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의 한 초선의원이 일왕에게 편지를 건넸다가 정치 생명이 끊길 위기에 놓였습니다. 편지를 건넨 행위 자체가 불경이라는 겁니다.
도쿄에서 김승필 특파원입니다.
<기자>
일왕이 주최하는 가을 가든 파티장에 문화·체육계 인사와 정치인 등 1천 800여 명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무소속 초선의원이 일왕에게 편지를 건넵니다.
편지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실상을 알리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야마모토/참의원, 무소속 : 어린이들의 건강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원전 노동자들의 힘든 근로환경에 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일본 언론은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보도했고,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후루야/국가공안위원장 : 국회의원으로서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야당 역시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행위라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TV 탤런트 출신인 야마모토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원전 반대 운동가로 변신했으며, 지난 7월 선거에서 참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이고, 야마모토 의원이 사퇴 요구를 받는 진짜 이유는 일왕의 권위에 불경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일본 사회에서 일왕이 어떤 존재인지를 이번 사건은 새삼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