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 이른바 '주폭' 문제를 근절하겠다고 서울 경찰이 전담반까지 설치해서 대대적으로 나섰던 것 기억나시죠? 그렇게 1년 반이 지났는데 주폭은 여전하고 전담반 활동은 흐지부지 입니다.
조을선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술에 취한 남성이 경찰의 머리채를 쥐고 흔듭니다.
옷을 벗어젖히는 남성도 있습니다.
술에 취해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는 이른바 '주폭'입니다.
재작년 5월, 김용판 당시 서울 경찰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김용판/전 서울지방경찰청장(2012년) : 주폭은 기본적으로 중범죄자이기 때문에 척결 대상입니다.]
서울 31곳 경찰서에 주폭 전담반을 설치했고, 100일 만에 300명 넘게 붙잡아 구속했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경찰서 주폭 전담반 사무실은 텅 비어 있습니다.
[00 경찰서 주폭 전담반장 : 지금 형사들 강력 사건 수사하러 다 나갔는데…]
다른 경찰서의 주폭 전담반 역시 명패가 무색합니다.
[00 경찰서 주폭 전담반장 : 주폭의 의미가 없어요. 명칭만 주폭이라고 돼 있지. 수사 중인 사건이 없어요.]
주폭 전담반 31곳 가운데 단 3곳 만이 실제 주폭 수사를 전담할 뿐, 대부분 강력팀이나 형사팀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주폭이 줄어 업무 또한 크게 감소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선 여전히 주폭들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연순/식당 주인 : 얼마나 난리 치는지 몰라. (술 취한 사람들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똑같이 말썽을 많이 부려요.]
전담반 활동이 흐지부지된 것은 경찰 수뇌부가 교체된 지난해 5월부터입니다.
주취 신고 건수는 수뇌부 교체 이후 한 달 평균 16% 늘었지만, 주폭 구속은 전담반이 설치된 첫 해 593명에서 지난해에는 194명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박주민/민변 사무차장 : 본인들이 어떤 역할을 한다 행동을 한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반짝 수사 뭐 반짝 검거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찰 수뇌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설치됐다가 흐지부지되는 각종 전담반, 민생 치안이 우선인지, 경찰 홍보가 우선인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신동환, 영상편집 : 김종우,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