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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수 父·조부모 숨져…치매가 부른 비극

치매에 대한 사회 안전망 '허술'

<앵커>

유명 가수의 아버지와 조부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치매 부모를 돌봐오던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치매가 부르는 참극은 지금처럼 사회 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제(6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군 복무 중인 인기 가수의 아버지와 조부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버지는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간다'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담당 경찰 : (치매를 앓으신 건) 5년 이내라고 보면 돼요. 수개월 전부터 5년 내. (힘들어하셨대요?)유족들은 이야기해요. 그렇게.]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숫자는 지난해 5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노인 인구 10명 가운데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80살 강석영 할아버지는 10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치매 아내가 나가지 못하도록 계단에 철문까지 달아놨습니다.

[강석영/치매 환자 보호자 : (아내를) 잃어버리고 나서 몇 번을 찾았어. 수도 없어. 잃어버렸다가 찾았던 게. 철문은 자꾸 잃어버리니까 (달았지). 처음에는 생각도 못 했었지.]

치매 환자보다 배우자가 더 고통스럽습니다.

[(아내를 돌보다가) 공황장애가 올 때는 참 의지할 곳이 없고 헤매게 되더라고, 내가.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하고.)]

보건복지부 치매 콜센터에는 치매 가족을 돌보는 가족들의 하소연과 상담이 하루 평균 50건씩 들어옵니다.

[치매 환자 보호자 : 지금 자는데 흉기를 가지고 들어와서 내놓으라고 막 그러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때?]

한 대학 조사 결과 치매 노인 10명에 4명은 혼자 삽니다.

또, 치매를 앓는 노인의 주 부양자 연령대는 평균 53.5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매 노인을 노인이 돌봐야 하는 상황이 머지않았단 얘기입니다.

고령화 속도에 비해 치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허술합니다.

전체 치매 환자 가운데 장기 요양 보험 대상자로 정부지원을 받는 사람은 17만 4천 명, 나머지는 가족이 간병 부담을 떠안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치매 특별등급을 도입해 5만 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여전히 전체의 60% 이상이 사각지대로 남습니다.

치매 환자 가족들에 대한 정신적인 치료나 지원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박기형/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 간병을 위해서 본인의 취미 생활이나 여가 생활, 그리고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 모두 희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간병하는 가족의 3분의 1이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질병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2024년에는 치매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2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돼 치매에 대한 사회 안전망 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경연,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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