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잘 보존된 체세포를 구해 연구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해도, 갈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합니다. 체세포를 이식할 코끼리 난자를 구하는 일 역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복제에 성공한 동물들을 보면, 연구 과정에서 수정란을 수백 개를 만들었고 그 가운데 한두 개가 출산까지 이어졌습니다. 한마디로 매머드 복원을 위해선 실험에 사용할 많은 양의 코끼리 난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연 상태에서 코끼리 난자를 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코끼리의 배란주기는 4주이고, 임신 기간은 평균 22개월입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수유기간이 길어 실제 배란은 5년에 한 번꼴로 이뤄집니다. 그것도 한 번에 배란 되는 난자는 사람처럼 단 1개입니다. 한마디로 코끼리 한 마리가 제공할 수 있는 난자는 5년에 1개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개와 달리, 코끼리의 난소는 3미터가 넘는 몸속 깊은 속에 난자를 채취하기도 어렵습니다. 황우석 박사팀은 지금까지 개나 소를 복제할 때, 외과적으로 배를 열고 직접 난자를 꺼내는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채취과정이 간단하고, 다량의 난자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코끼리가 야생동식물 보호협약(CITES)의 보호를 받는 멸종위기 종이라는 점입니다. 기존의 배를 여는 '개복술'로 난자를 채취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에선 배를 여는 대신 작은 구멍을 뚫어 난자를 채취하는 '복강경'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복강경 수술을 하려면 배에 가스를 주입해 복강을 팽창시켜야 하는데, 코끼리는 해부학적으로 배와 가슴을 구분하는 횡격막이란 게 없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복강경을 하기 위해 배에 가스를 주입하면 배에 있던 장기가 가슴에 있는 폐를 누르게 되고 결국, 코끼리가 질식해 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난자를 꺼내려다가 코끼리를 죽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코끼리 난자를 채취해내는 데 성공한 과학자는 없습니다. 이처럼 매머드 복제의 두 번째 관문, 코끼리의 난자를 구하는 일도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코끼리는 매머드의 대리모가 될 수 있을까?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큰 관문을 통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매머드의 체세포에서 온전한 핵을 꺼냈고, 그 핵을 다시 코끼리의 난자에 이식해 수정란을 만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이 수정란을 어떻게 코끼리 자궁에 심어야 할까요? 이 작업 역시, 앞에 언급했던 두 작업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독일 라이프니츠 야생동물 연구소의 힐데브란트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직 코끼리 자궁에 수정란을 심는 연구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매우 힘들 것으로 본다. 암컷 코끼리 생식기의 가장 큰 해부학적인 특성은 처녀막인데, 코끼리는 교미하고 출산을 해도 자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이 처녀막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 막은 수컷의 정액만 통과할 정도의 크기(3~4밀리미터)에 불과해, 체세포 수정란을 담은 실험기구가 통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매머드 수정란을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코끼리 암컷에 매머드를 잉태시켰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코끼리의 뱃속에서 유전적으로 이질적인 매머드 태아가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유럽의 과학자들은 지난 2000년 멸종한 피레네 아이벡스(야생 산양)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다른 산양의 난자에 죽은 피레네 아이벡스의 세포를 넣어 복제 피레네 아이벡스를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태어난 새끼는 7분 뒤 선천성 폐결핵으로 죽었습니다. DNA 분화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선천성으로 치명적인 질병을 갖고 태어난 것입니다. 유전학적으로 다른 종을 출산하는 건 이처럼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지금의 기술로는 매머드 복원가 아직 공상과학의 영역에 있다는 게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입니다.

매머드 복원과 황우석 박사
황우석 박사가 매머드 복원사업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황 박사를 둘러싼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심 끌기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라며 깎아내리는 분도 있고, "진짜 이제 무엇을 보여줄 거다"라며 기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황우석 박사는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대신 "모든 걸 논문으로 얘기하겠다"라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황우석 연구팀의 이런 진중한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기사로 얘기하듯, 연구자는 다른 경로가 아닌 '논문'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매머드 복원연구를 지켜보면서, 전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러시아 사하공화국은 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매머드 복원 사업을 추진해온 일본이나 영국, 미국 같은 나라 대신 한국의 황우석 박사를 찾아왔을까?' 그것도 논문 조작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는 황우석 연구팀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하고, 표본을 건넨 것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아직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대해 아직도 많은 연구자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왜 다른 복제 연구팀 대신 황우석 박사에게 엄청난 연구비와 인적·물적 지원을 해주며 독점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것일까? 기자이기 전에 기초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점이 매우 궁금했습니다.
이 궁금증에 대해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을 추려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과학의 기본 특성인 '도전과 실패'였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어느 생명과학자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황우석 박사가 백두산 호랑이를 복제하겠다고 했을 때 기억하시죠? 그 연구 결론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얼핏 들어도 황당한 얘긴데 결국 황 박사가 사기를 쳤다며 언론에서도 엄청나게 비판을 많이 했죠. 맞습니다. 그 연구는 실패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전 이 연구가 100퍼센트 실패했다고만 보지 않습니다. 연구 과정을 보면, 그 프로젝트로 인해 새로운 기술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먼저, 동물 난자를 체내에서 성숙시키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이 기술로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가 태어났죠. 호랑이 복제엔 실패했지만, 개 복제에는 성공하게 된 겁니다. 또 하나는 종을 뛰어넘는 이종 간 복제기술의 발전인데요, 상식적으로 호랑이의 수정란을 소나 돼지에게 품게 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코미디 같은 얘기 아닙니까? 실패하는 게 당연한 데, 자세히 보면 그 기술이 나중에 늑대 복제와 코요테 복제로 이어집니다. 아마 러시아 연구팀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언론은 그런 황우석 박사팀의 그런 점을 높이 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 매머드 복원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은 틀림없습니다. 매머드를 복원해낼 확률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49%이지, 절대 51%는 될 수 없습니다. 또, 논문조작 사건에서 당시 연구책임자(교신저자)였던 황우석 박사의 잘못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하는 모습만큼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과학적 발전은 모든 일이 그렇듯 수많은 도전과 실패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 이번 매머드 복제가 마냥 허황한 도전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백두산 호랑이의 실패가 스너피와 코요테 복제의 밑거름이 되었듯이, 이번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도 더 높은 산을 향해가는 힘든 도전이 되길 기대합니다. 또, 그 과정을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비판의 눈'으로 지켜보겠습니다.