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기초 선거 정당공천제, 정말 폐지될까?

[취재파일] 기초 선거 정당공천제, 정말 폐지될까?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있습니다. 1월 말까지 활동시한입니다. 주임무는 지 방선거 전까지 공천과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기초 단위 선거, 그러니까 광역시나 서울시의 구청장이나 구의회 의원들을 뽑는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지 여부입니다.

기초 단위 선거 정당공천 여부가 뜨거운 쟁점이 된 것은 여야의 공약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초 단위 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분명하게 말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전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양 쪽 모두 국민에게 더 이상 분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초 선거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기초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은 여야 합의로 벌써 통과 됐어야 마땅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SBS가 정개특위 위원 18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초 선거 정당 공천 폐지안이 통과될지는 매우 불투명해 보입니다.

18명 중 기초 선거 정당 공천 폐지에 반대한 위원이 9명입니다. 새누리당 의원 8명에 정의당 심상정 1명을 합쳐 9명입니다. 민주당 위원 8명은 전원 반대입니다. 위원들 모두 당론에 따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한 1명은 새누리당 박대동 위원입니다. 앞으로 여야 합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의견을 밝힌 위원 중에는 정당 공천제 폐지론자 보다 반대론자들이 더 많은 겁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더욱 복잡합니다.'폐지 찬성'이라고 밝힌 민주당 위원 중에서도 본인 개인 소신은 반대라고 말한 위원들이 있습니다.(물론 모두 결론적으로는 당론을 따라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이긴 합니다) 광역선거(광역시장, 도지사 등)에서는 정당 공천을 해놓고, 기초 단위 선거에만 정당 공천을 하지 못하게 하면 평등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또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는우려도 있습니다. 당론이나 공약을 떼어 놓고 개인 소신만 따지고 보면 기초 선거공천 폐지 반대론자가 더 많은 셈입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새누리당은 특별시와 광역시의 기초의회(구의회)를 폐지하고, 광역·기초단체장 임기를 2연임으로 한정하고,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등의 방안을 민주당과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 지방자치제도 개선 논의에 혼선을 야기하고 기초공천폐지 대선공약 말바꾸기를 위한 사전정지작업 의도일 뿐이다."라며 "새누리당의 이런 의도에 말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일축했습니다.

기초 단위 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제가 만나 본 한 구청장 출마 예정자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는 전제로, 일단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폐지가 될 지 안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니 혼란스럽다. 정당 공천을 하면 경선을 하게 될 텐데 그러면 인지도 높이기보다 경선룰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폐지할 수는 없다.' 정개특위 위원들의 딜레마도 이해는 할만 합니다. 그러나 이제 특위의 활동시한이 1달도 채 남지 않았고, 지방선거 역시 5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딜레마를 껴안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많은 권한과 막대한 세금은 이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라고 부여한 겁니다. 국회의원들이 과연 주어진 시한에 자기 할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