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도 지하철 자주탑니다만, 천으로 된 의자를 보면 좀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SBS 취재팀이 지하철 의자의 오염도를 조사해봤더니, 해도 좀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진드기까지 득실거리고 있었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철 의자 위에 떡하니 발을 올려놓은 승객, 이런 의자에 드러누운 승객에, 구토까지 하는 취객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하철 의자가 너무 더럽다'거나, '타기만 하면 기침을 한다', '좌석에 앉으면 염증이 생긴다'는 등 불만이 끊이질 않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취재팀이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 무작위로 조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얼마나 더러운지를 조사하는 오염도 검사.
지하철 헝겊 의자를 측정해보니까 최소 4천 RLU에서 최대 7천 500RLU까지 나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가 하면, 서울역 공중 화장실에 있는 변기 안쪽의 오염도가 3천RLU니까 그것보다 최고 두 배는 더 더럽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엔 먼지 측정, 희뿌옇게 먼지 날리는 의자에 진공 청소기를 돌려봤습니다.
청소기 호스 중간에 채집장치를 끼우고, 먼지 통엔 생수를 넣었습니다.
청소기를 돌리자마자, 시커먼 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바닥이 수북하게 쌓입니다.
네댓 좌석을 훑었을 뿐인데 빨려 들어온 먼지가 손가락 한 마디만큼 두껍습니다.
[신민석/미세먼지 전문가 : 이 위에 있는 페브릭(직물),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먼지고, 이 안에 보시면 이런 것(미세먼지)들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청소기 통을 열어 봤습니다.
제가 마시기까지 했던 생수를 붓고, 의자 네 족 먼지를 빨아 드렸는데 이렇게 먼지 둥둥 떠다니는 죽 같은 구정물이 돼 버렸습니다.
현미경으로 헝겊 의자를 들여다 봤습니다.
400배 확대한 모습입니다.
뭔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흰색 물체가 화면 아래에 보입니다.
하얀색 몸통에 빠르게 움직이는 다리.
[(이게 뭐죠? 움직이는 거?) 어어! 네, 맞다. 이거 진드기다! 이거 진드기야.]
집 먼지 진드기입니다.
작고 빨라서 따로 채집해서 한 군데 모아놔야지만 관찰 할 수 있다는 진드기가 바로 포착된다는 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저도 처음 봤어요. 이렇게 (바로) 발견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여기저기 보이는 흰색 구슬 모양의 물체는 진드기 알과 배설물로 추정됩니다.
[하얀색 동글동글한 것은 진드기 알이라고 보시면 돼요.]
쌀알같이 생긴 진드기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얼마나 많은 진드기가 있는지 검사 키트로 측정해봤습니다.
[(선두께가) 이 정도 되면, 여기(면봉) 진드기가 900마리 이상이고, '진드기 퇴치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 수준이네요.]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 5, 6, 7, 8호선은 보름에 한 번, 2, 3, 4호선과 9호선은 한 달에 한 번씩 대청소를 합니다.
[지하철 관계자 : 이게 스팀 청소를 하면 살균의 효과가 있고요. 같이 진공 청소도 되고 있습니다.]
대청소를 마친 헝겊 의자를 다시 한 번 측정해 봤습니다.
스팀살균 세척을 한 직후지만 진드기는 그래도 여전히 있는 것으로 조사가 됐습니다.
스팀으로 살균하고 방역을 해도 진드기를 완전히 박멸하기는 어렵단 얘기입니다.
[철도 관계자 :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걸 보고 저도 놀랬습니다. 앞으로 위생을 위주로 하고 좀 더 깨끗한 환경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심경원/가정의학과 교수 : (지하철이) 진드기한테는 최적의 조건이죠. (진드기) 사체라든지 배설물, 그런 물질들이 우리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철제 의자는 어떨까?
헝겊 의자와 달리, 진드기는 물론 먼지조차 없었고, 오염도 살균 직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화재 예방을 위해 전동차 대부분 의자를 철제로 바꿨다가, 승객들이 불편하다고 민원하는 바람에 최근 새로 나오는 전동차까지도 다시 헝겊 의자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불편을 감수하고 깨끗함을 택할지, 편한 진드기 의자에 앉을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