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빙판 위에서 연기를 시작합니다. 탱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그녀의 몸짓은 때로는 애절하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격정적입니다. 9개월 만에 실전에 복귀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아디오스 노니노’에서 아버지를 여읜 뒤 슬픔에 잠긴 작곡가 피아졸라가 작품 속에 담고자 했던 애틋하고 묵직한 감성을 풍부하게 표현해냈습니다.
김연아의 이번 프로그램은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연아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을 만큼 프로그램 구성이 풍부하고 알찹니다. 한 작품 속에서 점프와 여러 가지 스텝을 쉴 틈 없이 연결하는데, 점프와 스핀 사이에 손짓 하나 스핀과 스텝 사이의 표정 하나가 물 흐르듯 이어지면서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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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예술점수는 그래서 경쟁자들을 압도합니다.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 데뷔전인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71.25점이라는 경이로운 예술점수를 받았습니다. 올 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받은 73.61점,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받았던 71.76점에 이어 세 번 째로 높은 점수입니다. 예술점수를 구성하는 5개 세부 항목에서 모두 8점대 후반의 높은 점수를 받았고, 특히 연기수행, 안무구성, 해석 3개 항목에서는 몇몇 심판들이 만점에 가까운 9.5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김연아의 예술성에 대해 SBS 방상아 피겨해설위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김연아 선수만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연기하는) 4분 동안 김연아 선수는 손끝 하나 발끝 하나에 모든 스토리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 감동을 받는 것 같습니다.” 차원이 다른 연기 그리고 스토리가 있는 연기. 김연아 선수의 탁월한 예술성을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연아의 풍부한 표현력에 대해서는 심판들도 이견이 없습니다. 대회 기간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고성희 피겨 국제심판은 프리스케이팅 연기 직후 “표정이나 동작들이 김연아 선수의 색깔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서 심판들도 굉장히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보는 것, 심판을 보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심판들이 김연아에게 얼마나 마음을 빼앗겼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직 컨디션을 100%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김연아는 새로운 기록과 숱한 화제를 만들어내며 올림픽 시즌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두 달 뒤 소치올림픽에서는 또 어떤 예술의 감동을 선사할지 김연아, 그녀의 탱고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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