도했다.
이날 소동은 해병대 연평부대가 마을방송을 내보내는 스위치를 켜 둔 채 자체 훈련을 하다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 간부의 훈련용 멘트가 마을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방송으로 나간 것이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마을 방송 시스템이 정비됐다.
애초 연평부대로부터 비상상황 전파를 받은 면사무소가 방송으로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대피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군부대가 직접 방송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면사무소 측은 연평부대의 오인방송이라는 연락을 받고 "훈련 상황이다. 오해 없길 바란다"는 정정 방송을 내보냈다.
연평도 포격의 트라우마를 씻지 못한 주민들로서는 아찔한 하루였다.
(인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