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폭죽놀이는 대략 춘제 사흘전부터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가끔 들려옵니다. 하루에 한 서너 차례. 그러다 춘제 전날이 되면 아침부터 꽤 빈번해집니다. 잊을 만 하면 펑. 잊을 만 하면 펑. 날이 어두워지면서 본격적인 막이 오릅니다. 거의 끊이지 않고 각종 폭죽소리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자정이 다가오면서 급격히 절정에 오릅니다. 정각 12시 온 세상이 폭발합니다. 수많은 폭음이 한꺼번에 터져나옵니다. 흡사 십자포화의 한 가운데 들어온 듯 합니다. 그리고 밤새 쉬지 않고 터집니다. 밤을 꼬박 새웁니다. 그렇게 며칠 밤낮 동안 계속됩니다. 조금씩 횟수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대략 정월대보름까지는 꾸준히 이어집니다.
당시에는 감히 구경하러 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니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군대에 다시 간 듯해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였을 것입니다. 전쟁이라도 터진 듯해 스산한 마음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 베이징에서 춘제 전날 폭죽놀이 취재에 나섰습니다. 베이징의 겨울밤을 우습게 봤다가 밤새 벌벌 떨어야 했지만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우선 수많은 폭죽 소리의 정체를 확인했습니다.
'펑, 펑' 하는 대포 소리는 불꽃놀이용 폭죽이었습니다. 하늘에 솟아 올라가 '펑'하고 터진 뒤 색색의 불꽃을 사방으로 뿌립니다. 다탄두포탄처럼 한 번 '펑'하고 터진 뒤 '팡, 팡' 하며 2차 폭발을 일으키는 불꽃놀이 폭죽도 있습니다.

'탕, 탕'하는 총소리는 폭죽의 기본 목적에 가장 충실한 종류입니다. 원래 폭죽은 중국에서 새해 첫날 산조와 악귀를 쫓기 위해 대나무에 화약을 넣고 터뜨리는 풍속에서 시작됐습니다. 산조는 산에 사는 뿔이 넷 달린 괴수로 춘제 때마다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산조에게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강한 불빛과 큰 소리에 기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폭죽이 사용됐다는 것입니다. '탕' 소리를 내는 폭죽은 하늘로 솟아 오른 뒤 '탕'하는 굉음과 함께 터지면서 순간적으로 강렬한 불빛을 내뿜습니다. 산조가 가장 무서워할 만합니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하고 기관총 소리를 내는 폭죽은 바닥에서 사용됩니다. 땅바닥에 밧줄처럼 쭉 깔아놓은 뒤 한쪽 끝에 불을 붙이면 타들어가면서 이런 기관총 소리를 만듭니다.
춘제 당일 자정이 되는 순간 사방팔방에서 동시에 폭죽이 하늘로 발사됩니다. 온 하늘이 불꽃으로 가득 찹니다. 하나하나의 불꽃도 아름다운데 이를 여러 개 겹쳐서 보면 장관입니다. 까만 밤 하늘에 각양각색의 모양과 색깔로 수를 놓습니다. 불꽃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대낮처럼 환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폭죽을 쏘고, 또 그 모습을 구경합니다. 무척이나 즐거워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아름다운 불꽃에도 넋이 나갈 지경이지만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 자체에 흥분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중국 춘제의 대표적 풍경인 폭죽놀이가 요즘 지탄의 대상이 돼 있습니다. 정부가 여러가지 사용 제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양과 횟수를 엄격히 제한합니다. 미성년자나 행동 이상자 등은 아예 살 수도 없습니다. 폭죽을 판매하는 대리점은 까다로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폭죽을 쏘는 장소도 지정돼 있습니다. 폭죽 사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도 벌입니다. 이런 천덕꾸러기 대접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화약이다 보니 폭발 사고도 많습니다. 지난해 폭죽을 운송하던 차량이 다리 위에서 폭발했습니다. 다리가 무너져내렸고 무려 26명이나 숨졌습니다. 열악한 작업 환경의 폭죽 공장이 폭발하면서 주변 주택가에 엄청난 피해를 준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불량 폭죽으로 인해 사용자가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도 자주 일어납니다. 매년 춘제 때면 폭죽으로 인한 사상자가 수십명씩 나옵니다. 지난해만 해도 설 연휴 7일 동안 모두 6천597건의 화재가 발생해 36명이 숨졌고 5천800만위안, 약 101억 원의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참 위험한 놀이입니다.

그러니 환경 당국에 춘제 폭죽은 원수와 같은 존재입니다. 중국 환경 당국은 춘제 기간 동안 스모그 오렌지색이나 적색 경보가 발령될 경우 폭죽 사용을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아직은 그런 사태를 겪지 않았지만 중국 환경 당국의 의지가 꽤 강고해보입니다.
폭죽의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작은 폭죽이 100위안, 우리 돈 1만8천원쯤 합니다. 더 크고, 화려하고, 발사되는 불꽃 수가 많으면 가격은 훌쩍 뛰어 한 상자에 우리 돈 수십만 원에 이릅니다. 블록버스터급 폭죽으로 최대 구매량인 5상자까지 터뜨릴 경우 하룻밤 불꽃으로 불태우는 돈이 수백만 원에 달합니다.
이번 폭죽놀이 취재에서 젊은이 4명이 폭죽 20상자를 쌓아놓고 터뜨리는 장면을 봤습니다. 상자 하나하나가 최고급인 듯 폭죽 발수도 많은데다 불꽃도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중국인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더군요. "10만 위안(약 1천800만)어치는 되겠는데." 그 4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그저 "장난이에요, 장난"이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은 왜 이렇게 돈을 불태울까요? 몇 분짜리 눈 호사를 하려고 1천만 원 넘게 쓰는 것일까요? 그 돈을 써서 자기 혼자 즐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중국 역사학자에게 이런 궁금한 점을 물어봤습니다. "경쟁하기 때문이죠." 무엇을 위한 경쟁이요? "한 집에서 폭죽을 터뜨리면 이웃집에서는 그보다 더 큰 규모의 폭죽놀이를 합니다. 그쪽 집안에서 쫓겨온 귀신을 다시 몰아내기 위해 더 크게 폭죽을 터뜨려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조금씩 폭죽놀이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집안의 체면을 상징하게 됐습니다."

이때 부유한 집에서 당시로는 매우 값비싼 폭죽을 터뜨립니다. 중국어로 '러나오'라는 말 알죠? '시끌벅적하게 들뜨고 즐거운 분위기'를 중국인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폭죽이 만들어내는 빛과 소리는 그런 '러나오'한 분위기를 이끌어냅니다. 가난한 백성들도 폭죽놀이를 보며 함께 즐거워하고 명절의 들뜬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새해에는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도 하게 되고요. 뜻 있는 부유층들은 후손들이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돈을 아끼지 않도록 귀신을 쫓느니, 남들보다 더 크게 해야 하느니 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였고요.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그 본질은 희미해지고 허례허식만 남은 것 아닐까요?"
학술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그럴 듯 한 설명입니다. 말이 됩니다. 모든 불꽃놀이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남기고 순식간에 스러집니다. 우리네의 무상한 인생을 닮았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불꽃을 기억하며, 또 다음 춘제에 다시 볼 기대를 하며 1년을 살아낼 힘을 얻습니다. 이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공중에 불꽃으로 흩뿌립니다.
다만 그제 베이징 길거리에서 만난 폭죽놀이객에게서는 그런 깊은 뜻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폭죽은 '러나오'한 즐거움과 고달픈 삶에 새 힘을 불어 넣어주는 순기능보다 스모그라는 역기능만 더 심각하게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