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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주현우 학생 "대학생에 한정된 문제 아냐"

고려대학교 주현우 학생(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 김소원/사회자:

출근길에 올라있는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안녕들 하십니까? 이 ‘안녕하십니까.’ 무심코 주고받았던 안부의 이 말이 최근에 새삼 들리는 그런 일이 생겼죠? 어떤 대학생이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고,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제목으로 올렸는데요.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들 중에서도 이 물음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에 빠져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과연 안녕한 상황일까요? 맨 처음 대자보를 내걸었던 고려대학교 주현우 학생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주현우 학생 나와 있죠?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네. 안녕하세요.

▷ 김소원/사회자:

안녕하세요.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네. 안녕합니다.

▷ 김소원/사회자:

이 인사말에, 그냥 네. 라고 대답 하셨는데, 그렇게 마음이 썩 안녕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몇 가지 여쭈어볼게요. 고려대학교 다니시던데 무슨 과 몇 학년인가요?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경영학과 4학년 입니다.

▷ 김소원/사회자:

27살이라고 나와 있는데 군대 다녀오시고 복학하신건가요.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네. 갔다 왔습니다.

▷ 김소원/사회자: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대자보 붙인 것이 정확히 언제였죠?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화요일 아침 11시 경이었습니다.

▷ 김소원/사회자:

혹시 이번에 올리신 글이 특정 정파나 특정 단체를 대변하거나 그런 입장에서 올리신 글이었습니까?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전혀 그렇지 않죠.

▷ 김소원/사회자:

어떤 내용이었는지 소개를 해주시죠.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지극히 단순하고 상식적인 내용입니다. 처음 글의 시작은 다소, 뭐라고 할까요.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월요일 날 아르바이트가 늦게까지 끝나고 집에 들어왔는데, 인터넷 뉴스에서 제일 크게 봤던 것이 철도 문제와 파업에 대해서 4,200여명 직위해제였어요. 저는 파업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뉴스를 봐서 알고 있었는데 하루만에 4,200여명을 직위 해제했다는 것은 일단 대화의지가 없다는 식으로밖에 읽히지가 않았고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그 사람들이 나와서 한 이야기가, 철도민영화 반대였기 때문에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사회적 공공성을 위해서 나온 사람들에 대해서 한 치의 대화의 의지 없이 잘라낸다면 이게 과연 올바를 수 있을까. 과연 안녕한 상황일까에 대해서 저 뿐만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의 생각을 묻고 싶었어요.

▷ 김소원/사회자:

지금이야 8,000명 가까이 직위해제 된 상황이니까 더 말할 나위 없겠죠. 그런데요. 전국에 수백 개 대학들이 있고 대학마다 각종 형태의 수많은 대자보들이 있을 텐데 유독 주현우 씨 글에 많은 사람들 눈길이 머문 이유.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저는 그 물음 자체에 있다고 생각해요.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 때문에 그 답들은 하나하나가 각자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들을 담고 있거든요. 저희 학교에 붙어있는 것들만 보더라도 가지각색, 각양각색.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다릅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게 제 글 자체에서 출발은 했어도 물음. 상식적인 물음인, 안녕 하느냐. 라는 물음에 대한 삶의 일반적인 상황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에 따라서 그게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소원/사회자:

주현우 학생이 보기에는 과연 어떤, 그 무엇이 청년 세대의 안녕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계십니까?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글쎄요. 저는 이게 청년 세대의 안녕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대부분 매스컴이나 이런 곳에서 맞추어지는 것은 청년들이 안녕치 못하다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고 대학생들만 이런 것에 참가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저희가 지금 관리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만들어진지 만3일만에 20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저희가 더 이상 메시지를 못 읽을 수준이거든요. 너무 많아서 읽을 수가 없어요. 저 혼자서도요. 쌓여있는 메시지들이 1천개가 넘는데 1천개의 내용들이 다 다르고 글 쓴 사람들이 다 다릅니다. 대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도 있고 나이든 어르신도 계시고 해외에 계신 교포분도 계시고 이 분들이 지금 다 안녕치 못하다는 것에 대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계세요. 이것은 사실상 청년세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안녕치 못하는 것에 대한 호응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소원/사회자:

그렇군요. 이번에 쓰신 글을 보면 조금 전에 언급하셨듯, KTX노조원 처리 문제라든가. 목숨을 끊으신 밀양 송전탑 문제 어르신. 고등학생들 안타까운 형편. 이런 것을 지적하고 있더라고요. 지금 국정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어떤 것들입니까?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저는 그냥 지금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만약 정말 사람들이, 안녕치 못할 수 있어요. 경우에 따라서 모두가 다 안녕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라고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다 행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 이렇게 들불처럼 사람들이 안녕치 못하고 이야기하는 이 현 상황 자체를 보면 정말 소통이 잘 안된다고도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제가 이 이야기를 썼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무 많이 들어서 자다가도 누르면 말이 나올 것 같은 수준이지만, 통쾌하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속 시원하다. 통쾌하다. 이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 드는 생각이, 이게 언로가 제대로 트여 있거나 소위 말하는 소통이라는 것이 제대로 되어 있어도 최소한 이렇게 사람들이 들끓듯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동시에 그만큼 지금 현재 사람들의 삶 자체가 척박하다는 것이 여실히 들어나서 국정의 키를 쥐신 분들이 어떻게 하시는지를 제가 잘 모르겠으나 이 상황에 대해서 쉽게 해프닝처럼 이해하시거나 넘길,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소원/사회자:

주현우 군의 대자보. 이번 일에 대해서 사람들이 약간 궁금하게 여기는 것이 있어서 빠르게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이요. 이렇게 이야기해요. 잠자코 안녕하게 잘 있는 많은 청년들을 주현우 군이 괜히 애써서 꾸짖고 있다. 사서 일을 만들고 있다. 이런 비난이요. 어떻게 보세요.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그거는 청년 실업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끝나는 문제라고 봅니다. 이게 다른 것이 아니고요. 정말 저희 학교에서도, 심지어 저희 학교.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이건 명문대에서 쓰는 이야기니까 이렇게 먹히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저는 그 비난에 대해서 타당하다고도 생각하지만 동시에 소위 명문대에 있다고 하는 친구들도 취업이 어려운 형국이거든요. 그 친구들 역시도 피부에 와 닿는 문제들이 그런 문제들인 거예요. 제 친구들, 저 뿐만 아니라.

▷ 김소원/사회자:

혹시 내가 안녕하지 못한 것이 그만큼 내 자신에 충실하게 살지 못한 내 탓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묻는다면?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각자가 물으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가 예를 들어서,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면 아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그런 것은 달라질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자기가 안녕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는, 그것은 누구든지 보장되어야 할 권리 아닌가요?

▷ 김소원/사회자:

심지어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도 있어요. 박근혜 정부 1년에 맞추어서 치밀하게 계획한, 시점을 기획한 것 아니냐?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저는 이번 주에, 내일부터 시작해서 시험 4개가 연달아 있고요. 그리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와중이고요. 그런 것을 짤만한 뭐랄까요. 조직이나 이런 것이 없어요. 당장 월요일 날 들어와서 제가 뉴스를 보고, 화요일 날 아침에서야 부랴부랴 적은 겁니다. 열이 받아가지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은 생각들 때문에.

▷ 김소원/사회자:

대자보 내용에 보면, 청년세대의 침묵. 청년세대의 사회에 대한 외면. 이런 것도 뭐라고 할까요. 자아비판. 반성? 이런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사실 저는 자아비판, 반성은 아니고요. 이런 이야기죠. 청년 세대자체에서 청년은 어떠하다는 형식으로서의 틀이 있고 그걸 기준으로 소위 청년 세대에 대한 정치적 무관심.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잖아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요. 우리 그래서 잘못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저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지금 특히 대학생들 세대 같은 경우는 일자리가 풍부했던 시기를 산 적이 없어요. 태어나자부터, 글 배우고 이랬을 때부터는 경쟁이 우선이고 너희가 IMF를 통과했었기 때문에 까딱해서 너희들이 공부 안 하고 이런 식으로 다른 곳에 신경 쓰고 이야기하다가 너희들 때 놓치면 나중에 가서 다 굶어 죽는다. 이런 이야기 듣고, 지금 힘들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서 태어나면서부터 뛰었던 세대였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보고, 여유가 있어서 정치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럴 수가 없었거든요. 한마디로, 말 그대로 대자보에 썼듯 정치나 경제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관심한 것도 아니지만 거기에 관심을 쏟거나 거기에 의도를 드러내는 순간, 사회에서 뭔가 배척당하고 소위 말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 터부시되었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이지. 저는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지. 저희에 대해서 저희가 여태까지 그러한 것이 마치 반성하거나 자아비판하거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

▷ 김소원/사회자:

그 동안 청년 세대에 쏟아졌던 아쉬움이라고 할까. 비난에 대해서 억울하셨던 모양이네요. 마지막으로 짚어볼게요. 이번에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대자보 반향 커지면서 주말에 학생들과 거리에 나서기까지 했던데요. 계속 하실겁니까. 혹시 나중에 구체적인, 정치적인 구호나 특정인의 퇴진 같은 것도 시위에 포함될 수 있을까요?

▶ 주현우 학생 / 고려대학교(대자보 처음 붙인 학생)

아니오. 저는 그것은 이제부터는 안녕들 하십니까. 20만 명 가까이 좋아요를 눌러주신 안녕들 하십니까의 분들. 그리고 정확히 이야기하면 우리들 스스로가 각자 정해서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것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대해서는 저희는 열어놓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들이 정해져있는 것은 안녕치 못하다는 구호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반성이고요. 우리 스스로 그 이야기, 각자 자기들만의 언어로 자기 삶으로 이야기하고 그 원인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하고 해 나가자고 하는 것이 가장 큰 구호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그게 어떤 방식으로 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서 특정인의 퇴진을 이야기한다거나 또는 어떤 특정 정치적 구호가 된다거나. 저희는 그런 것들을 정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런 것들은 열려있는 거죠.

▷ 김소원/사회자:

모든 것을 열어놓겠다. 알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여기까지 들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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