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마다 숭어를 먹고 사는 게 아니니까, 피폭량을 계산하려면 기존의 다른 연구를 참고해야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09년 식품수급표에서 우리나라 성인 1명이 하루에 숭어를 0.26g 먹는다고 계산했습니다. 1년 섭취량을 365로 나눈 겁니다. 역산하면 1년 동안 숭어 95g을 먹는다는 가정입니다. 이 수치는 숭어 좋아하는 사람과, 숭어 안 먹는 사람의 평균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 숫자를 근거로 피폭량을 추정했습니다.
피폭 추정치는 이렇습니다. 신고리 1,2호기 배수구에서 잡은 숭어를 먹었을 경우, 피폭선량이 세슘134는 6.5×10-6, 세슘137은 8.4×10-6mSv/y입니다. *mSv(밀리시버트)는 방사선의 인체 피폭량을 측정하는 단위입니다* 미량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일반인의 1년 허용 선량이 1mSv니까, 세슘134는 1년 허용치의 0.0006%, 세슘137은 1년 허용치의 0.0008% 정도입니다. 물론 이 숭어를 계속 먹으면 피폭량이 좀 늘어나긴 할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방사선 피폭량이 참고가 됩니다. 우리가 치과에 가서 X선 촬영을 한 번 하거나, 병원에서 흉부 X선 촬영을 하면, 0.01mSv만큼 피폭됩니다. 숭어는 비교가 안 됩니다. 복부 CT 촬영은 한 번에 10mSv에 달합니다. 전신 CT를 찍어도 역시 한 번에 10mSv만큼 피폭됩니다. 환자들은 CT 촬영의 의학적 이득이 훨씬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피폭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숭어만 먹어서 CT 촬영만큼 피폭되려면, 반찬도 없이 숭어만 100만kg 이상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134와 137 세슘 형제, 어디서 왔을까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그 진원지를 일본 후쿠시마라고, 콕 찍었습니다. 정황은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세슘134의 갑작스러운 등장입니다. 위의 표에서 보듯, 세슘134는 지난 5년간 나오지 않던 방사성 물질입니다. 근데 2012년 상반기부터 숭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설명입니다. 고리 원전에서 북쪽, 직선으로 40km 정도 떨어진 곳에 월성 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 거기 사는 숭어에서도 지난해부터 세슘134가 검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우리 원전에서 나온 건 아닐까,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에 대해, 고리 원전과 월성 원전 모두 세슘134를 배출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리 원전 1~4호기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바다에 버린 액체 방사성 폐기물에서는 세슘137만 나왔습니다. 배출 총량은 4.04GBq(기가베크렐)입니다. 현행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버릴 때 ‘농도’에 대한 규제만 있고, 총량은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세슘134가 물론 있을 수는 있지만, 검출 가능한 양 미만이라는 게 안전기술원 설명입니다.
세슘134와 세슘137의 비율도 용의자를 후쿠시마로 특정한 정황입니다. 위의 표를 보면, 그 비율은 대략 1:2 정도 됩니다. 두 물질은 반감기가 달라서 비율은 계속 변하는데, 134는 반감기가 2.06년, 137은 30.1년입니다. 세슘134가 훨씬 빨리 붕괴돼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 반감기를 고려해 134와 137의 비율을 후쿠시마 사고 당시인 2011년 3월로 역산했습니다. 그랬더니 1:1에 가까웠습니다. 이게 사고 당시 후쿠시마 지역 134:137의 비율과 유사합니다. 숭어 세슘의 진원지를 후쿠시마로 추정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다만, 세슘 형제의 비율로 후쿠시마를 의심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슘이 사고 당시 단 한 차례만 나왔을 리 없다는 것입니다. 사고 이후에도 세슘이 계속 누출됐으면, 134와 137의 비율은 1:2가 아니라 어떻게든 흔들렸을 것입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사고 이후에는 세슘이 나온 적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일본의 발표를 미심쩍어하는 하는 쪽에서는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2011년 3월에 1호기, 3호기, 2호기와 4호기의 원전 격벽이 잇따라 폭발해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유출됐습니다.
후쿠시마에서 고리 원전 앞바다까지, 세슘은 어떻게 그 먼 거리를 이동했을까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해류를 배제했습니다. 세슘이 바닷물에 섞여 왔을 리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어류는 멀쩡하다는 이유에서죠. 실제로 지난해 2차례, 고리를 비롯한 다른 원전 앞에서 잡은 방어, 삼치, 전어, 참다랑어 등 80가지 어류에서는 세슘134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세슘137만 최대 0.177Bq/kg 나왔습니다. 세슘이 후쿠시마에서 해류를 타고 왔으면, 다른 어종에서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안 나왔으니까, 해류는 아니라는 게 안전기술원의 공식 입장입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이동 경로로 지목한 건 바람입니다. 아래 사진 참고하시면 됩니다. 원전 사고가 난 2011년 3월, 19일부터 28일까지의 기류 변화입니다. 기류가 북극 쪽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이동한 걸로 나와 있습니다. 반면, 4월 7일 기류는 후쿠시마 쪽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직접 흐릅니다. 세슘은 이때 바람을 타고 부산 쪽으로 왔다는 게 안전기술원의 분석입니다. 그리고 비가 내렸습니다. 부산기상청에 확인한 결과, 부산은 2011년 4월 7일 18.5mm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세슘이 비에 씻기고, 강물을 따라 흘러, 하구 바닥에 퇴적했고, 숭어가 진흙 속 먹이를 훑어 먹을 때 세슘을 같이 흡수했다, 이게 안전기술원의 시나리오입니다.
당시 부산 지역 상공에 떠다니던 먼지 시료의 세슘 검출량입니다. 세슘134는 0.00119±0.00002Bq/㎥, 세슘137은 0.00125±0.00003Bq/㎥ 나왔습니다. 이 공기를 1년간 마셨다고 가정해서 피폭량을 계산하면, 세슘134는 0.00031mSv/y, 세슘137은 0.00065mSv/y 정도입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양입니다. 기상청은 당시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고기압이 발달해 지상 1~3km 높이의 중층 기류가 우리나라에 남서풍 형태로 유입됨으로써, 한반도 전역에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비가 내릴 수 있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물론 인체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럼 의문이 생깁니다. 정부는 그때 먼지 속 세슘의 양이 미미하다고 발표했는데, 숭어에서 어떻게 그 정도의 세슘이 검출됐을까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번 세슘 농도가 국내 원전의 정상 가동 중에는 측정될 수 없는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높은 수치’라는 건 제 표현이 아닙니다. 방사성 물질이 극미량이어도 숭어에 그렇게 농축될 수 있는 것인지, 안전기술원은 수긍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기 1㎥당 검출량은 낮지만, 대기의 거대한 부피를 감안하면 그 정도 농축될 수 있는 것 같다는 얘기 정도였습니다. 숭어가 ‘세슘 진흙’을 대체 얼마나 먹으면 그렇게 되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과거 체르노빌 사고 때의 유사한 사례도 문의했지만,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세슘을 배출한 용의자와 이동 경로에 대해 살펴봤지만, 사실 이상한 점은 따로 있습니다. ‘배수구’(원전이 냉각수를 배출하는 곳, 물이 따뜻해 숭어가 바글바글 하다고 합니다)에서 잡은 숭어의 세슘 검출량이 유독 높다는 점입니다. 고리 원전과 신고리 원전이 다 그렇습니다. 고리 원전 2호기 배수구에서 잡은 숭어는 세슘134가 취수구 숭어보다 22배 많고, 세슘137은 15배 많습니다. 신고리 원전 1,2호기 배수구의 숭어도 그런데, 134는 취수구보다 8배 많고, 137도 8배 가까이 많습니다. 그래서 후쿠시마를 용의선상에 올려놓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지도를 놓고 보면 더욱 희한하게 느껴집니다. 원전 위치를 상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고리 원전 2호기는 취수구-배수구 간의 거리가 멀지도 않습니다. 사실상 같은 바다, 같은 바닷물입니다. 그런데 유독 배수구 숭어에서 세슘이 22배, 15배 높게 나온 것, 이상합니다. 신고리 1,2호기는 취수구-배수구가 수백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취수구는 해안가고, 배수구는 해안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해저입니다. 거기서 따뜻하게 데워진 냉각수가 흘러나옵니다. 만일 후쿠시마 세슘이 기류를 타고 넘어와서, 빗물에 씻겨, 하천을 지나, 바다에 퇴적되었고, 숭어가 그것을 먹은 것이라면, 취수구 숭어든 배수구 숭어든, 세슘 검출량에 큰 차이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후쿠시마 세슘이 맞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설명은 좀 부족합니다. 기술원은 세슘이 빗물에 섞인 뒤, 하천을 따라 내려와, 바다에 유입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원전 주변에는 ‘효암천’이 있습니다. 숭어들이 하구 근처 진흙을 파먹었다는 얘기죠. 그런데 지도를 보면, 고리 2호기 배수구가 효암천 하구에서 2km 가량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진흙 속 세슘을 잔뜩 먹은 숭어들이 2km 떨어진 곳에서 자기들끼리만 모여 있다가, 시료 채취용으로 잡혔다는 얘기입니다. 신고리 1,2호기 배수구 숭어도 “해안에서 세슘 먹은 녀석들만 헤쳐모여” 이런 식으로 뭉쳐 있었나 봅니다. 숭어가 잡힌 바닷물에서는 세슘이 숭어만큼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황당한 가정 때문에, 숭어 세슘은 후쿠시마 것이 아니라고 보는 의견도 많습니다. ‘국지적인 원인’, 즉 고리 원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정입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취재진에 보낸 답변서에서, 배수구 숭어에서만 세슘이 많이 검출된 것은 ‘우연히 일어난 일’이고,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학적으로 써내려간 보고서인데, 그건 ‘우연’이라는 간단한 답변을 받으니 더 이상했습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세슘 검출량이 올해 갑자기 급증한 것도 깔끔하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숭어를 잡은 건 4월 26일. 작년 10월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앞서 적었듯, 신고리 1,2호기 배수구 숭어는 세슘137이 (비록 미량일지라도) 최근 5년 평균치보다 100배 높게 나왔습니다. 세슘 검출량이 서서히 올라간 게 아니라, 6개월 만에 갑자기 튄 것입니다. 안전기술원 관계자는 과거 세슘을 아주 극미량까지 측정해서, 그렇게 높아진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의미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역시 후쿠시마가 아니라, 고리 원전이 의심스럽지만 이걸 입증할 방법은 없습니다.
어쨌든 숭어 먹어도 되나, 고민하는 분들 생길 텐데요. ‘생체 반감기’를 알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을 먹게 되면 우리 몸의 여러 장기에 머물다가 대소변으로 배설됩니다. 요오드는 갑상선에, 세슘은 근육에, 스트론튬은 뼈에 축적됩니다. 생물학적 반감기는 서로 다릅니다. 요오드는 11일~80일, 세슘은 60~120일입니다. 반감기가 30년인 세슘은 그래서, 몸속에서 1년 남짓이면 거의 빠져나갑니다.
세슘이 미량이어도, 계속 축적되면 물론 불안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정보는, 과거 원폭 피해 생존자나 원전 종사자 집단에 대한 역학 연구 결과, 약 100mSv 이상 피폭된 사람들은 피폭량에 비례하는 암의 증가가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앞서 숭어는 1년 피폭선량이 세슘134 6.5×10-6, 세슘137 8.4×10-6mSv/y입니다.* 숭어처럼 100mSv 이하 방사선이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그 정도는 위험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여전히 위험하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함이 소비자의 불안감으로 이어집니다.
이제 곧 숭어 철입니다. 숭어 같은 수산물은 안 먹어도 특별한 지장이 없어서, 심리적인 면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 숭어 말고 다른 생선도 무궁무진합니다. 대체재가 널렸습니다. 그래서 괜히 찝찝하니까, 손이 안 가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먹음직스러운 숭어회를 눈앞에 두고 고민 된다면, 앞서 설명 드린 숭어 세슘의 1년 피폭 추정량, 그리고 생체 반감기를 참고해서 젓가락질을 할지 말지 결정하면 됩니다. 단, 숭어를 정말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먹는 즐거움을 선택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할 것 같습니다. 안 먹고 참는 스트레스가 더 유해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