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경복궁 앞 일본 대사관…원칙 없는 건축 허가

<앵커>

서울 도심에 있는 문화재 주변 100m 안에는 높이 14m 넘는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경복궁 주변은 이미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 있죠. 바로 길 건너 일본대사관은 32m 높이의 신축 건물 허가를 받아 냈습니다. 개인에게만 엄격히 적용되는 문화재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경복궁에서 90m 떨어진 일본 대사관입니다.

32m 높이로 건물을 새로 짓겠다고 나섰는데, 지난해만 해도 안 된다던 문화재청이 1년 만에 태도를 180도 바꿔 최근 건축 허가를 내줬습니다.

경복궁 주변 100m 안에는 높이 14m가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문화재보호법을 적용하지 않은 겁니다.

이미 경복궁과 일본 대사관 사이에 높이 60m가 넘는 고층빌딩이 있단 이유를 댔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일본 대사관 신축 진행상황이 어떤가요?) 바뀐 건 없습니다. 경복궁에서 볼 때 이미 그 앞에 60m가 넘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일본 대사관이) 경복궁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판단입니다).]

사실 정부종합청사, 대기업 건물 등 60m를 넘긴 건물은 경복궁 주변에 부지기수입니다.

이곳은 경복궁 동십자각입니다.

조선시대 경복궁의 망루였던 곳인데, 원래는 경복궁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이곳도 경복궁입니다.

여기서부터 길 건너 건물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자로 한번 재 보겠습니다.

53m가 나옵니다.

서울의 중심 경복궁 주변에서 문화재보호법은 이미 죽은 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의 버킹엄, 프랑스의 베르사유, 가까운 일본의 나고야 성 등 외국의 대표적 문화재와 주변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인 광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대사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축 건물을 막을 명분이 있을 리 없습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이미 높은 빌딩이 있다는 변명은) 창피한 거고요, 결국 그런 현실이 나타나잖아요. '아니, 저 건물 있는데 왜 우리는 못 짓게 하느냐?, 왜 우리는 못 짓게 하느냐?' 그런 식으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

경복궁 옆으로 불과 20여 m 떨어진 곳에는 지금도 한 대기업의 호텔이 신축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면 문화재 주변에 사는 일반 개인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조선 시대 양반집 구조가 잘 보존돼 문화재로 지정된 구미 쌍암고택입니다.

주민들은 문화재 경관 보호를 위해 양옥이든 한옥이든 지붕만큼은 모두 검은 기와를 올렸습니다.

[이구복/경북 구미 쌍암고택 주변 주민 : 소 우리 하나를 지어도 문화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요즘 샌드위치 판넬도 거의 파란색인데 색깔이 또 안 맞는다고 해서 또 도색을 다시 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문화재법이 개인에게만 엄격하고 정부기관과 대기업에는 관대하다는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종갑)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