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매헌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서울 서초구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길 한 번 가보면, 과연 이곳이 독립정신을 기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관리가 엉망입니다. 아예 폐관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은 윤봉길 의사 기념관입니다.
이 안쪽 전시실로 가 보시면요, 윤 의사가 생전에 남긴 저서와 사용하던 물건 같은 국가 보물로 지정된 유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25살 젊은 목숨을 바쳐 폭탄 투척 의거로 당시 꺼져가던 독립운동의 불씨를 되살린 윤 의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면, 문을 연 건지 닫은 건지 조명을 켜지 않아서 어두컴컴하고,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더운데도 에어컨은 작동되지 않습니다.
한 달 200여만 원인 전기요금을 감당 못해 불도 못 켜는 겁니다.
전시실 유리관엔 습도조절 장치가 없다 보니 윤 의사의 유품 상당 부분이 망가졌습니다.
[양시헌/윤봉길 의사 기념관 사무처장 : 「농민독본」 직접 쓰셨던 것들은 (윤 의사 체포 직후) 없어지지 않게 하려고 가족들이 천장을 뜯어 숨겨놨었습니다. (열악했던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게 없네요?) 더 안 좋아지는 거죠. 글씨가 (바래서) 점점 없어지잖아요.]
일부 전시품엔 곰팡이까지 슬었고, 로비에 있는 대형 그림은 액자에 유리조차 끼우지 못해 색이 바랬습니다.
[개미집, 바퀴벌레, 이런 게 분명히 (그림) 뒤에서 갉아먹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문가 진단이 나왔습니 다.)]
지하 보관실로 내려가 봤습니다.
장마 때 비가 새는 바람에 전기가 차단돼 암흑천지입니다.
곰팡이가 뒤덮으면서 전시품이 완전히 못 쓰게 됐습니다.
지붕 기와가 자꾸 무너져 내려, 뒷문은 출입하지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그런데 이나마도 조만간 폐관될 처지입니다.
넉 달간 전기요금이 밀리는 바람에 한전이 다음 주에 전기를 끊겠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입니다.
[황의만/윤봉길 기념사업회 회장 : 윤봉길 의사를 저희가 선양하는 사업이 아니라, 윤봉길 의사를 짓누르는 지경까지 가지 않겠느냐.]
현충 시설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보훈처는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을까?
윤봉길 의사 기념관 건물은 자기들 소유가 아니라서 도와줄 수 없다는 태도입니다.
[보훈처 관계자 : (윤봉길 의사 기념관 건물이) 국유 재산이 아니잖아요. 그쪽(기념관)에서 알아서 해결해야겠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기자님도.]
그런가 하면 기념관을 소유하고 있는 서초구나 서울시는 또 보훈처가 할 일이라며 나 몰라랍니다.
[서울시 관계자 : 아, 그거는 보훈처에서 관리하는 거고요. 현충 시설 관리책임이 보훈처에 있어요.]
일본 극우 정권은 역사 왜곡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후세에 길이 알려야 할 독립운동가의 정신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김경연, VJ : 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