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세먼지를 잔뜩 머금고 뿌옇게 흐렸던 날씨도 돌파구를 찾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조금 강해지면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먼지들도 이동을 시작했고 하늘도 점차 맑게 개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먼지가 많아서 먼 곳을 볼 때는 여전히 답답하지만 말입니다.
금요일(8일)은 모처럼 맑은 날씨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침기온도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져 철원 등 내륙의 기온이 0도 안팎까지 내려가겠고 대관령을 비롯한 강원산간의 기온은 영하권을 맴돌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동안 기온이 높았기 때문에 몸이 느끼는 공기는 더 차가울 수 있는 만큼 체온조절에 유의하셔야 겠습니다.
이제 계절이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 겨울로 향하면서 거리는 늦가을의 멋진 정취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도심의 나무들도 어느새 울긋불긋한 단풍잎으로 갈아입었고, 비가 한 번 내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힘겨운 듯 단풍을 떨구면서 거리는 온통 낙엽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동남아와 남태평양 여러 나라는 뜨거운 바다와 씨름 중입니다. 바닷물이 많이 식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태풍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위성 사진을 보면 눈이 또렷한 30호 태풍 ‘하이옌’의 모습이 선명한데요. 중심최대풍속이 초속 57m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중형 태풍으로 필리핀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바다제비의 이름인 태풍 '하이옌'이 아직도 발달 중이라는 점인데요. 필리핀에 바짝 다가설 금요일(8일)에는 중심기압이 900헥토파스칼까지 낮아지고 중심부근 최대풍속도 초속 60m(시속 212km)에 가까운 초강력 태풍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면 올 태풍은 30호 태풍 ‘하이옌’이 마지막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많게는 대 여섯 개의 태풍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난 50년 이후 발생한 태풍 수를 살폈더니 11월과 12월에도 적게는 1, 2개에서 많게는 7개 까지 태풍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도와 가까운 바다는 겨울에도 여전히 뜨겁기 때문에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늘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태풍이 얼마나 더 발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조금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올해는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태풍이 많이 발생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94년에는 무려 36개의 태풍이 발생해 다섯 개나 영향을 주었는데요. 이후 20년 동안은 태풍 발생 수가 30개를 넘은 해가 단 한해도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 1998년에는 16개, 2010년에는 단 14개의 태풍만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1년 이후 태풍 발생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67년으로 39개라는 엄청난 수의 태풍이 발생했는데요. 1964년부터 4년 동안은 매년 태풍이 30개를 넘어 가장 활발하게 태풍이 발생했던 기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태풍이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크게 느는 것은 아닙니다. 39개의 태풍이 발생한 1967년에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준 태풍은 단 하나에 머물렀거든요. 무려 7개의 태풍이 영향을 주었던 1959년의 태풍 발생 수는 23개에 불과했고, 6개의 태풍이 영향을 준 1976년의 태풍 발생 수도 25개에 머물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