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윤 모씨에게 기묘한 일이 벌어진 건 지난 7월 22일.
여의도역 인근을 지나던 그녀를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 ‘멀리서 보고 맘에 들어서요’라며 수줍게 쪽지 한 장을 내미는 남자. 쪽지 속에는 휴대폰 번호와 남자의 이름 석 자가 적혀있었다.
이른바 ‘헌팅’을 당한 것. 처음 받은 ‘헌팅 쪽지’라 기분도 좋고 또 남자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져 그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3주 후. 같은 시각, 같은 장소를 지나던 그녀는 또 다시 쪽지 한 장을 받게 되었다. 쪽지의 주인은 3주 전, 그녀에게 구애했던 바로 그였다.
똑같은 얼굴, 똑같은 멘트로 그녀에게 쪽지를 내밀었던 것. 달콤했던 기억이 순식간에 황당한 미스터리로 변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두 번째 쪽지에는 전에 받았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한 여자에게 두 개의 이름으로 두 번 고백한 이 남자, 그는 대체 누구일까?
SBS '궁금한이야기 Y'가 이 기묘한 여의도 헌팅남의 실체를 추적한다.
제작진 확인 결과, 수상한 쪽지 고백을 받은 것은 윤 씨뿐 만이 아니었다. 여의도역 주변에서 그에게 쪽지를 받았다는 제보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자신을 ‘서비스 강사’라 소개하며 쪽지를 내미는 수법까지, 모두 똑같았다.
오전 9시~11시 사이, 여의도역 인근과 금융가 주변에 나타난다는 이 남자를 사람들은 ‘여의도 헌팅남’이라 부르고 있었다. 게다가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2년 전부터 출몰했다는 것.
그는 왜 인천과 서울을 떠돌며 여성들에게 쪽지를 주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쪽지의 주인은 몇 명일까?
쪽지들을 모아 필적감정을 의뢰해 본 제작진은 놀라운 감정 결과를 듣게 되었다. 서로 다른 이름의 헌팅남 쪽지는 동일인의 필적이라는 것.
이에 제작진은 헌팅남의 실체를 찾기 위해 인천과 여의도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몽타주 작성을 하고 여의도 헌팅남을 찾기 위해 주변 탐문에 나섰다.
‘당신이 마음에 들었다’는 남자의 말은 과연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23일 밤 8시 55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수줍은 쪽지 속에 숨겨진 수상한 속내를 추적해본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재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