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느껴질까요? 정말 그렇게 아름답고 멋있을까요? 중국 베이징에서 올해 초 실제 벌어진 일로 한 번 판단해보시죠.
챵(强)모군과 둥(東)모군, 그리고 첸(人+靑)양은 올해 모두 17살입니다. 베이징의 한 기술학교에 함께 다녔습니다. 챵군과 동군은 모두 첸양을 연모했습니다. 첸양은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두 명 모두에게 똑같이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올 초 어느날 이 세 사람을 포함해서 동기생 몇 명이 함께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돈을 낼 무렵 일이 벌어졌습니다. 챵군이 둥군에게 '쪼잔하게 군다'고 비웃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한 둥군이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큰 소란이 일게 되자 첸양이 나섰습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강변에 가서 싸우라고.
강변에서 첸양을 앞에 두고 말싸움을 벌이던 챵군과 둥군은 말 끝에 마음을 고백하게 됐습니다. 서로 자신이 더 첸양을 사랑한다고 옥신각신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첸양에게 요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누구의 여자 친구가 될 지 결정하라고. 갑자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첸양은 농담으로 얼버무리려 했습니다. "그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저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봐. 다리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 만큼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사귈거야."
챵군과 둥군은 모두 다리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잇따라 다리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첸양은 그제서야 일이 장난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두 소년을 구해달라고 소리쳤습니다. 마침 수영을 잘하는 시민이 뛰어들어 둥군을 구해냈습니다. 하지만 챵군은 끌어내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했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죽음으로 사랑을 증명한 것입니다.
하지만 챵군의 부모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 사랑을 증명하려다 물에 빠져 숨졌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억울하고 비통한 마음에 둥군과 첸양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이끈 만큼 장례 비용과 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로 50만 위안, 우리 돈 약 9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둥군과 첸양의 부모는 발끈했습니다. 누가 등을 떠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떨어진 것이라며 챵군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중국 법원의 판단은요? 둥군과 첸양에게 챵군의 죽음에 대해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일로 챵군의 부모가 입었을 심적, 정신적 손해를 고려해서 7만 위안, 우리 돈 1천 26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사랑을 증명하기 위한 죽음에 1천 200여만 원의 가격표가 매겨진 셈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건이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가슴 애틋한 낭만적 정서가 물밀듯 밀려오나요? 숨진 챵군에게는 안됐지만 저는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치기 어린 행동으로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 부모의 가슴에는 못질만 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돈 싸움으로 귀결됐을 뿐입니다. 낭만은커녕 남루할 따름입니다.
생각해보시죠. 사건사고로 접하는 러브 어페어, 정사(情事)가 소설이나 영화 같이 아름답게 느껴지시나요? 애인의 이별 통보에 무장 탈영한 병사, 불륜 등 여러가지 제약으로 합쳐질 수 없다며 시도하는 동반 자살, 애인에게 버림 받았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등등. 그저 남루한 현실일 뿐입니다. 그러니 혹시 지금 사랑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부디 감정의 거품을 걷어내고 냉정한 눈으로 따져보시죠.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라 사건사고 뉴스 속의 어이없는 0모씨가 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