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성장의 위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SBS는 오늘(5일)부터 연중 기획 시리즈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우선 장시간 근로 문제입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를 일 중독 국가로 부르곤 합니다. 한해 근로시간 2,092 시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과로 공화국입니다. 일 많이 하면 돈 많이 벌고 더 성장할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미래한국리포트, 이호건 기자입니다.
<기자>
남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최영태 씨는 일터로 향합니다.
최씨는 기계 부품 공장에서 주·야간 2교대로 하루 12시간을 근무합니다.
20년째 주기적으로 낮밤을 바꿔가며 일하다 보니 불규칙한 수면이 일상이 됐습니다.
[최영태/주·야간 교대 근무자 : 자긴 자는데 한두 시간 자고 또 많이 잤다고 생각하면 한두 시간뿐…자고 또 깨고.]
이렇게 우리나라 생산 현장에서의 장시간 근로는 잦은 야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수면 검사를 했습니다.
잠든 뒤에도 계속 뒤척이고, 뇌파가 끊임없이 요동칩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겁니다.
[황상인/'장시간 근로' 회사원 : 확실히 야간 일 안 했을때보다 더 잠 못자고 힘든 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교대 근무를 하는 회사의 56%가 주·야간 2교대인데, 2교대 근무자의 84%는 이런 수면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주·야간 교대근무는 수명을 평균 13년 단축 시키는 2급 발암 추정 요인으로도 분류돼 있습니다.
장시간 근로로 고도성장을 이끄는 사이 근로자들은 늪에 빠지듯 일에 매몰돼 건강을 위협받았습니다.
하루 11시간 넘게 근무했을 때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3배 가까이 높아지고,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우울 불안 장애가 2.7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신 철/고대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소장 : 생체 리듬이 깨짐으로써 혈압이 올라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기 때문에 치매라든가, 조기 중풍이라든가….]
더 큰 문제는 가족과 사회에서 단절된다는 점입니다.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0시 넘어야 퇴근하는 집배원 백기현 씨의 휴일을 관찰해봤습니다.
맞벌이하는 아내는 아침에 출근하고 아들은 자기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백기현/우체국 집배원 : 틈틈히 짬을 내서 보내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부족한 점 많아요. 집사람한테도 미안하고 아들한테도 미안하고.]
[김영선/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장시간 노동은 가족관계, 자녀관계, 부부관계, 사회관계를 단절시켜 버립니다. 일종의 폭력이자 사회적 질병.]
몸은 몸대로 천근만근 힘들게 하고 사회적인 건강도 위협하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이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