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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질병 '택시 승차거부'…대책은 또 역부족

[취재파일] 고질병 '택시 승차거부'…대책은 또 역부족
기사 보기: 고질병 '승차거부'.. 대책은 역부족 왜?


오늘 아주 중요한 약속을 했습니다. 저 혼자 한 약속이 아니라, 서울 택시 운수 노측과 사측이 모두 시민 여러분들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10월 12일 새벽 4시부터 서울시 택시 요금이 인상됩니다. 4년만에 기본요금 3천원, 10.9% 요금 인상입니다. 그동안 다른 시도들은 대부분 요금을 올렸지만, 서울시는 시민들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택시 요금 인상을 미루고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하루 종일 택시를 타고 다니는 택시 현장실을 운영하며 서울택시의 현실을 실감했습니다. 택시기사, 승객들의 의견을 듣고, 가스 충전소, 택시회사 심지어 기사식당까지 찾아가 들은 택시의 현실은 한숨 그 자체였습니다. 택시 기사는 택시 기사대로, 승객은 승객대로 택시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고, 불신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4년간 유류비가 40% 넘게 올라 허리가 휘고 있는 기사님들을 생각하면 요금을 인상해야 했고, 승차 거부, 불친절 등으로 택시에 대한 불신이 가득찬 시민들을 생각하면 인상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어렵게 결단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만 택시가 살고, 시민들의 발이 안전해 진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을 하고, 그 후에 요금을 인상합니다. 지금까지는 택시 요금만 올랐지, 서비스는 나아지는게 없다, 택시 기사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가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택시에 대해 시민들의 불신만 깊어졌지요. 택시 요금 인상 전에 서울시가 택시회사 노사와 수십번의 협의를 거쳤습니다.

끈질긴 협의 끝에 택시기사님들의 월정액 급여를 126만원에서 153만원으로 약 27만원 가량 올렸습니다. 유류비용도 실사용량 수준인 35리터까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봤자 택시 회사가 1일 납입기준금(이른바 사납금)을 올리면 그만아니냐는 분들도 계십니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택시 요금 인상은 그랬지요.

그러나 이번엔 다릅니다. 1일 납입기준금이 10만 5천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되는데, 그 중 84%는 반드시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에 사용해야 합니다. 현재 일용직 성격의 운수종사자를 넘어 안정적인 봉급 생활자로 전환되는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시민들이 택시 탈 때 가장 짜증나는게 바로 승차거부죠. 이것도 택시 기사 양심에 맡길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승차거부를 차단했습니다. 승차 거부가 가장 심한 야간엔 9개 노선의 심야 버스와 심야 전용 택시가 운행됩니다. 승객이 분산되니 승차 거부도 줄어들겠죠. 택시 노사가 주요도심에서 승차자율계도도 하고 있습니다. 또 승차 거부가 적발되면 지금보다 10배 많은 40시간이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교육받는 만큼 운행을 못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죠.

서울의 얼굴, 시민의 발인 택시, 반드시 혁신하겠습니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탈 수 있는 택시,
기사님들이 보람있게 일 할 수 있는 택시,
택시 업계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택시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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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승차거부 관련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과 택시서비스 혁신대책을 발표한 날(10월 2일),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아름다운 약속이다. 이대로 택시 기사 처우도 개선하고 서비스도 혁신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좋겠다.

발표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 대책이 맞네 틀리네를 깊이있게 따지긴 어렵다. 상식 수준에서만 간략히 짚어볼 뿐이다.


-지나친 요금 인상?

먼저 택시요금 인상, 4년 만에 중형택시 기준으로 기본요금이 6백 원 올랐다. 거리요금은 1백원/144m에서 1백원/142m로 소폭 인상. 시내에서 오갈 때는 기본요금 외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시계외 요금이 부활해 서울 인접 11개 시로 갈 때 부담이 20% 커졌다. 실제로는 서울을 벗어날 때 20% 가산이 시작되기에 이보다는 적을 것. 심야 할증은 시간과 가산률 그대로다.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요금 인상 같진 않다.



-가장 큰 불만은 '승차 거부'


택시 승차거부 관련


다음은 서비스, 택시 서비스에서 시민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은 '승차 거부'다.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집계된 교통 불편 신고의 40%가 승차 거부에 관한 내용이다.

택시 공급은 이미 과잉이다. 서울에 7만 2천 대의 택시가 있는데 인구 천 명에 7.2대 꼴, 도쿄 5대, 뉴욕 1.7대, 런던 2.1대에 비하면 확실히 많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데도 승차 거부가 일어나는 건 정작 많이 타는 시점과 장소엔 택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심야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주로 유흥가)엔 택시가 적다.

전체 7만 2천 대 중에 5만 대 정도가 개인택시인데 개인택시는 이틀 일하면 하루는 쉬어야 한다. 그래서 실제 운행하는 택시는 대략 개인택시 3만 대, 법인 택시 만 8천 대 정도. 그런데 개인택시기사의 상당수가 고령이라 벌이가 좀 적더라도 주간 운행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야간 공급이 줄어든다. 

여기에 택시 수입 문제, 법인 기사는 현재 기준 하루 10만 5천원을 사납금으로 내야 하고 또 유류비도 본인 부담이 크다. 많이 벌어야 자기 수입이 생기는 구조다. 주간엔 택시가 더 많고 다른 교통수단도 많아 수입 올리기 쉽지 않다. 야간에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야간 수입의 대부분이 집중된다. 바짝 벌어야 하는 것이다.

한 번 운행해 4-5만원 벌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런 승객 많지 않다. 어느 정도 요금이 나오는 거리 승객을 두세 번 태우거나 아예 장거리 승객을 태우거나... 그런 '적당한' 승객을 모두 선호하다보니 '골라 태우려는' 일이 빈번한 듯하다.

즉, 현재 심야시간 택시는, 승차 거부를 하면서라도 승객을 골라태워야 어느 정도 수입이 나는 구조로 보인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승차 거부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제도 개선/단속 및 제재 강화/자정 노력이다. 자정 노력은 택시업계에서 승차 거부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이니 일단 제쳐놓고... 제도 개선에는 요금 인상에다, 심야버스-심야택시가 포함돼 있다.

요금 인상은, 기본요금을 올려 단거리 승객도 거부하지 않게, 시계외 요금을 부활시켜 장거리 승객도 거부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심야택시는 심야시간 택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고 심야버스는 택시 말고 다른 교통수단도 제공한다는 것. 하나하나 정책은 맞는 말이나 기본요금 6백 원 인상이 단거리 승객을 거부하지 않을 유인이 될지는 의문이다. 시계외 요금 부활은 다소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심야택시는 현재 1770대 운행 중인데 이를 더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심야 전용으로 택시 운행한다고 해서 수입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고된 심야 운행을 택하는 기사들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심야버스는 시민 입장에선 반갑고 일부 효과는 있을 것이다.

단속 및 제재 강화는, 반짝 효과만 있을 것 같다. 현재도 이미 승차 거부 적발횟수에 따라 법적으로 자격 취소까지 가능하나 승차 거부를 적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당국에서도 이런 강력한 처벌은 시비를 저어해 꺼리고 있다. 신고를 쉽게 한다거나 과태료 외에 교육을 최대 40시간 받도록 한다는 정도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택시 승차거부 관련




-다른 해법은 없을까?

사실 이번 요금 인상과 대책만으로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다.

일단 택시가 너무 많다. 하지만 이를 단시간에 줄일 방법은 사실 없다. 개인택시기사도 벌이에 불만 많고 법인기사들도 그렇다. 이를 당장 개선할 방법도 없다.

한 택시기사의 글이다.(맨처음 올린 박 시장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택시기사 13년차인 나는 택시요금 인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택시요금 인상과 택시기사의 수입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택시운전을 시작한 2000년에는 택시기본요금이 1300원이었는데...월 200만원 수입은 되었다. 그 이듬해인 2001년에 요금이 1600원으로 올랐는데... 수입은 150만원으로 줄었다. 왜냐하면 입금액은 늘고 손님은 줄었기 때문이다. 다시 2005년에 1900원으로 오르니까 또 수입이 120만원으로 줄고... 2009년에 2400원으로 오르니까 지금은 100만원 남짓이다. 이러니 어찌 요금인상=수입증대란 말인가? 요금이 20% 오르면 손님은 30% 준다. 손님이 봉인가? 요금 올려서 택시기사 수입을 올려주겠다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그보다는 유류보조금 등을 올려야 실질적인 보탬이 될 것이다.

법인기사 급여를 올렸다고 하지만 사납금도 올랐다. 서울시는, 인상된 사납금의 84%를 기사 처우 개선에 쓰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그게 잘 지켜질까. 회의적이다.

벌이가 적다보니 돈 되는 승객만 태우려고 하고 그래서 승차 거부가 발생한다. 단속을 강화하고 강력한 처벌을 해도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다시 승차 거부는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택시기사는 승차 거부가 별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에 불과한데 언론에서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주장, 또 그 늦은 시간까지 술 마시고 다니는 게 정상이냐는 얘기도 한다.

한해 만 6천 건이 넘는 승차거부 신고, 상당수의 시민이 한번 이상은 겪어본 승차거부, 설사 그 주장처럼 빈도가 적더라도 '승차 거부' 때문에 현재 택시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다.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을까?

정책 효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정책만으론 역부족 같다. 실제는 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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