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963년,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진 이래, 선관위에 등록된 우리나라 정당의 수는 모두 172개입니다. 그런데 평균수명이 고작 33개월밖에 안 됩니다.
100년 정당을 외쳤지만, 정작 수명은 짧았던 우리 정당사를 진송민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우리 정당사상 최장수 기록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민주공화당이 갖고 있습니다.
1963년부터 1980년까지 17년 5개월 동안 존속했습니다.
반면에 2012년, '제3신당'이라는 정당은 만들어진 지 8일 만에 사라졌습니다.
민주공화당의 맥을 이은 민주정의당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96년엔 신한국당으로 또 변신합니다.
[1996년 신한국당 전당대회 : 우리의 자랑스러운 당기를 향해 박수를 보냅시다.]
하지만, 97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꼬마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신한국당도 1년 9개월 만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김원기/당시 열린우리당 의장(2003년 창당대회) : 이 땅 위에 새로운 정치를 반드시 이룩해 냅시다. 열린우리당이 역사와 국민에게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100년 정당을 표방하며 지난 2003년 출범했던 열린우리당 역시 3년 8개월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이 무렵, 각 정당들의 '헤쳐 모여'가 거듭되면서 한 17대 국회의원의 당적은 1년 사이에 열린우리당,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으로 무려 5차례나 바뀌었습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책이 아닌 사람과 지역 중심으로 정당을 급조해온 3김 시대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겁니다.
[강원택/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두 개의 거대 정당이 그동안 지배해 왔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외형만을 바꿔가면서 자신들의 지위를 계속 유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을 해서 이들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극제가 필요한데….]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던 자민련과 자유선진당 같은 제3당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은 보수와 진보의 양당 체제에 흡수되고 말았다는 것도 우리 정당사의 특징입니다.
(영상취재 : 인필성, 영상편집 : 김종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