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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으론 안되니 민간연금 가입하세요"

[취재파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으론 안되니 민간연금 가입하세요"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들이 수상합니다. 국민연금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우수성을 알려도 시간이 부족할 국민연금연구원이 느닷없이 삼성생명 같은 데서 판매하는 민간연금에 가입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즉 공적연금으로는 노후를 안전하게 보장할 수 없으니 사적연금에도 가입해서 ‘다층적인’ 노후를 준비하라는 논리입니다. 달리 말하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노후를 보장할 만큼 충분히 못준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연구원의 보고서들은 공교롭게도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신할 문형표 후보자의 지론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문 후보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흠뻑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너무 많은 돈을 타가고 있다” “국민연금 받는 사람이 기초연금 받으려는 것은 욕심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올리든지, 연금 지급액을 줄이든지 하고, 국민연금 타면 기초연금 욕심 내지 말자는 겁니다. 나라로부터 연금을 적게 받아가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민간연금, 사적연금에 가입해서 부족한 노후자금을 마련하라고 국민연금연구원이 거들고 있는 꼴입니다.

11일1일 ‘노후소득보장에서 공적연금의 역할과 비중’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는 “공적연금은 소득보장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야 하나”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노후 소득에서 공적연금의 기여도를 따져보겠다는 거지요.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 국가들의 경우 고령가구의 소득 구성에서 공적 연금의 비중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족들의 도움과 노인들의 직접 노동이 고령가구 소득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합니다. 연구원은 스스로 국민연금, 기초연금 같은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이 참으로 빈약하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적연금만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적절한 정책방향이 아니라고 진단하고 사적연금 가입을 독려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정리합니다. 국민연금을 책임지고 있는 공공기관이 사적연금 가입을 재촉하고 있네요. 삼성생명이 해도 될 일을 국민들의 국민연금 보험료로 운영되는 기관이 굳이 앞장설 필요가 있을까요. 부제 “공적연금은 소득보장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야 하나”에 대한 답도 결국엔 ‘가능한 낮은 비중’이 되겠습니다.

10월28일 '다층노후소득보장제도는 왜 필요한가?'

국민연금연구원의 이 보고서는 노후소득을 0층 기초연금ㆍ기초생활보장제도,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이라고 분류합니다. '다층 노후소득 보장제도'입니다. 우리나라도 외형적으로는 다층 노후소득 보장제도를 갖추고 있지요. 보고서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다층 노후소득 보장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공ㆍ사적연금 간의 역할 분담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OECD도 공적연금이 40을 책임지면 사적연금이 20을 책임져야 한다고 권고한다고 덧붙입니다. 사실상 터놓고 서둘러 개인연금, 퇴직연금에 가입하라고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캡쳐_50


민간보험사들의 음모론, 낭설인줄 알았는데...

기초연금 정부 최종안이 발표될 즈음, 항간에 떠돌았던 말이 있습니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에 연계해서 지급되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커져서 탈퇴자들이 늘 것이다. 또 기초연금 20만원을 받고 국민연금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는 절묘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드러나면서 탈퇴자가 늘 것이다. 이런 탈퇴자들을 받아들일 시장은 민간보험회사의 사적연금이다.”

기초연금을 현재 정부 최종안 모양대로 만드는데 민간보험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까지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는 도대체 뭘까요. 민간보험회사들의 기초연금 음모론을 뒷받침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작심하고 민간 생명보험사 연구소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연구원은 어떻게 하면 국민연금을 잘 꾸려서 우리 국민들이 은퇴한 뒤에 편안한 노후를 보낼지를 심혈을 기울여 궁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삼성생명 민간연금상품 가입하면 국민연금 기초연금에 더해져서 노후가 더 안전할 것이란 연구는 삼성생명 보고 하라고 맡겨두시고요.

또 하나! 우리 국민 중에 사적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국민연금연구원은 추산해봤을까요. 특히 기초연금 대상이라는 소득 하위 70% 중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적연금에 들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의 주장이 "없는 사람은 기초연금에 쥐꼬리 국민연금 받고 어렵게 사시고, 있는 사람은 국민연금에 사적연금까지 가입해서 넉넉한 노후 누리시라"라는 말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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