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지자체마다 기네스 세계기록을 경쟁적으로 세우고 있죠. 그런데 철저히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기네스북 측에 내는 돈이 적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다 세금입니다.
안서현 기자입니다.
<기자>
울산 울주군의 옹기 박물관에 전시된 초대형 옹기입니다.
높이 2.2m, 둘레 5.2m, 무게는 172킬로그램으로 세계에서 가장 큽니다.
이 옹기는 재작년 6월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서 직접 온 현지 심판관의 실측을 거쳐 세계 기록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전시실은 텅 비어 있지만 울주군은 기네스 기록 등재를 위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먼저 다섯 번이나 제작에 실패하는 바람에 옹기 제작에 2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영국 기네스 본사 심판관 초청료만 4천500파운드, 우리 돈 약 780만 원이 듭니다.
왕복 항공료와 숙박비는 별도입니다.
[A 홍보 대행 업체 : 숙소는 5성급 호텔 이상, 비행기는 비즈니스 좌석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사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울주군청 관계자 : 자기들(기네스 월드 레코드)도 생소한 분야니까 기준을 정해줬죠. 기준 제시한 게, 수직 높이 2미 터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네스북을 만드는 기네스 월드 레코드는 맥주 회사 기네스의 이름을 딴 엔터테인먼트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1955년부터 흥미거리로 발간한 기네스북은 전 세계에서 1억 권 이상 팔렸습니다.
그러나 운영은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심사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로고를 사용하는데도 최소한 천 파운드, 우리 돈 170만 원 이상이 듭니다.
[A 홍보 대행 업체 :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도 등급이 있더라고요. 3~4개 등급이 있는데, 기네스 월드 레코드 마크를 사용하려면 (가격이) 더 비싸요.]
기네스북 등재가 가능한 대상인지를 바로 확인하는 데만 70만 원이 넘는 돈이 듭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 영국 본사 : 450파운드 (77만 원)를 내야 3일 안에 답변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충북 영동은 초대형 북을, 강원 양구는 초대형 해시계를, 광주 광산구는 대형 우체통을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렸습니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세금이 들어갔습니다.
실적과 시용으로 기네스북을 이용하려는 지자체들의 빗나간 과시욕이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사와 국내 기록 대행 업체들의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강동철, 영상편집 : 오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