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가 붐비는 도심 한 가운데 갑작스런 총성이 울렸다.
도심을 공포로 몰아넣은 남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자신 앞에 있는 다른 두 사람을 향해 고함을 질러댔다. 급기야, 두 사람의 손에 수갑까지 채우며 남자는 한결같이 무언가를 요구했다.
소동을 피운 남자는 당시 국방부 소속 조사관이었던 한 현역군인. 그가 그리도 간절히 요구한 건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이었다.
당시 국방부 소속 특별 조사단(이하 특조단)과 대통령 소속인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이하 의문사위)는 같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군 조사관이 남몰래 보관해 놓은 문건은 무엇에 대한 기록이며 그는 왜 총까지 뽑아들며 그 기록을 지키려 했을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재조명한다.
허 일병의 사망일은 군 입대후 첫 휴가를 가기 하루 전 날이었다. 유서도 없었다.
그러나 허 일병은 대인살상용 무기 M-16 소총의 총구를 자신의 몸에 갖다 대고 무려 3발씩이나 쏘아 자살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모포를 벗기고 사체를 처음 봤다. 자기 몸에다가 어떻게 세 발의 총을 쏠 수가 있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허 일병이 죽은 채 발견되던 날, 군부대원들 대다수도 총성 두 발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허원근 일병의 몸에 남은 총상은 세발인데, 군부대원들은 2번의 총성을 들었고 탄피 역시 단 두 개가 발견됐다. 한 때 세발의 탄피가 모두 발견되었지만 그것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육군 과학 수사 연구소에 의뢰된 총기 번호가 수정되거나 최초 지휘보고 시간이 조작되는 등 미심쩍은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껏 군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해왔다. 실수라기엔 너무나 큰 문제임에도 명쾌하게 해명된 의혹은 없다.
조사에 들어간 의문사위 측은 허 일병의 죽음은 타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의문사위의 타살 주장을 반박하며 허 일병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지난 8월 항소심 재판부는 허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허 일병의 사인을 자살이라고 판결했다. 타살이라는 1심 재판부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었다. 29년 전, 한 병사의 의문스런 죽음은 수많은 논란을 남긴 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은 물론, 3D 모션 캡쳐 같은 최첨단 기법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그 날의 진실에 접근할 예정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M16 방아쇠는 누가 당겼나'편은 12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된다.
(SBS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재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